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경쟁이 자본만으로 결정될까
AI 서비스를 고를 때면 가격표를 한 번 더 보게 된다. 간단한 일은 무료 모델로도 충분한데, 중요한 일을 맡길 때면 결국 비싼 모델에 눈길이 간다. 가격이 높으면 성능도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가격표에 꽤 쉽게 설득되는 편이다.

AI 산업도 한동안 비슷해 보였다. 더 많은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 더 큰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확보한 기업이 결국 앞설 것 같았다. 최첨단 AI를 학습시키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자본이 많을수록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고, 실패도 감당할 수 있다. AI 경쟁에서 자본은 분명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 최근 중국 AI 기업을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최첨단 반도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이들은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찾았다. 부족하니 아껴 쓸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효율이 경쟁력이 됐다.

딥시크가 사용하는 방식 중 하나가 ‘전문가 혼합 구조(MoE)’다.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모델 전체를 움직이는 대신 필요한 부분만 골라 계산에 참여시킨다. 회사로 치면 안건마다 전 직원을 회의실에 부르는 대신 필요한 사람만 부르는 방식이다. 이 설명을 들으니 지난주 회의가 떠올랐다. 여러 의견을 듣고 싶어 참석자를 많이 불렀다. 사람이 많으면 좋은 생각도 많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의견은 많아졌고 회의도 길어졌다. 정작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많이 모으는 것과 잘 쓰는 것은 다른 일이다.

AI도 비슷하다. 자원이 많으면 유리하지만 모든 자원을 항상 다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필요한 곳에 얼마나 정확하게 집중하느냐가 중요하다. 자원이 넉넉하면 여러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있지만 부족하면 낭비부터 줄인다. 결핍은 때로는 더 나은 방법을 찾게 한다. 이제 경쟁은 누가 가장 큰 모델을 개발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좋은 성능을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만들고 널리 쓰이게 하는지도 중요해졌다.

금융회사가 AI를 바라보는 기준은 더 까다롭다.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다고 바로 선택할 수는 없다. 고객 데이터가 어디에서 처리되고 저장되는지, 어떤 법과 보안 기준이 적용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직접 운영하면 데이터 통제력은 높아지지만 관리 책임도 커진다. 금융에서는 싸게 시작한 선택이 나중에 가장 비싼 선택이 되는 사례도 있다.

미국 기업은 막대한 자본으로 AI 성능의 한계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국 기업은 제한된 자원 속에서 효율을 높이는 길을 찾고 있다. 어느 방식이 더 멀리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AI 경쟁을 보는 내 시선은 조금 바뀌었다. 예전에는 누가 더 많은 반도체와 자본을 확보했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가진 자원을 어떻게 쓰는지도 같이 보게 된다.

가끔 AI 가격표를 볼 때면 지난주 회의가 함께 떠오른다. 사람도 그렇고, 자본도 그렇고, 연산도 그렇다. 많다고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이 가진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어렵다. AI도,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