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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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으로부터 증거를 숨기라는 지시를 받은 공범이 자신의 형사 처벌을 우려해 증거를 은닉했다면 주범을 증거은닉교사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사기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이른바 '부업 알바 사기 조직'의 총책이었다. 그는 지난해 3월께 소셜미디어(SNS)에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 글을 올려 피해자로부터 750만원을 송금받는 등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공범 B씨와 함께 작년 5월부터 그해 7월까지 라오스에서 동거했다. 이후 귀국 비행기에 오른 A씨는 "관계 기관에서 신병을 인계받고자 한다"는 승무원의 말을 듣고 체포될 것을 예감했다.

A씨는 형사처벌을 우려해 "내 휴대폰을 엄마에게 전달해달라"며 B씨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이에 B씨는 자신과 나눈 대화 기록 등을 삭제하고 A씨 모친에게 휴대폰을 전달했다.

쟁점은 A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인정되는지였다. 증거은닉교사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게 하는 경우 유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1심은 A씨의 사기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증거은닉 혐의 등을 받는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A씨에 대한 징역 1년을 유지하면서도 증거은닉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휴대폰을 전달하라는 A씨의 지시는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라고 봐야 한다는 취지다. B씨는 2심에서 증거은닉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상고하지 않아 형벌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A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무죄로 보고 원심의 징역 1년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을 부탁받은 B씨의 행위는 자신의 형사처분을 두려워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은닉한 경우"라며 "증거은닉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가 인정되려면 B씨의 행위가 A씨를 위한 증거은닉이어야 하는데, B씨의 행위는 타인이 아닌 자신의 형사처분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므로 A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