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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LA에선 허름한 가게가 더 근사할까…격 없음이 럭셔리가 된 이유 [박은새의 유별난 브랜딩]
작고 느슨하고 자유롭게
LA다움을 들여다 보다
LA다움을 들여다 보다
잔뜩 힘을 주고 한 끗 뽐낸 것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각광받고 본질적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시대다. 사악한 가격의 스무디를 글로벌 트렌드로 만들고, 모든 종류의 라이프스타일 럭셔리를 캐주얼하게 풀어내는 도시가 있다. 이민자들의 도시, 날씨로 축복받은 천사들의 도시, 바로 로스앤젤레스. 단언코 날씨가 한몫하지만, LA다움에 매료된 후 이 도시를 매년 찾게 된다.
농작물의 풍요로움과 문화의 다양성은 전 세계 퀴진을 특징 있고 높은 퀄리티로 구현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준다. 본래의 정체성을 지키며 LA의 환경과 시대정신에 맞춰 새롭게 재탄생되는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LA다움'이 형성되는 모습은 다운타운 북쪽 지역인 실버레이크와 에코파크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식료품점에 붙은 작은 창구 하나로 미슐랭 빕 구르망을 받은 리틀피시 / 사진. ©박은새
리틀피시는 팬데믹으로 셰프 안나와 니키가 한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해고되면서 시작되었다. 에코파크 자택 뒷마당에서 친구들에게 생선을 튀겨 내다가 팝업을 시작했다. 3년간 여러 장소를 순회하며 팔로워를 늘리고 2023년 첫 고정 매장을 열었다.
표고를 우려 끓인 콘지에 반숙란과 고추기름을 얹어 종이 그릇에 낸다. / 사진. ©박은새
시그니처는 프라이드 피시 샌드위치로, 지속가능한 수산물 소싱과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토스트와 콘지가 함께 있는 메뉴판은 국적과 장르를 종잡을 수 없다. 브라운 치즈 토스트, 팬케이크, 콘지를 주문했다. 콘지는 표고를 우려 쌀알이 풀어질 때까지 끓였고, 위에 반숙란과 실파, 고추기름을 얹었다. 토스트는 사워도우를 검게 구워 흰 크림을 깔고 뭉근히 익힌 대파와 잎채소를 올린 뒤 튀긴 샬롯과 김을 뿌렸다. 팬케이크에는 사워크림과 사과 콩포트, 계핏가루와 굵은 소금을 얹었다.
버질 애비뉴 모퉁이의 커리지 베이글스, 이른 아침부터 주문 창구 앞에서 메뉴를 읽는 사람과 픽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 사진. ©박은새
커리지 베이글스(Courage Bagels)와 스퀄(Sqirl)이 있는 이스트 할리우드 동쪽 끝 버질 빌리지로 향해 본다. 80년대 내전을 피해 온 중미 이민자들이 수십 년간 살아온 동네다. 창업자 아리엘과 크리스는 2017년 자택 부엌에서 커리지 베이글스를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이틀 전 반죽한 자연 발효한 도우로 베이글을 굽고, 자전거에 싣고 실버레이크를 돌며 "베이글!"을 외쳐 팔았다.
손으로 써 붙인 커리지 베이글스 메뉴판 / 사진. ©박은새
이후 실버레이크 파머스마켓 좌판, 커피숍 납품을 거쳐 2020년 첫 매장을 열었다. 개업 당시 공지 문구가 "이번 주말 softly 엽니다"였고, 공식 웹사이트는 지금도 "softly open at 777 N Virgil Ave weekends only!" 한 줄이 전부다. 메뉴는 매장 창문에 손글씨로 붙은 것이 전부이고, 주문도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주 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영업하며, 5년 넘게 단일 매장만 유지해왔다.
참깨 베이글 위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에어룸 토마토를 올리고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로 완성했다. / 사진. ©박은새
뉴욕 베이글보다 작고 얇고 달며 가운데 구멍이 큰 형태의 몬트리올 스타일 베이글을 굽는다. 시그니처는 ‘번트 에브리씽’ — 마늘·참깨에 굴린 뒤 불에 스친 듯 살짝 태운 자체 개발한 베이글이다. 겉은 크랙 소리가 나게 바삭하고 속은 가볍고 쫄깃하다. 대표 메뉴 ‘런 잇 스루 더 가든’은 채소를 몽땅 넣어 달라는 뜻의 미국 식당의 은어다.
크림치즈 위에 토마토·오이·양파·케이퍼·딜·레몬·후추·올리브오일을 얹는다. 탄 향이 밴 베이글과 갓 딴 채소를 한입에 넣으면 메뉴명 그대로 정원을 내달리는 맛이다. 아몬드버터 메뉴에 들어가는 잼은 길 건너 가게의 딸기 로즈제라늄이다.
