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논란이 인 ‘모두의 창업’ 1차 프로젝트.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사업의 플랫폼 개발 업체에 대해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정해진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산하기관이 사전에 업체와 계약금까지 지정해 신한은행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쟁입찰 등 통상적인 공공 조달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민간은행을 내세워 계약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는 모두의창업 2차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플랫폼 운영사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창업진흥원이 결정…계약은 신한은행?

17일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한 창업진흥원의 ‘모두의 창업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창업진흥원은 지난 3월 5일 신한은행에 플랫폼 구축·운영 업체를 트리플오스로, 사업비를 14억5000만원으로 명시해 전달했다. 신한은행은 트리플오스의 플랫폼 개발비를 부담하고, 트리플오스가 구축한 플랫폼은 다시 창업진흥원에 공공기부하는 구조다.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는 중기부가 총괄하고 창업진흥원이 집행하지만, 이들이 트리플오스와 직접 맺은 용역계약은 없다.
[단독] 해킹된 '모두의창업' 플랫폼社, 알고보니 정부기관이 선정
이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계약 주체는 신한은행이지만 업체명, 계약금 등은 창진원이 적시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지정이 아니라 추천”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윤 의원은 “신한은행이 창진원의 요청을 받고 계약을 체결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신한은행과 트리플오스 간 계약 경위에 대해 ‘민간 협력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성숙 당시 중기부 장관은 지난 6월 25일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모두의창업) 홈페이지 관련 부분은 신한은행과 관계 속에 민간 협력으로 이뤄진 부분”이라고 밝혔다.

왜 트리플오스를 선정했는지도 ‘깜깜이’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으로, 플랫폼 개발·구축과는 거리가 있다. 개인정보와 창업 아이디어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를 맡을 만한 역량이 있는지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은 플랫폼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접근통제와 권한관리 등 백엔드 설계·보안 영역에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중기부 담당과장은 “트리플오스는 공공 경험은 없지만 민간 플랫폼 구축 경험이 많아 창업진흥원이 시급성, 개발 여력 등을 고려해 추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쟁입찰 없이 ‘속전속결’

이재명 정부가 강조한 중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속도를 내기 위해 경쟁입찰을 피해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만일 공개입찰이라면 계약심의위원회 구성(1~2주), 입찰공고 및 제안서 제출(15~20일), 선정평가(2주) 등 약 두 달이 걸린다. 그러나 창업진흥원이 과업지시서를 건넨 지 8일 뒤인 3월 13일 신한은행과 트리플오스가 계약을 했다. 닷새 뒤인 18일에는 창업진흥원과 신한은행이 공공기부 형태로 플랫폼 소유권을 이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필요한 절차를 비켜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부는 모두의 창업 2기 사업에서도 기존 플랫폼 운영사를 유지하기로 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된 사업인 만큼 회계연도 안에 사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운영사를 교체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정부가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다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사업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하면서 또다시 같은 업체에 운영을 맡긴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광식/하지은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