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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악동' 카텔란 "이번엔 신용카드로 당혹감 줄게요"
현대카드 디자인 참여
신용카드에 자신의 얼굴 넣어
"계산원, 신분증으로 착각할 것"
문제적 작가로 세계적 유명세
벽에 바나나 붙여 83억원 받아
신용카드에 자신의 얼굴 넣어
"계산원, 신분증으로 착각할 것"
문제적 작가로 세계적 유명세
벽에 바나나 붙여 83억원 받아
그런 카텔란이 이번에 또 황당한 일을 벌였다. 현대카드가 출시하는 카드를 디자인한 것이다. 바나나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가치’란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조작되는가”를 다룬 그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총아인 신용카드에 자신의 작품을 박아넣는다는 자기모순. 자신을 본뜬 얼굴을 신용카드에 버젓이 넣어버린 카텔란에게 그의 작품세계에 관해 물었다.
카텔란에게는 명성만큼이나 신랄한 비평도 따라다닌다. ‘한 줄짜리 농담과 키치’(미국 비평가 제리 살츠), ‘광대’(영국 비평가 조너선 존스) 등이 대표적이다.
“친숙한 뭔가에서 시작해 단 하나의 규칙을 바꾸는 것이다. 교황은 서 있어야 한다. 히틀러는 약해 보여선 안 된다. 변기는 금으로 만들어지면 안 된다. 나는 언제나 ‘확신에 균열이 생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흥미를 느껴 왔다.”
▷당신이 시장을 비웃을수록 시장은 작품을 더 비싸게 산다.
“내가 해온 모든 일이 소유하고 거래하기에 쉬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장은 적응력이 극도로 뛰어나다. 공격을 가하면 결국 그 공격마저 팔려고 든다. 시장이 거부하는 작품은 아직 포장하는 법을 알아내지 못한 작품일 뿐이다.”
▷당신이 그저 광대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동의하나.
“유머와 즉흥성이 내게 중요하다는 점은 맞다. 어렵다고 해서 저절로 깊어진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는 농담이 재미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농담은 보통 덜 웃긴 무언가로 향하는 가장 빠른 길일 뿐이다.”
현대카드가 출시하는 카드 디자인은 신분증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카텔란이 만들어낸 가상의 국가에서 쓰이는 신분증이 콘셉트다. 위조 방지 홀로그램은 ‘코미디언’ 작품의 바나나 모양으로 돼 있다.
▷돈 놀음을 비꼰 바나나를 카드 위조 방지 장치로 썼다.
“그 모순이 흥미로웠다. ‘코미디언’을 발표했을 때는 사람들이 ‘바나나가 너무 비싸다’며 싸웠는데, 이 카드에 들어간 바나나는 신용 거래를 허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모순 아닌가. 사실 모순이란 건 해결될 필요가 없다. 거기서 예술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문장(紋章)으로 벽에 머리 박은 말, 바닥에 머리 박은 타조를 넣었다.
“일반적인 국가들은 힘과 자신감을 상징하는 사자·독수리를 쓴다. 여기선 앞으로 가지 못하는 말, 현실을 직시하기를 거부하는 타조를 썼다. 끔찍한 동물들이라서 좋다. 카드 소지자를 조롱하는 게 아니라,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모습을 꽤 정확하게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카드로 결제하는 순간 사람들이 무엇을 느끼길 바라나.
“신분증처럼 생겼으니 계산원이 ‘죄송해요, 신분증을 주셨네요’라고 할 수도 있다. 순식간에 자동적으로 끝나는 결제에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넣고 싶었다.”
▷수만 명이 지갑에 당신 얼굴을 넣고 다니게 된다.
“약간 께름칙하다. 하지만 카드가 ‘정체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다른 누군가가 내 얼굴을 지니고 다니지만, 카드는 그 사람의 것이니까. 부탁은 딱 하나다. 내 얼굴로 책임감 있게 소비해 달라.”
▷그렇다면 당신이 살면서 가장 잘 한 소비는 무엇인가.
“가장 후회되는 구매는 ‘내가 그것을 원해야 한다’고 스스로 믿어서 샀던 것들이다. 가장 잘 쓴 돈은 시간에 쓴 돈이다. 여행, 식사, 방, 티켓,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원하는 곳에 있게 해 준 모든 것. 사물은 대개 가치가 떨어진다. 시간은 반대로 갈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