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한옥 천장에 가득한 '구슬과 철선의 거미줄'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展
레바논 작가 하툼의 '웹' 전시
"서까래 아래 매다니 마법같아"
최성임·김윤수 등 3인전 열어
삼청동 선혜원서 10월 31일까지
레바논 작가 하툼의 '웹' 전시
"서까래 아래 매다니 마법같아"
최성임·김윤수 등 3인전 열어
삼청동 선혜원서 10월 31일까지
국내에서는 삼청동과 북촌 일대의 한옥이 그런 공간으로 꼽힌다. 서울 삼청동 선혜원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1968년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직접 매입해 작고할 때까지 기거한 사저(私邸)다. SK가 그룹 연수원으로 쓰다가, 지난해 한옥 세 채를 얹은 문화공간으로 새로 지었다.
지난해부터 이곳은 가을철마다 미술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다. 올해 제주 포도뮤지엄이 기획하고 SK 선혜원이 주관하는 전시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에서는 팔레스타인계 작가 모나 하툼(74)과 최성임(49), 김윤수(51) 세 사람의 작품이 한옥을 채웠다.
경흥각에 들어서면 굵은 서까래 아래 유리구슬 1200개를 만날 수 있다. 하툼의 설치작 ‘웹(Web)’이다. 가느다란 쇠줄에 매달린 구슬이 빛을 머금어 아침 이슬이 맺힌 거미줄처럼 보인다.
하툼은 1975년 런던에 잠시 머무는 사이 고향 레바논에서 내전이 터진 탓에 귀국하지 못했다. 그 뒤로 작가는 집과 경계, 안전과 위협 등의 주제를 다뤄 왔다. 거미줄 모양의 작품에 담긴 의미도 같은 맥락이다. 거미줄은 거미에게 알을 감싸는 집이지만, 먹이에게는 덫이다. 하툼은 “장엄한 기둥과 서까래가 있는 한옥 덕분에 이곳에서는 더욱 마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로비에 펼쳐진 작품은 최성임의 ‘황금이불’이다. 식빵 봉지를 묶는 금색 빵끈을 볏짚 엮듯 가로세로로 하나씩 끼워 짠 6.2x4.8m 크기의 작품이다. 기계 없이 손으로만 짜느라 밤낮으로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최성임 작가는 “아침에 눈을 뜨면 몸에 가장 먼저 닿는 풍경이자 내 몸보다 큰 세계”라며 “한옥의 대청마루처럼 안과 바깥이 만나는 자리에 이불을 놓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하 회랑에는 김윤수의 ‘바람의 표면’ 8점이 나왔다. 유모차 방풍막으로 쓰는 얇은 파란 비닐에 사람들 발바닥 윤곽을 그려 오린 뒤 여러 겹으로 포갠 작품이다. 김윤수 작가는 “인간이 땅과 만날 수 있게 하는 발의 역할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개관 후 처음으로 공개하는 안채 격의 하린당에는 그가 골판지를 가늘게 잘라 감아 만든 조각이 놓였다.
관람료는 무료지만 네이버 예약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