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열린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모나 하툼의 설치작 ‘웹(Web)’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삼청동 선혜원에서 열린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모나 하툼의 설치작 ‘웹(Web)’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미술전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가장 큰 볼거리는 수백년 된 건축물과 현대미술의 조화다. 옛 벽화를 비롯해 고풍스러운 장식과 창밖의 운하 풍경, 현대미술 작품이 어우러지는 그 모습은 대규모 최첨단 미술관도 흉내 내지 못하는 매력을 뿜어낸다.

국내에서는 삼청동과 북촌 일대의 한옥이 그런 공간으로 꼽힌다. 서울 삼청동 선혜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1968년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직접 매입해 작고할 때까지 기거한 사저(私邸)다. SK가 그룹 연수원으로 쓰다가, 지난해 한옥 세 채를 얹은 문화공간으로 새로 지었다.

지난해부터 이곳은 가을철마다 미술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올해 제주 포도뮤지엄이 기획하고 SK 선혜원이 주관하는 전시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에서는 팔레스타인계 작가 모나 하툼(74)과 최성임(49), 김윤수(51) 세 사람의 작품이 한옥을 채웠다.

경흥각에 들어서면 굵은 서까래 아래 유리구슬 1200개를 만날 수 있다. 하툼의 설치작 ‘웹(Web)’이다. 가느다란 쇠줄에 매달린 구슬이 빛을 머금어 아침 이슬이 맺힌 거미줄처럼 보인다.

하툼은 1975년 런던에 잠시 머무는 사이 고향 레바논에서 내전이 터진 탓에 귀국하지 못했다. 그 뒤로 작가는 집과 경계, 안전과 위협 등의 주제를 다뤄 왔다. 거미줄 모양의 작품에 담긴 의미도 같은 맥락이다. 거미줄은 거미에게 알을 감싸는 집이지만, 먹이에게는 덫이다. 하툼은 “장엄한 기둥과 서까래가 있는 한옥 덕분에 이곳에서는 더욱 마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로비에 펼쳐진 작품은 최성임의 ‘황금이불’이다. 식빵 봉지를 묶는 금색 빵끈을 볏짚 엮듯 가로세로로 하나씩 끼워 짠 6.2x4.8m 크기의 작품이다. 기계 없이 손으로만 짜느라 밤낮으로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최성임 작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몸에 가장 먼저 닿는 풍경이자 내 몸보다 큰 세계”라며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안과 바깥이 만나는 자리에 이불을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하 회랑에는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 8점이 나왔다. 유모차 방풍막으로 쓰는 얇은 파란 비닐에 사람들 발바닥 윤곽을 그려 오린 뒤 여러 겹으로 포갠 작품이다. 김윤수 작가는 “인간이 땅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발의 역할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개관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안채 격의 하린당에는 그가 골판지를 가늘게 잘라 감아 만든 조각이 놓였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네이버 예약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