카라카라 오렌지에 바닐라빈, 딸기에 로즈제라늄 등 스퀄 어웨이에서 판매하고 있는 잼 제품들이다. / 사진. ©박은새
TV 프로듀서 출신 제시카는 폭스 LA 사무실이 문을 닫으면서 해고된 뒤 식품 보존을 배웠다. 2011년 버질 애비뉴의 20평 남짓한 모퉁이 점포를 저렴하게 인수해 잼 회사 스퀄을 열었다. 계획은 계절 잼 제조·판매와 잼 만들기 수업이었으나, 이듬해 같은 자리를 카페로 바꾸면서 이 동네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목적지가 되었다.
소렐 페스토 라이스볼, 두툼한 브리오슈에 리코타와 계절 잼을 얹는 토스트가 LA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가 되었다.카운터에서 주문해 먹는 캐주얼 형식으로 퀄리티 높은 미식을 구현하여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사례 중 하나다. 파생 식료품 매장 스퀄 어웨이(Sqirl Away)를 운영하며 15년째 같은 모퉁이에서 영업 중이다.
스퀄의 오픈 키친. 특색 있고 퀄리티 높은 요리들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고 캐주얼하게 내어진다. / 사진. ©박은새
소렐 페스토 라이스볼은 현미밥에 소렐 페스토를 버무리고 수란과 프리저브드 레몬, 양젖 페타, 발효 할라피뇨 소스를 얹는다. 소렐의 신맛이 밥의 단맛을 밀어 올리고 페타의 짠맛이 그 사이를 붙든다. 리코타 토스트에는 두툼하게 자른 브리오슈 위에 직접 만든 리코타를 두껍게 바르고 잼을 얹는다. 리코타는 달지 않고 우유 맛만 남아 있어서 잼의 단맛을 그대로 받는다. 샥슈카는 발효 고추로 만든 소스에 수란 두 개를 앉히고 요거트와 고수를 얹어 낸다.
합판 의자에 아이가 크레용으로 그린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다. / 사진. ©박은새
그라나다(Granada)는 LA 최초의 교외 주거지 앤젤리노하이츠에 있다. 1983년 시에서 처음으로 역사보존지구로 지정돼 철거가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다. 빅토리아식 주택이 늘어선 캐롤 애비뉴 안쪽, 부부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별채에 올해 초 카페를 개업했다. 건축가 아이작과 뮤지션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드니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딸이 프리스쿨에 가 있는 시간에만 카페를 운영한다. 즉 딸의 등교가 카페 문을 여는 시간이고 하교가 카페 문을 닫는 시간이다. 별채 1층의 거실과 주방, 뒷마당을 고객에게 내어준다. 유리문 앞에 놓인 합판 의자에는 아이의 크레용 자국이 남아 있다.
거실 테이블에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앉아 일을 한다. / 사진. ©박은새
팬데믹 기간 이웃의 차고에서 열린 팝업 저녁 모임이 발판이 되었다. 매일 놀이터에서 만나는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하루 30인분, 연 매출 10만 달러 내에서 가정집 주방에서 소규모 식당을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제도(MEHKO)를 접하게 되었다. 커피는 채드, 페이스트리는 사샤, 쿠키는 시드니가 담당한다. 이스트사이드 지역의 네트워크로 수준 높은 카페 메뉴를 제공한다. 개업 한 달 만에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시드니가 주방에서 직접 고객들과 소통하며 응대하고 있다. / 사진. ©박은새
그라나다 뒷마당, 아이가 놀던 뒷마당에서 고객들이 캘리포니아 햇살을 쬐고 있다. / 사진. ©박은새
투명 용기에 담긴 반찬이 종류별로 늘어서 있고, 용기마다 재료와 만든 날짜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다. 마리네이드한 오크라, 마늘로 조린 가지, 참깨 넣은 그린빈 등 로컬 원물 기반의 반찬이 주력이다. 15달러 샘플러(그날의 반찬 4종을 김가루 뿌린 밥에 얹어 주는 도시락 형식)가 인기다. 픽업한 음식은 매장 앞 코트야드에서 먹는다. "테이크아웃 창구의 효율을 갖췄지만 내놓는 것은 LA 최고급 한식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A 일상을 채우는 가게들이 뿜어내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어느새 질투가 난다. 갖춰 입고 번듯한 장소에서 먹어야만 할 것 같은 퀄리티의 음식을 길거리에서, 야외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요리와 공간에 여유를 담아낸다. 오픈 키친으로 주방은 열려 있으며, 손글씨로 쓴 메뉴에는 위트가 담겨 있다.
자연스러운 멋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의 가치를 알아보고 소비할 수 있는 고객들이 완성한다. LA 미식의 소비자들은 재택이나 프리랜서가 많고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자율성을 확보한 사람들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진짜 럭셔리다. 격식 없음이 격이 된다.
