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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학력주의 흔드는 '삼전닉스' 열풍
반도체 마이스터고 인기 치솟아
기술로 성공하는 길 다진 효과
고재연 사회부 기자
기술로 성공하는 길 다진 효과
고재연 사회부 기자
지난 5월 만난 취재원 말에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성과급이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된 시기다. “부장님 최고의 자랑은 부동산 투자에 성공했을 때와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갔을 때”라는 우스갯소리에 새로운 자랑거리가 추가된 셈이다.
인공지능(AI)발(發) 반도체 슈퍼호황이 교육계에서 대학 진학 중심의 일방향적 ‘성공 공식’을 바꾸고 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2년제 전문대에 ‘유턴 입학’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반도체 마이스터고에는 대학생과 일반계고 학생이 재입학할 수 있는 방법이 있냐고 문의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들의 목표는 더 이상 4년제 대학 진학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익혀 하루빨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취업하고자 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업계고 졸업자의 대학 등 진학률은 49.2%에 달했다. 직업계고 졸업생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의미다.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20년(42.5%)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만난 한 특성화고 교사는 “직업계고 진로 상담에서 취업 얘기를 꺼내면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고 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취업으로 연결하는 직업계고 설립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다.
직업계고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은 배경에는 ‘최소한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사회에서 중요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뿌리 깊은 ‘대학 중심주의’가 자리한다. 오랜 고정관념에 변화가 나타난 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이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는 새로운 자산층으로 떠오르면서다.
변화의 바람은 대입에서도 감지됐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문과·이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모두가 ‘의대’를 향해 뛰는 대입 피라미드에도 미세한 균열이 나타났다. 지난 11일 마감한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 8개 의대의 평균 경쟁률은 전년보다 하락했다. 반면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주요 반도체 계약학과의 평균 경쟁률은 28.53 대 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한 해 입시 지원 결과만으로 ‘의대 쏠림’과 대학 중심주의가 무너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 반도체 기업의 성장이 기술과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형성하고, 엔지니어가 다시 대접받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