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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새
    박은새 외부필진-W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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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 조경, 도시를 공부하고, 마켓컬리 초창기부터 8년이 넘게 크리에이티브와 브랜드 전략을 총괄했다.
    현재는 브랜드 컨설팅을 통해 본질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세상에 아름답게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 세계 지도 위 작은 '점'…지중해 끝에서 오디세우스를 만나다 [박은새의 유별난 브랜딩]

    고도가 낮아지자, 짙푸른 바다 위로 섬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세계 지도에서 고작 '점'으로 보히는 나라, 몰타다. 지중해의 한적하고 느긋한 섬나라를 상상하며 마주한 세인트 줄리앙 지역은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다. 고층 호텔과 콘도미니엄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해안가의 화려함과 번잡함이 놀랍다. 관광객만 많은게 아니다. 영어가 공용어라 어학연수와 한 달 살기를 하러 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몰타의 수도 발레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요새 도시다. 오스만 제국의 대공세를 막아낸 성 요한 기사단이 1566년부터 도시 전체를 요새로 쌓아 올렸다. 아파트 20층 높이의 성벽이 바다 위로 솟아 있다. 발레타로 들어서는 입구에 독특한 건물이 보인다.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몰타 국회의사당이다. 도시 전체를 이루는 노란 석회암을 그대로 가져와 기계로 깎아 지었다. 벌집을 형상화한 외벽은 2015년 완공 당시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시대를 선도하는 행보는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감당해야 하는 고충이 느껴진다.발레타는 계획도시답게 도로가 바둑판식이라 길 찾기가 쉽다. 언덕 도시인데도 갑옷 입은 기사와 대포가 오르내릴 수 있도록 지어져서 계단이 낮다. 골목마다 건물 외벽에 발코니가 튀어나와 있다. 갈라리야라고 부르는 몰타식 폐쇄형 발코니로, 아랍의 격자창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원색부터 파스텔까지 집집마다 다른 색을 칠해 두었다. 규칙도 패턴도 없다. 일상의 주거 공간이 한 편의 세트장 같다.몰타는 자원이라 부를 것이 없는 바위섬이지만 지중해 한가운데 위치하여 끊임없이 침략에 시달렸다. 페니키아, 로마, 비잔틴,

    2026.07.29 16:07
  • 수백년 침략 당한 흔적 위에 황금빛 문화 덧칠한 시칠리아

    지중해 한복판에 있는 시칠리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가 탐낸 요충지다.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스페인 등 새로운 승자들이 앞다퉈 이 섬을 점령했다. 흥미로운 점은 새로운 정복자들이 앞선 시대의 흔적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시대를 거듭하며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문명들은 역설적이게도 시칠리아만의 고유한 미학을 완성했다. 수많은 침략과 재난을 묵묵히 견뎌낸 이 섬에는, 문명의 흔적을 좇는 여행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인류의 서사가 스며 있다. 무질서가 아닌 ‘융합’의 미학주도(州都)인 팔레르모는 제주도 14배 크기에 달하는 지중해 최대의 섬, 시칠리아의 심장이다. 중심 거리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괴테가 왜 “거리를 대충 파악하는 것은 쉬우나 완전히 정통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라고 했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신호를 무시한 채 과속으로 달리는 차들, 슬럼화된 복잡한 구시가지 곳곳에 펄럭이는 빨래가 자아내는 번잡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쯤, 메인 도로 4개가 만나는 사거리 ‘콰트로 칸티(Quattro Canti)’가 등장한다. 영화와 드라마 배경으로 접하던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인파를 따라 조금 더 걸으면 영화 ‘대부 3’의 촬영지로 유명한 ‘마시모 극장(Teatro Massimo)’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리, 빈 오페라 하우스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이 오페라 극장은 그리스 코린트식 기둥으로 세워진 웅장한 외관이 압도적이다. 내부에 들어서 고개를 들면 붉은빛과 금빛으로 찬란한 천장, 그리고 벽화 ‘음악의 승

    2026.07.09 17:15
  • 시칠리아, 이 섬에선 과거가 사라지지 않는다 [박은새의 유별난 브랜딩]

    지중해 한복판에 위치한 시칠리아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가 탐냈던 요충지다. 그리스, 로마, 비잔틴, 아랍, 노르만, 스페인 등 새로운 승자들이 앞다퉈 이 섬을 점령했다. 새로운 정복자들이 앞선 시대의 흔적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았던 걸까. 시대를 거듭하며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문명들은 시칠리아만의 고유 미학을 완성했다. 수많은 침략과 재난을 묵묵히 견뎌낸 이 섬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쌓여 있다.주도(州都)인 팔레르모는 제주도의 14배 크기에 달하는 지중해 최대의 섬, 시칠리아의 심장이다. 중심 거리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니 괴테가 왜 "거리를 대충 파악하는 것은 쉬우나, 완전히 정통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차들은 신호를 무시한 채 과속으로 달리고, 슬럼화된 복잡한 구시가지 곳곳에 빨래가 펄럭인다. 번잡함이 최고조에 달할 때쯤 메인 도로 4개가 만나는 사거리, ‘콰트로 칸티’에 다다른다. 영화, 드라마 배경으로 접했던 17세기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나타나자 반가운 마음이 든다.인파를 따라 조금 더 걸으니 마시모 극장(테아트로 마시모)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대부 3>의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은 그리스 코린트식 기둥으로 세워진 웅장한 외관이 압도적이다. 세월의 때가 탄 빛바랜 표면에 잠시 아쉬움이 스치다가도, 주변의 이국적인 야자수와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대로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은 파리, 비엔나(빈) 오페라 하우스 다음으로 유럽에서 셋째로 큰 오페라 극장이다. 비록 시즌이 맞지 않아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극장 내부로 들어서는

