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 에이전트, 제조 명장 되려면
산업통상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 480억원으로 ‘제조 암묵지 기반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숙련 제조인력의 작업 요령과 판단 기준, 감각적 노하우를 비정형 데이터세트로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제조 기업과 AI 기업이 참여하는 30개 과제에 16억원씩 지원한다. 사업 기간은 올해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9개월이다.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는 제조 암묵지 사업에 2900억원이 편성돼 있어 올해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는 국회 심사와 후속 사업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공정 최적화, 불량 판정, 설비 점검처럼 제조 경쟁력을 좌우하는 지식의 상당수는 숙련자의 몸과 머릿속에 축적돼 있는데, 제조 현장의 고령화와 숙련인력의 은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산업부는 위험도가 높고 구인난이 심한 공정을 우선 지원하고, 개발된 AI가 신규 숙련공 교육에도 쓰일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열린 제4회 M.AX 전문가 콘퍼런스에서는 스테인리스 강관의 영상·이미지와 숙련공이 정한 전압·가스량·속도 등 용접 조건, 그 판단 이유를 학습해 작업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사례가 소개됐다.

제조 암묵지 사업을 통해서 어떤 암묵지를 확보했는지, 그 지식이 불량률·작업시간·안전·숙련자 교육에 어떤 효과를 냈는지, 사업 종료 뒤에도 현장에서 계속 쓰일 수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공정마다 데이터 획득 비용과 필요한 센서·장비가 다른 만큼 30개 과제에 같은 금액을 배정한 방식은 후속 사업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산업부가 연 콘퍼런스에서 기아의 김동선 국가품질명장은 노동자에 대한 적정 보상 체계와 데이터 수집·활용의 절차 및 범위를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명장의 노하우를 한 번 수집해 AI 모델을 만든 이후 추가 보상과 업데이트 계약이 없다면 명장이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를 다시 제공할 유인은 약해진다.

슈퍼인텔리전스가 인간의 지적 업무 대부분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도 나는 제조 현장을 이해하는 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지식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하이에크는 경제에 필요한 지식이 개인에게 분산돼 있으며, 특히 특정 시간과 장소의 구체적 사정에 관한 지식은 중앙에 모두 모으기 어렵다고 봤다. 공장 설비는 마모되고, 재료가 달라지며, 공정 조건과 고객 요구가 계속 변한다. 숙련자는 이런 변화를 직접 겪으며 자신의 판단 기준을 계속 수정한다.

올해 일부 과제에 포함된 AI 에이전트 개발을, 명장이 자신의 에이전트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구조로 넓힐 필요가 있다. 명장의 판단 방식과 경험을 에이전트에 반영하고, 명장이 새로운 사례를 검토하며 판단 기준을 계속 보완해 에이전트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식의 기여와 이용 내역을 기록해 계약과 보상에 연결하면, 퇴직한 명장도 자신의 지식 자본을 발전시키며 기업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기업의 지능 시스템은 생산·품질·안전 AI와 현직 숙련공, 퇴직 명장, 협력업체의 전문 에이전트가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데이터세트 구축 성과, 모델 성능, 현장 사용률, 생산성·품질 향상, 숙련자 교육 효과, 지식 제공자에 대한 보상과 지속적 관계 유지 여부, 에이전트 업데이트 용이성 여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 정책의 목표는 명장의 지식을 일회성 데이터로 확보하는 데 두기보다 명장이 AI를 통해 자신의 지식을 계속 갱신하고 활용하게 하는 데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