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에서 '야장 성지'로 유명했던 핫플레이스(인기 명소) 내 여러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구에서 '야장 성지'로 유명했던 핫플레이스(인기 명소) 내 여러 식당이 문을 닫았다. /사진=박수빈 기자
"제가 기자님께 보여드릴까요? 지금 여기에 테이블 펴면 30분 안에 신고 들어가서 경찰 출동요."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야장 성지'로 불렸던 오피스텔 식당 사장 A씨는 목소리 톤을 높였다.

A씨는 앞치마를 맨 채 담배를 피웠다. 이내 그는 "우린 손님들이 원해서 (야장을) 깔았던 건데 2024년부터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옥외영업) 신고, 식품위생법, 소음 문제 등등을 묶어서 불법이라고 하니 안 치울 수가 있나.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 옆 삼겹살집 불은 꺼져있었다. 그 옆 중식당 포차도, 전집도, 철판요리집도, 이자카야도 어두컴컴했다. 일요일 저녁 6시였다. 손님들로 북적이던 '야장 성지'는 주말 장사를 접는 '황무지'가 됐다. 야장은 야외에 테이블을 펴 영업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선 정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공업사 사장 B씨는 "난 싫어요"라며 선을 그었다. 야장 영업을 하는 식당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B씨는 "우리 공장 앞까지 자리를 폈었다. CCTV 보면 손님들이 밤늦게까지 우리 공장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리더라. 나중에 문제제기를 하니, (식당) 주인장이 치우긴 했지만 길거리에서 이렇게 영업하는 건 공장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좋지 않다"며 "누가 신고해서 과태료에 영업 정지를 먹었던 곳도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야장 민원' 5년 새 116% 급증

지난달 13일 오후 5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길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5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골목길에 야장이 깔리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7일 한경닷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야장 등 옥외영업 관련 민원 접수 건수는 2020년 3054건에서 지난해 6603건으로 5년 만에 116.2% 급증했다. 민원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24년(7220건)이지만 올해 옥외영업장이 늘면서 지난 8월 기준으로 벌써 6223건이 접수됐다.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진 총 3만5337건에 이르는 민원이 제기됐다. 연도별로 자치구마다 야장 등 옥외영업 관련 민원·적발 현황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가장 많이 제기된 민원은 '무신고·신고면적 외 영업'(3693건)이었다. 이어 심야 야간영업(829건), 통행방해(378건), 고성·음악 등 생활소음(373건), 기타(362건), 불법 도로점용(299건), 쓰레기·악취(190건), 주차·교통불편(151건), 사유지·공용공간 침범(94건), 흡연(80건), 조리·화기사용과 위생문제(각 77건) 순이었다.

실제로 야장 주요 상권에서는 갈등이 흔히 일어났다. 야장으로 손님이 몰리자 꼼수 영업을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옥외영업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늦은 밤 시간대를 노려 야장을 펼치는 식이다. 문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래동 2가는 차가 후진해서 겨우 나와야 할 만큼 골목이 좁은 곳이 꽤 있다. 그런 골목서는 오후 8~9시 되면 식당들이 눈치보다 도로에 자리를 편다"며 "문래동 4가에선 야장을 자기네 식당 맞은편까지 펴서 장사를 한다. 나중에 차가 들어와서 다치면 큰일 날 것 같다"고 했다.

식당 사장들은 속을 태웠다. 이 지역 한 치킨집 사장은 "신고를 당해서 (야장을) 안 했는데 작년 가을부터 (다른 가게들이) 조금씩 (야장을) 깔길래 저희도 (다시)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야장 성지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상, 야외 장사를 접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식당도 있었다. 서울 성북천에 접해 '야경 명소'로 불렸던 한 양식집 관계자는 "주변에서 민원을 하도 많이 제기해서 야외 테이블을 치웠다"며 "도로를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가게 벽에 바짝 붙여 테이블을 놨고 식당도 조용한 분위기였는데도 시끄럽다는 민원이 많아 결국 야외 자리를 정리했다"고 말했다.

야장 인기에도 주민 간 분쟁 '제각각'

지난달 13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이 보도 점자블록 위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지난달 13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이 보도 점자블록 위에 테이블을 깔아놓고 있다. /사진=김대영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 중 야장 관련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강서구다. 강서구에선 지난해 야장 민원이 1167건에 달했다. 이 중 심야 야간영업 관련 민원이 752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신고·신고면적 외 영업 관련 민원은 312건으로 뒤를 이었다. 동대문구·성북구·마포구·영등포구·서초구·강남구·강동구는 지난해 민원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종로구·중구·광진구·송파구는 지난 8월 기준으로 이미 작년 연간 민원 건수를 넘어섰다.

종로구에선 갈등을 겪는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 코스로 떠오른 종로3가역 포차거리에선 건물주와 야장 영업을 하는 식당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건물 입구 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테이블을 깔자 이 건물주는 "10분 안에 치우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엄포를 놨다. 식당 직원은 그제야 건물 입구 앞 테이블을 치웠다.

다만, 민원 건수는 같은 야장 '핫플레이스'(인기 명소)이더라도 자치구별로 차이를 보였다. 상봉먹자골목을 관할로 둔 중랑구는 민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구청이 야장 영업을 허용한 이후부터다. 중랑구는 2020~2022년 당시 매년 200~400건에 이르는 민원이 접수되다, 야장 영업을 허용한 2023년에는 197건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과 지난해엔 각각 138건, 114건으로 감소했다.

상봉먹자골목 상인들도 최근 야장 관련 민원이 제기된 사례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고깃집 60대 종업원은 "4월부터 10월까지 야장 테이블 2개를 깔고 영업하고 구청에 (도로점용허가비) 150만원을 낸다"며 "구청에 돈을 낸 이후로는 민원 때문에 불편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또 다른 식당 직원도 "구청에서 최근 야장을 밀어주고 있어서 민원 관련 불편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랑구는 야장 영업을 허용한 2023년 5월, 주민과 상인 간 상생협약을 유도했다. 상인들은 소음·청결을 관리했고 중랑구는 옥외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동시에 특정 시기와 시간대에만 영업하도록 규율했다.

'야장 영업' 위반 건수, 다시 '증가'

다만, 민원이 줄어들던 중랑구에도 '옥에 티'가 생겼다. 야장 유행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관측되는 올해, 민원이 다시 증가세를 탄 것이다. 8월 기준 민원 건수가 125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114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했을 때 올해 민원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야장 인기가 한층 더 높아지면서 옥외영업 관련 위반 건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과제로 꼽힌다. 지난 8월 기준 옥외영업 관련 위반 건수는 951건. 지난해 연간 위반 건수(1054건)에 육박한 상태다. 도로·보도 무단점용 등을 포함한 신고 면적 외 영업을 하다 적발된 건수가 685건(8월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옥외영업 미신고도 208건으로 뒤를 이었다.

지역경제와 주민 간 분쟁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서울시는 '상생협약' 방안을 채택했다. 서울시는 이날 야간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6곳의 야장 지역을 중심으로 주민과의 상생협약을 체결해 '서울형 야장 모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박 의원은 "야장은 여가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일상 속 즐거움을 찾기 위해 시민들이 불러낸 문화"라며 "그 낭만이 오래 이어지려면 지자체마다 제각각인 옥외영업 기준 및 운영 방식을 정비하고, 시민 안전과 직결된 부분만큼은 예외 없이 지켜지도록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빈/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