    2026.06.29 10:02
  • 활화산이 만든 특별한 식탁…에트나가 만든 풍경 [박은새의 유별난 브랜딩]

    사방으로 샛노란 들꽃들이 만개한 도로. 창문을 내리자 뜻밖의 허브 향이 상쾌하게 밀려들어 온다. 시칠리아 내륙, 에나(Enna) 고원의 구릉지다. 이탈리아 주도 중 가장 높이 자리한 이 내륙 고원은 해안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청아한 연두빛 초록이 광활한 밀밭을 뒤덮고 있다. 봄기운이 물결치는 구릉지대 사이로, 에트나 산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하얀 망또를 걸친 모습이다. 눈인지 화산재인지, 차 안에서는 추측과 주장이 난무한다. 논나의 맛 비결을 찾았다돌로 지어진 고성 같은 농가를 토스카나에서 처음 접하고 이탈리아 도시를 조금만 벗어날 기회가 되면 아그리투리 스모(agriturismo, 이탈리아식 농장 숙박)를 계속 찾게 된다. 머무는 동안 그 땅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직접 기른 올리브로 짜낸 올리브오일을 비롯해 논나의 레시피로 차려진 식탁에서 떼루아의 축복을 만끽한다.에트나 근처 ‘La Fattoria Dei Nonni’. 논나(nonna, 이탈리아어로 할머니)의 농장이라는 뜻이다. 아침 식사가 훌륭하다는 후기가 많아 고민 없이 예약했다. 도착하자 어두컴컴해진 숙소 근처에는 저녁을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 예약을 미리 못 했음에도 호스트는 토마토 파스타를 내어준다. 오랜만에 맛보는 순도 높은 토마토 소스다. 한국에서 본토의 맛을 최대한 내려고 토마토를 장시간 오븐에 굽고 냄비에 끓이곤 한다. 논나의 비결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깊은 맛이 날까. 호스트 안젤라(Angela)는 준비된 게 없다면서도 이것저것 계속 내어준다.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속 논나의 손맛과 손님을 가족처럼 환대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나 보다.다음 날, 아침 식사 담당이라며

    2026.05.18 14:54
  • "비만 온다던데"…회색도시가 자꾸 생각나는 이유 [박은새의 유별난 브랜딩]

    안개가 자욱했고 진눈깨비가 흩날렸다. 건축 수업에서 텍스트로만 접하던 도시, 시애틀에서 마주한 첫 풍경이다. 떠나기 전 지인들이 건넨 말은 하나같이 회의적이었다. “먹을 게 없다”, “볼 게 없다”, 그리고 “예쁘긴 한데 비가 안 올 때만 그렇다”는 식이었다.실제 3월임에도 해가 없는 길고 긴 겨울의 울적함이 도시를 온통 덮고 있었다. 하지만 첫인상의 서늘함과 달리, 거리를 깊숙이 걸을수록 이 회색빛 도시에 대한 편견은 안개처럼 조금씩 흐려졌다. 흐린 날씨가 주는 낭만도시의 차가운 공기 때문인지 오래된 아파트를 개조한 숙소는 어두침침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는 난방 온도계를 모두 올려놓고 도보 3분 거리의 파이크 플레이스로 나섰다. 미국 전국구 차우더 경연에서 17번이나 1위를 했다는 파이크 플레이스 차우더 가게 앞 늘어선 줄을 보는 순간 울상이 되어버렸다. 뉴잉글랜드 스타일 차우더가 왜 시애틀에서 유명할까 하는 의구심이 앞섰다. 대부분 관광객으로 북적여보여 우려가 됐지만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처지가 아니었다.시그니처 메뉴인 뉴잉글랜드 클램 작은 사이즈, 그리고 또다른 인기 메뉴인 씨푸드 비스크는 사워도우 빵 안에 담아주는 브레드 볼로 주문했다. 보스톤에서 살았었지만, 차우더하면 짜고 느끼한 크림에 소량의 질긴 조개가 비실비실하게 담겨있다는 기억뿐이다.된장찌개에서 끓고있는 조개를 구매한 곳이 수산시장인지 마트인지를 후각으로 식별하는 피를 물려받아 해산물의 신선도에는 예민한 편인데, 합격이다. 시판 조개 육수의 짠맛이 아니다. 부드럽게 진한 맛의 차우더 한 입에 갑자기 시애틀의 우중충한 매력에 흠뻑 빠졌다.

    2026.04.1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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