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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도는 지금 보기엔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수백 년 전에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독립선언문 초안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도 수백 명의 흑인 노예를 거느렸다.

우리가 지금 받아들이는 다른 관행도 먼 훗날에는 노예제도처럼 지탄받을지 모른다. 육식, 낙태, 경제적 불평등 가운데 무엇이 가장 나쁜 일로 여겨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인 오둔 달의 <왜 나는 항상 옳고 너는 그른가>는 이처럼 도덕적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를 탐구한다.

도덕심리학이라는 과학적 렌즈를 끼고 어린이가 성장하며 옳고 그름을 배우는 과정부터 상황에 따른 판단에 관한 실험, 시대에 따른 가치관의 변화까지 폭넓게 살펴본다.

저자는 도덕이 완전히 고정된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변덕스럽게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인간은 도덕적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조정하면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거나, 이전에는 고려하지 않았던 다른 이의 처지까지 헤아리면서 같은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노예제에 대한 인식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한국 독자의 관점으로 보면 아동 체벌도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 한때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때리는 일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최근에는 같은 행동을 학생의 권리를 침해하는 폭력으로 보는 인식이 커졌다.

그렇다면 과거의 부모나 교사들은 명백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한 것일까. 중요한 점은 악행을 벌이는 사람들도 때론 ‘그럴 만한 이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피하려면 남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따져봐야
물론 저자는 어떤 판단에 이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에 따른 행동이 정당해진다고 말하진 않는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시작 무렵 노르웨이 나치당에 가입한 자신의 할아버지를 언급한다.

기록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나치당이 독일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가입했지만, 그 정당에 별다른 힘이 없고 오히려 독일의 목표에 영합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탈당했다. 그러나 당원 시절 나치 제복과 휘장을 착용하는 등 의심이 가는 대목도 있었다.

저자는 할아버지에게도 나름의 판단 이유가 있었겠지만, 명백한 잘못을 눈감아 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렇게 저자는 타인의 도덕적 판단을 이해하는 일과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일을 구분한다. 도덕심리학은 사람들이 왜 생각을 바꾸는지 설명할 뿐 무엇을 옳다고 믿어야 하는지 판정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은 상대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가 어떤 근거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저자의 시각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