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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예술을 한다고?…디자이너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콘스트룬다 컬렉션 출시
카린 구스타브손과 리사 힐란드
"예술은 갤러리의 사치가 아니다"
카린 구스타브손과 리사 힐란드
"예술은 갤러리의 사치가 아니다"
스웨덴어로 '예술 여행'을 뜻하는 이케아의 한정판 아트 오브제 컬렉션 '콘스트룬다(KONSTRUNDA)'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가구와 제품 디자인, 건축, 유리 공예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창작자 7인이 참여한 이번 컬렉션은, 갤러리 안에 갇혀 있던 예술의 문턱을 거실 한복판으로 낮추는 시도로 풀이된다.
대량생산이라는 산업적 현실과 아티스트의 고유한 감성 사이에서 이들은 어떻게 균형을 잡았을까. 이번 프로젝트의 지휘봉을 잡은 크리에이티브 리더 카린 구스타브손(Karin Gustavsson)을 비롯해,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디자이너 리사 힐란드(Lisa Hilland), 건축적 비례감으로 주목받는 에마누엘레 스타물리(Emanuele Stamuli)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콘스트룬다가 추구하는 미학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리사 힐란드: 예술을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오브제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은 꿈같은 일이었어요. 이케아와 작업할 때는 보통 여러 제약과 조건들을 고려하며 디자인을 구체화해 나가는데, 이번에는 아티스트로서 비교적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런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던 저로서는 다시 제 출발점으로 돌아가 작업할 수 있어 뜻깊은 컬렉션이었어요.
에마누엘레 스타물리: 약 2년 반 전 카린이 처음 연락을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기회인 동시에 많은 호기심을 갖게 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케아 같은 기업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했는데, 직접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에마누엘레 스타물리: 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대화와 미세 조율을 거쳤습니다. 완성된 오브제는 선이 아주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명쾌한 심플함을 산업 공정으로 구현하려면 수많은 디테일을 조정해야 합니다. 개발 과정 내내 의견을 주고받으며 처음 구상했던 품질과 특성이 최종 결과물에도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업했습니다. 생산 과정에서도 적절한 광택을 내거나 모서리를 선명하게 살리는 것처럼, 겉으로는 사소해 보여도 디자이너에게는 타협할 수 없는 중요한 디테일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결과적으로 산업 생산에 맞게 디자인을 조정하면서도 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질과 정교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리사 힐란드: 오랫동안 이케아와 함께 일해왔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평소처럼 빡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많은 가능성이 열려 있었죠. 덕분에 소나무라는 목재를 예상을 깨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풍성하게 더한 스툴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케아 제품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플랫팩(Flat-pack) 포장이 가능한 구조로 완성했어요.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작품의 핵심 개념은 무엇인가요?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이 제품의 형태나 컬러, 소재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리사 힐란드: 제 작업이 늘 관람객의 마음속에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랍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직관적인 울림을 느끼게 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이케아를 상징하는 대표적 소재인 소나무를 활용하고 싶었고, 목재 본연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스툴을 장식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내려 했습니다. 도자기 조형물의 경우에는 비어 있는 유기적 공간(Negative Space) 역시 훌륭한 디자인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어요.에마누엘레 스타물리: 하나의 모노크롬(단색) 계열로 이어지는 오브제 패밀리를 구축하고 싶었습니다. 유쾌하고 약간은 펑키한 느낌으로요. 이번 제품들 중에서는 러그에 가장 애착이 가는데, 얼룩말 무늬를 떠올리게 하는 기하학적 형태가 마음에 듭니다. 그래픽적이면서도 위트 있고 약간의 세련된 감각이 가미되어 있죠. 공간을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화병은 아주 단순하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두 가지 형태를 바탕으로 만들었어요. 나란히 두든 따로 놓든 두 오브제가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사이드 테이블은 컬렉션 중 가장 심플하지만, 미니멀하면서도 비정형적인 비례감을 살려 한 번 더 눈길이 가도록 디자인했죠.
리사 힐란드: 도자기 조형물을 구상할 때 처음에는 얌전하고 중성적인 컬러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카린 구스타브손이 "조금 더 대담해져도 좋다"며 쨍한 오렌지 컬러를 제안하더군요. 혼자였다면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선택이었습니다. 완성된 제품을 보니 칙칙할 수 있는 공간에 강렬한 색채를 더해주는 훌륭한 포인트가 되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케아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실용성이 없어 보이는 오브제도 우리 삶에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쓸모없어 보이지만 공간에 필요한 예술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나요?
카린 구스타브손: 예술이야말로 단순한 집(House)을 진정한 '우리 집(Home)'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라고 확신합니다. 예술은 무채색의 공간에 개성과 색, 감정을 불어넣어 주니까요. 호기심이나 행복을 느끼게도 하고,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죠. 이번 콘스트룬다 컬렉션에는 7인 아티스트 각각의 또렷한 감각과 세계관이 깊게 담겨 있습니다. 이 오브제들이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갔을 때, 각자의 방식에 따라 저마다 다른 울림으로 와닿을 것입니다.
▶ 소비자들이 이 제품들을 실제 주거 공간에 놓을 때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링 팁이 있다면요?
카린 구스타브손: 공간에 인상을 주기 위해 수많은 물건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된 하나만 있어도 충분해요. 아름다운 조형물을 자연광이 잘 드는 곳에 두어 빛에 따른 입체감을 살릴 수도 있고, 기하학적 오브제를 받침대 삼아 이미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올려둘 수도 있죠. 집을 꾸밀 때 조금 더 대담해졌으면 합니다. 옷이 그 사람을 보여주듯, 공간 역시 당신이 누구인지를 반영해야 해요.
컬렉션에 참여한 작가 리사 레이세르(Lisa Reiser)와 연출법을 논의할 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녹색 유리 화병은 창가에 두어 빛이 반사될 때 투명한 감각이 극대화되는 반면, 실버 화병은 조금 어두운 구석에 두고 조명을 비추었을 때 은은한 표면 질감이 살아난다고 하더군요. 집 안에서 오브제를 돋보이게 만드는 방법은 정말 다채롭습니다.
카린 구스타브손: 좋은 오브제란 보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고 개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존재입니다. 꼭 눈앞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실용적인 물건일 필요는 없어요. 그저 곁에 있으면서 소소한 기쁨이나 호기심, 혹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공간을 의미있게 만드는 거니까요.
예를 들어 작가 아캉크샤 데오(Akanksha Deo)는 큐브를 쌓아 올린 인도의 전통 목제 장난감 형상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었는데, 그 형태는 마치 밤낮으로 사용자의 공간을 오롯이 지켜주는 미더운 동반자(Companion)처럼 느껴집니다. 반면 리사 레이세르에게 오브제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 아련한 사람을 불러오는 '기억의 저장소' 역할을 하죠. 이처럼 물건이 사용자의 삶과 서사를 맺을 때, 그 오브제는 대체 불가능한 삶의 온기로 부활하게 된다고 믿어요.
인터뷰=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