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오방가는 아방가르드
문화는 경계에서 자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거리문화의 벽을 허물었다. 현대건축은 예술과 디자인, 정보기술(IT)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공간을 창출한다. K팝은 전통가요에 힙합과 R&B, 록, 전자음악 등 다양한 장르는 물론 인디음악의 실험 정신까지 거침없이 아우르며 세계를 선도한다.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도 음악적 뿌리를 얘기하며 인디음악의 영향을 밝힌 적이 있다.

부산 남구 경성대 인근에 인디음악의 명소 ‘오방가르드’가 있다. ‘끝내준다’는 의미의 속어 ‘오방간다’와 전위적 예술을 뜻하는 ‘아방가르드(avant-garde)’의 합성어다. 2018년 문을 연 이후 대중문화의 다양성을 키우는 모세혈관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말, 매주 토요일 오전 진행하는 민원행사 ‘국쫌만(국회의원 쫌 만납시다)’에 오방가르드를 운영하는 청년들이 찾아왔다. 남구청으로부터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흥이 난 관객이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겼다는 이유였다.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업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손님이 춤을 출 수 없다. 음악과 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 문화를 이끄는 K팝의 대한민국에서, 오래된 업종의 칸막이가 청년들의 해방구를 틀어막고 대중문화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아이러니였다. 과거에는 밥 먹고 술 마시는 곳, 노래하고 춤추는 곳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변칙적인 유흥업소를 엄격히 규제하며 위생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이유도 분명했다. 시대가 흐르고 문화도 빠르게 바뀌었다. 식사하며 공연을 보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공간이 등장한 지도 언 30년 정도 된다.

라이브클럽 등 소규모 공연시설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일반음식점에서도 관객이 춤을 출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부산 남구는 아직이었다. 남구 조례 개정으로 만족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같은 문화가 어디에서는 허용되고, 어디에서는 영업정지 사유가 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업종의 경계도 모자라, 행정구역의 경계까지 문화의 칸막이가 되는 셈이다.

식품위생법과 공연법 등 관련 제도를 살폈다. 규제 타파를 빌미로 일탈을 돕거나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따져봤다. 고민 끝에 일정 규모 이하 시설을 ‘소규모 공연시설’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작은 라이브클럽을 공연문화의 공간으로 인정하고 현실에 맞는 운영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오방가르드’ 청년들이 지난주 서울 사무실을 다시 찾아왔다. 부산 ‘국쫌만’에서 만난 지 2주 만이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고 고마웠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과 칸막이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시도하며 참신한 문화를 열어가는 청년들 덕에 대한민국이 진화하며 세계로 나아간다. 다시 문을 열 오방가르드에서 새로운 K팝의 역사가 쓰일지 누가 아는가. 흑백에서 벗어나 낡은 경계를 허물고 다양성을 어우를 때, 끝내주는 혁신, ‘오방가는 아방가르드’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