[데스크 칼럼] '보류복지부' 된 정은경의 복지부
2021년 1월 15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내각이 총사퇴했다. 네덜란드 현대 행정사에서 최악의 정책 실패 중 하나로 꼽히는 ‘보육수당 스캔들’ 때문이었다. 보육수당 부정수급을 뿌리 뽑겠다며 사소한 서류 미비만 발견돼도 해당 기간에 지급한 보육수당 전액을 환수한 탓에 2만6000여 가구가 느닷없이 수만유로의 빚을 떠안은 사건이다.

복지행정 실패 사례로는 2007년 일본의 ‘사라진 연금’도 빼놓을 수 없다. 5095만 건의 개인연금 기록이 국민연금 지급 근거인 연금번호와 연결돼 있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권 자민당이 그해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했다. 정치적 기반이 크게 흔들린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사임했다.

책임지는 사람없는 기초연금 개악

보건복지부가 기초연금 개혁안을 발표 직전에 접은 ‘기초연금 개악’ 사태가 벌어진 지 두 달이 지났다. 고령자의 70%인 지급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꿔 수급 대상을 점차 줄이겠다던 개편안이 반대로 저소득 고령자에게 월 3만원을 더 주는 것으로 결론 났다. 그런데도 정은경 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복지행정 사고는 수습만 잘하면 회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정책은 현세대와 다음 세대가 두고두고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기초연금뿐 아니라 건강보험,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등 오락가락한 정책이 한둘이 아니다. 보건과 복지는 정책 접근이 다른 분야다. 의료 전문가인 정 장관의 약점을 보완하는 자리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복지 사업을 담당하는 1차관이다. 그런데 연금 행정에 잔뼈가 굵은 1차관이 1년도 안 돼 돌연 경질되더니 보건·의료 경력이 대부분인 관료가 1차관에 올랐다.

정 장관의 주전공인 보건정책이 잘 돌아간다고 보기도 어렵다. 의·정 대화 복원과 전공의 복귀, 의대 정원 결정 절차 정상화를 성과로 내세우지만 대부분 전임 정부가 막대한 정책 비용을 치른 뒤 남은 갈등을 정리하고 마지막 합의를 관리한 수준에 가깝다.

문제 터지고야 움직이는 복지부

과거 복지부는 정책에 소극적일 때마다 부처 이름을 빗댄 ‘복지부동 부처’라는 조롱을 받았다. 정 장관의 복지부는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거나 울산 울주군 ‘사남매 살해 후 자살 사건’처럼 문제가 생겨야 부산하게 움직이는 ‘사후복지부’이면서 복지와 보건 어느 쪽도 검토만 하다가 결론을 미루는 ‘보류복지부’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반도체산업이 홀로 수출과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사이 나머지 산업은 정체되는 ‘K자형 성장’ 딜레마를 겪고 있다. 경제의 갈라진 틈을 메우고 뒤처진 계층을 지원해야 할 복지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론>에서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 이른바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했다.

취임 당시 정 장관은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으로 불렸다. 국민적 인지도와 신뢰가 가장 높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었다. 1년이 넘은 지금 그의 목소리가 내각에서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대통령도, 정 장관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