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 강물은 끊임없이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나이가 들면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난다.

영화 ‘인턴’의 시니어 인턴 기호(최민식).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인턴’의 시니어 인턴 기호(최민식).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16일 개봉하는 영화 ‘인턴’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고령층 취업자가 사상 처음 1000만명을 돌파한 즈음이다. 영화 ‘인턴’은 제목부터가 낯설지 않다. 동명의 할리우드 원작을 리메이크했기 때문이다. 2015년 개봉한 낸시 마이어스의 ‘인턴’은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를 주연 삼아 국내에서 361만명의 쏠쏠한 흥행 기록을 썼다. 김도영 감독은 충무로를 대표 배우 최민식과 신예 한소희를 투입했다.

줄거리의 큰 뼈대는 그대로다. 60대 남성 기호(최민식) 30대 초반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선우(한소희)가 이끄는 패션기업 우투투에 ‘시니어 인턴’으로 출근한다. 모든 게 빠른 세상에서 살아남느라 정신없는 청년 그리고 속도보단 방향이 우선이었던 시대를 살아온 노인이 만난다.

영화가 이를 은유하는 방식은 꽤 탁월하다. 기호는 출판사에서 37년간 일하며 전국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번 만들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산천과 길을 종이 위에 새기는 일이다. 반면 선우는 계절마다 유행이 바뀌고, 어제의 신상품이 오늘이면 구상품이 되는 패션기업을 이끈다. 이들의 사무실은 한때 기호가 출판사 직원으로 일한 곳이다.

문제는 그럴듯하게 던진 질문에 걸맞지 않은 빈약한 해답이다. 기호가 젊은 인턴 동기들에게 ‘감다뒤’(감이 다 죽었네)나 ‘영크크’(젊고 감각적인 사람) 같은 신조어를 배우는 정도로 세대 간 간극을 가볍게 봉합해 버린다.

개봉을 앞두고 김도영 감독이 “직장 내 갈등의 봉합과 극복 과정을 한국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던 것을 곱씹으면 성에 차지 않는다. 직장인들의 세대 차이는 유행어를 아는지의 문제보다 더욱 깊기 때문이다. “부장님 감다살(감이 다 살았네)”을 외치는 정도로 한국 사회가 당면한 세대 갈등과 노년 일자리 문제가 풀릴 만큼 단순했다면, 애초에 국가적 고민거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가 쓸모를 증명하는 방식도 다소 아쉽다.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새로운 조직에서 다른 형태의 경쟁력으로 되살아나는 순간을 기대하지만 운전대를 대신 잡아주고, 선우의 고민을 아빠처럼 들어주는 데서 끝난다.

이 곳에서 문제가 하나 더 생긴다. 기호는 여간해선 화내지 않고 섣불리 가르치려 들지 않으며 젊음의 무례도 넉넉히 품는다. 노인과 철인(哲人)은 동의어가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현명해지는 것은 아니고, 시행착오도 겪는다. 인턴으로 입사시켜 놓고 나이 들었다고 짐짝 취급하는 ‘사수 녀석(?)’이 괘씸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최민식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범죄와의 전쟁’ 최익현씨가 노년 인턴으로 들어왔으면 보다 속이 시원했을지 상상해보게 되는 이유다. “너희 사장 남천동 살제? 내가 인마, 그 밑에서 인턴도 하고 다 했어!”

서사적 깊이의 아쉬움 속 위안거리는 최민식의 명불허전 연기다. 선우를 포함해 유진(박예니)·민아(류혜영)·주성(김요한)·백루다(한지은) 등 그를 받쳐주는 ‘영크크’들의 연기도 웃음을 자아낸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