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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앤트로픽의 이상한 IPO
노경목 국제부장
실현되기 힘든 'AI 속도조절'
자본시장에서 대박을 노린다는 점에서 앤트로픽 임직원의 마음 한쪽에는 탐욕이 있을지 모른다. 월가에선 그들의 ‘AI 멸망론’을 “IPO 흥행을 위한 마케팅 기법”이라고 폄하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앤트로픽 엔지니어의 진심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자들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이 만든 기술 때문에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는 공포다.이를 근거로 아모데이 CEO 등은 AI 기술 속도조절론을 설파한다. 이런 종류의 주장에 대해 원자폭탄 개발을 주도한 요한 폰 노이만은 일찍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955년 포천에 기고한 ‘우리는 기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글에서 그는 ‘기술 금지주의’가 공허한 환상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상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촉발되는 강대국 사이에 ‘죄수의 딜레마’만이 이유가 아니다. 노이만은 “경제 발전을 이끄는 기술의 좋은 점과 커다란 불행을 낳을 가능성이 있는 나쁜 점은 애초에 분리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미국과 관련 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AI 인프라 투자붐이 단적인 예다. 빅테크만 집계해도 올해 1조달러, 내년 1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과실만 누리고, AI 기술 발전은 제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식으로든 AI 발전에 제한이 가해진다면 월가 안팎에서 우려하는 ‘AI 버블’ 붕괴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AI 기술 개발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넘어 생존의 문제다. 향후 25년간 2억 명에 이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을 피지컬 AI를 적용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억 명의 인력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둘째 치고, 중국과 다른 정치 참여 경험을 한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체제 안정성을 흔들 수 있다.
공포를 통해 달성될 수 없어
물론 AI 기술에는 합당한 감독과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핵 기술과 배아줄기세포 기술에 그랬던 것과 같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제품 사용자와 IPO 투자자를 겁박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인류 미래에 대한 진정성을 이해하더라도 앤트로픽의 AI 멸망론 설파에 대해선 “설립 5년 차 스타트업의 미성숙함”(리처드 워터스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핵전쟁이 촉발될 공포에 시달리던 동료 과학자들에게 71년 전 노이만은 기술 통제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하며 에세이를 마무리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인내심과 지혜, 그리고 완전하지 않을 수많은 부분적 처방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