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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화가의 '가깝고도 먼 고향'
페이스갤러리 쿠나스 개인전
통일 독일 속 동독 추억 더듬어
통일 독일 속 동독 추억 더듬어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느낌이 좀 다르다. 풍경 한구석에는 만화 캐릭터가 앉아 있고, 물감이 마르기 전에 긁어 써넣은 냉소적인 농담이나 노래 가사 등이 곳곳에 써 있다. 이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면 그가 어떤 작가인지를 알아야 한다.
쿠나스는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어 있던 1974년 동독 지역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때인 1986년 가족과 서독으로 넘어왔고, 1990년 독일이 통일됐다. 재개발로 이전의 풍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그가 자라난 동독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의 작품 구석에 앉아있곤 하는 캐릭터 크르텍(Krtek)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크르텍은 ‘공산주의의 미키 마우스’로 불리던 체코의 유명 만화 주인공으로, 옛 동유럽 공산권에서 자란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쿠나스의 작품 속 풍경은 특정 장소를 뜻하지 않는다. 갤러리 측은 “쿠나스는 기억과 경험, 어디선가 본 이미지가 만나는 자리를 그린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쿠나스는 지난해 한국 사진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국내 작가가 발표한 사진과 쿠나스가 그린 그림이 매우 비슷하다는 게 문제가 됐다. 갤러리 관계자는 “쿠나스가 해당 작가와 원만히 협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쿠나스의 작품에 주로 흐르는 정서는 잃어버린 기억과의 거리감, 상실감이다. 하지만 작가는 뭔가를 잃어도 음악, 영화, 문학 같은 것들은 기억에 남아 과거를 떠올리게 해준다는 데 위안을 받는다. 전시장 2층에서는 수채화 드로잉을, 3층에서는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