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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뒷맛 개운치 않은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 타결
파업 대비에 10억대 예산 들어
'반쪽' 합의 불씨 여전히 남아
김영리 사회부 기자
'반쪽' 합의 불씨 여전히 남아
김영리 사회부 기자
서울시가 시내버스 파업에 대비해 준비한 비상수송대책 비용은 10억~1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틀간 파업한 지난 1월에는 약 16억원이 들었다. 버스가 멈출지도 모른다는 예고만으로 15일 시와 25개 자치구는 무료 셔틀버스 1500대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202회 증편을 준비했다. 학교에는 등교시간 조정을, 기업에는 유연근무를 요청했다. 협상장 안팎에서 적지 않은 비용과 행정력을 동원한 긴박한 하루가 이어졌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는 법정 조정기한(9월 15일)을 넘긴 16일 오전 1시50분에야 2026년 임금협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첫차 출발까지 두 시간 남짓 남은 시점이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이어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밤 10시께 노조가 조정 결렬을 선언하는 진통도 있었다.
시민들은 평소대로 출근할 수 있게 됐지만 타결 내용을 들여다보면 뒷맛이 씁쓸하다. 운전직 조합원의 호봉별 기본급을 3.2% 올리기로 했을 뿐 최대 쟁점인 통상임금 산정 기준은 결론을 내리지 못해서다. 시간당 임금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월 기준시간이 핵심이다. 같은 임금을 나누는 시간이 짧을수록 통상시급이 높아지고 이에 연동되는 연장·야간근로수당도 늘어나는 구조다. 노사는 이르면 연말에 나올 관련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기로 했다.
1월에도 노사는 2025년도 임금을 2.9% 인상하면서 통상임금 문제를 남겨뒀다. 서울시의 한 고위급 공무원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또 파업 갈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인을 알면서도 8개월 만에 같은 숙제를 남긴 셈이다.
막판까지 버티는 협상이 노사 각자의 이익을 지키는 전략일 수는 있다. 하지만 다음 날 버스를 탈 수 있을지 걱정하며 졸린 눈을 비비는 시민들이 언제까지 ‘극적 타결’이라는 단어를 반길 수 있을까. 안전을 생각한다면 새벽 운전을 준비하는 기사들의 쉴 시간도 보장돼야 한다.
노사는 다음달부터 2027년 임금협상에 들어간다. 노사와 서울시는 법원의 판단만 기다리지 말고 판결 이후 정산 절차와 후속 협의 일정을 지금부터 구체화해야 한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한밤의 반전 드라마가 아니라 내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한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