좌석을 갖춘 매장으로 옮겨가는 리틀피시, 잼 곰팡이 논란이 터진 스퀄. 크고 작은 이슈와 논란 속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매일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복제 불가능한 브랜드는 개인이 자기 삶의 크기와 스토리로 사업의 형식을 새롭게 짜고 규격화를 거부함에서 비롯된다.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아이가 놀던 대로 그대로 둔 자리에 사람이 모인다.
농작물의 풍요로움과 문화의 다양성은 전 세계 퀴진을 특징 있고 높은 퀄리티로 구현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준다. 본래의 정체성을 지키며 LA의 환경과 시대정신에 맞춰 새롭게 재탄생되는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LA다움'이 형성되는 모습은 다운타운 북쪽 지역인 실버레이크와 에코파크에서 가장 잘 엿볼 수 있다.
해산물로 아침을 여는 곳
시차로 일찍 깨는 시간은 아침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는 설렘으로 채운다. 해산물 중심으로 아침 메뉴를 운영하는 곳은 어떨까. 에코파크 선셋대로에 위치한 리틀피시(Little Fish)는 식료품점 다다 마켓(DADA Market)에 붙어 있다.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픽업해서 도로 위 벤치에서 먹는다. 작은 창구 형태로 미슐랭 빕 구르망을 획득했다.
집 부엌에서 시작된 특별한 베이글
크림치즈 위에 토마토·오이·양파·케이퍼·딜·레몬·후추·올리브오일을 얹는다. 탄 향이 밴 베이글과 갓 딴 채소를 한입에 넣으면 메뉴명 그대로 정원을 내달리는 맛이다. 아몬드버터 메뉴에 들어가는 잼은 길 건너 가게의 딸기 로즈제라늄이다.
잼 하나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매장
소렐 페스토 라이스볼, 두툼한 브리오슈에 리코타와 계절 잼을 얹는 토스트가 LA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가 되었다.카운터에서 주문해 먹는 캐주얼 형식으로 퀄리티 높은 미식을 구현하여 전국적 인지도를 얻은 사례 중 하나다. 파생 식료품 매장 스퀄 어웨이(Sqirl Away)를 운영하며 15년째 같은 모퉁이에서 영업 중이다.
아이의 크레용 자국이 남은 카페
한인 셰프가 만든 반찬가게의 특별함
페릴라(Perilla)는 부산이 고향이며 산타모니카 파인다이닝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김지희 셰프의 반찬가게다. 팬데믹 기간, 지역 농산물로 만든 계절 반찬 픽업 팝업으로 시작해서 온라인 팔로워를 구축했다. 3년 전 차이나타운·에코파크 경계에 매장을 열었다. 앨파인 코트야드는 100년 된 집 여섯 채를 고쳐 만든 마당이다. 직전 개발업자가 거주자를 내보내고 럭셔리 아파트를 지으려다 불허된 자리를, 건축가가 사들여 옛 배치 그대로 복원했다. 개조한 차고에 커피집이 있고, 마당 건너편 또 다른 차고에 페릴라가 있다. 6평 내외의 주방 겸 매장은 색을 맞춰 진열한 약주 병과 소스가 놓인 미니마트를 겸한다.투명 용기에 담긴 반찬이 종류별로 늘어서 있고, 용기마다 재료와 만든 날짜가 적힌 라벨이 붙어 있다. 마리네이드한 오크라, 마늘로 조린 가지, 참깨 넣은 그린빈 등 로컬 원물 기반의 반찬이 주력이다. 15달러 샘플러(그날의 반찬 4종을 김가루 뿌린 밥에 얹어 주는 도시락 형식)가 인기다. 픽업한 음식은 매장 앞 코트야드에서 먹는다. "테이크아웃 창구의 효율을 갖췄지만 내놓는 것은 LA 최고급 한식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LA 일상을 채우는 가게들이 뿜어내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에 어느새 질투가 난다. 갖춰 입고 번듯한 장소에서 먹어야만 할 것 같은 퀄리티의 음식을 길거리에서, 야외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요리와 공간에 여유를 담아낸다. 오픈 키친으로 주방은 열려 있으며, 손글씨로 쓴 메뉴에는 위트가 담겨 있다.
자연스러운 멋은 연출된 것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고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수준 높은 미식 경험의 가치를 알아보고 소비할 수 있는 고객들이 완성한다. LA 미식의 소비자들은 재택이나 프리랜서가 많고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자율성을 확보한 사람들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진짜 럭셔리다. 격식 없음이 격이 된다.
좌석을 갖춘 매장으로 옮겨가는 리틀피시, 잼 곰팡이 논란이 터진 스퀄. 크고 작은 이슈와 논란 속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매일 등장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의 행보가 궁금하다. 복제 불가능한 브랜드는 개인이 자기 삶의 크기와 스토리로 사업의 형식을 새롭게 짜고 규격화를 거부함에서 비롯된다. 페인트가 벗겨진 채로, 아이가 놀던 대로 그대로 둔 자리에 사람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