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점의 걸작을 하이 주얼리로 탄생시킨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 사진출처. 다미아니
여덟 점의 걸작을 하이 주얼리로 탄생시킨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 사진출처. 다미아니
그림이 캔버스를 벗어나 몸 위에서 빛난다. 보티첼리의 <봄> 속 꽃의 여신은 다이아몬드로 피어나고, 클림트의 <키스>는 황금으로 되살아난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에서 포효하던 거대한 파도는 사파이어와 파라이바 투어멀린으로,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에 담긴 한가로운 가을날의 정취마저 주얼리 마스터의 손끝에서 산호로 변모한다.

이탈리아 하이 주얼리 메종 다미아니(Damiani)의 ‘아르떼 마에스트라(Arte Maestra)’ 컬렉션은 회화와 주얼리, 두 예술 세계의 경계를 허문 대담한 시도다. 보티첼리의 <봄>부터 정선의 <추일한묘>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여덟 점의 명화가 이탈리아 하이 주얼리 미학과 만났다. 예술가의 붓끝과 주얼리 마스터의 손끝이 만나는 변주의 무대 위에서 다미아니가 쌓아온 100년의 창조 여정이 모습을 드러낸다.

‘플로레아’ 에메랄드 초원에 피어난 보티첼리의 봄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플로레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플로레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좌] 보티첼리 <봄> (1482년경) / 출처. Public Domain  [우]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플로레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좌] 보티첼리 <봄> (1482년경) / 출처. Public Domain [우]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플로레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플로레아(Floréa)’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속 여신 플로라를 하이 주얼리로 되살린 작품이다. 플로라는 꽃을 흩뿌리며 자연의 생명력과 풍요를 전하는 여신의 모습이다. 브릴리언트 컷 에메랄드 1,058개는 원작 속 꽃이 만발한 초원을, 그 위로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데이지가 피어난다.

여기에 옐로·블루·핑크 사파이어와 페어 컷과 마퀴즈 컷 루비는 보티첼리가 섬세하게 묘사한 수많은 꽃처럼 다채로움을 더한다. 서로 다른 색의 골드는 꽃마다 미묘하게 다른 온도와 깊이를 만들어, 봄의 정원이 햇빛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르네상스의 캔버스 위에서 찰나의 계절을 찬미하던 플로라의 꽃들은 다미아니 장인을 거쳐 보석의 화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말리아’ 피전 블러드 루비에 깃든 메두사의 시선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말리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말리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좌] 카라바조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진 방패> (1597년경) /사진 출처. Public Domain  [우]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말리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좌] 카라바조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진 방패> (1597년경) /사진 출처. Public Domain [우]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말리아’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말리아(Malìa)’는 루비가 강렬한 네크리스로 매혹과 불안이 교차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카라바조는 <메두사의 머리가 그려진 방패>에서 참수된 순간의 메두사를 볼록한 방패 위에 극적인 사실감으로 포착했다. 원작 속에서 꿈틀거리는 뱀과 얼어붙을 듯한 메두사의 시선을 핑크 골드의 조형으로 되살렸다.

서로 얽힌 뱀의 몸에는 알렉산드라이트와 블랙·브라운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해 깊은 색감을 만들어내고, 페어 컷 루비로 표현한 뱀의 머리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그 중심에는 6.11캐럿의 미얀마산 피전 블러드 루비를 세팅해 메두사의 뱀 머리를 완성했다. 사람을 돌로 만들던 신화 속 메두사의 마력이 다미아니 장인들에 의해 보석으로 되살아났다.

‘앙 플레네르’ 무조 에메랄드 위로 번지는 모네의 수련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앙 플레네르’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앙 플레네르’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수련>을 모티브로 한 하이 주얼리 링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수련>을 모티브로 한 하이 주얼리 링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앙 플레네르(En-Plein-Air)’는 클로드 모네의 대표 연작 <수련>에 담긴 자연을 포착한 네크리스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정원에서 끊임없이 관찰한 물과 빛의 변화를 작품에 담았다. 수련에 그려진 잎과 꽃은 화이트 골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고요한 연못 수면을 스치는 빛과 반사의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다이아몬드로 완성한 꽃잎들이 마치 물 위에 부서지는 빛처럼 반짝인다.

네크리스의 중심에는 10.23캐럿의 콜롬비아 산 비비드 그린 무조 에메랄드가 자리한다. 그 주위로 블루·그린·바이올렛·옐로 사파이어 1130개가 펼쳐져 시시각각 달라지는 수면의 색을 표현하고 있다. 모네가 붓질을 거듭하며 붙잡으려 했던 찰나의 빛이 다미아니 장인의 정교한 세팅을 통해 보석으로 은은하게 번지고 있다.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 코랄과 차보라이트에 머문 정선의 가을

겸재 정선 그림이 하이 주얼리로…중동 VIP가 '콕' 찍었다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겸재 정선의 <추일한묘>도 명화의 반열에 올라 다미아니 장인의 섬세한 손길과 만났다. 비단에 수묵과 채색으로 그린 <추일한묘>는 나무 아래 편안하게 몸을 누인 고양이와 계절의 풍경을 포착한 작품이다. 그림의 배경을 이루는 국화꽃과 잎을 보석으로 피워내며 원작의 평온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표현한 네크리스가 ‘임프레시오니 다우투노(Impressioni d’Autunno)’다.

원작 속 만개한 국화를 연상시키는 것이 여섯 개의 핑크 카보숑 컷 코랄이다. 국화꽃을 둘러싼 잎에는 식물의 미묘한 색채 변화를 살리기 위해 837개의 차보라이트를 서로 다른 그린 톤으로 세팅했다. 여기에 341개의 브라운 다이아몬드가 깊고 부드러운 음영을 더했다. 이 네크리스는 화려한 광채 대신 여백과 균형으로 완성됐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 흐르는 잔잔한 정적과 고요한 가을의 정취를 보석의 언어로 들려준다.

‘임페투오사’ 격렬하게 요동치는 사파이어 위 다이아몬드 후지산

겸재 정선 그림이 하이 주얼리로…중동 VIP가 '콕' 찍었다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임페투오사’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임페투오사’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는 대담한 구도와 역동적인 선으로 자연의 힘을 표현한 거장이다. 1830~1832년경 제작한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대표 연작 <후가쿠 36경> 가운데 한 점으로, 작은 배들을 덮칠 듯 솟구친 거대한 파도와 멀리 흔들림 없이 자리한 후지산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찰나의 격랑을 담은 이 판화는 가장 널리 알려진 예술 작품 중 하나가 되었다.

압도적인 파도의 에너지를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네크리스가 ‘임페투오사(Impetuosa)’다. 다미아니는 파도가 해안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직전의 긴장감을 화이트 골드의 곡선으로 포착했다. 731개의 사파이어와 63개의 파라이바 투르말린은 바다의 깊이와 물결의 움직임을 펼쳐 보인다. 여기에 347개의 다이아몬드가 부서지는 파도의 흰 포말처럼 빛을 흩뿌린다. 파도의 정점 아래 자리한 3캐럿의 트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가 원작 속 후지산을 은유한다.

‘에스타시’ 오렌지 레드 스피넬로 타오르는 황금빛 키스

겸재 정선 그림이 하이 주얼리로…중동 VIP가 '콕' 찍었다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에스타시’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에스타시’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에스타시(Estasi)’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에 담긴 황홀한 사랑의 순간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네크리스다. <키스>는 클림트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서로를 끌어안은 연인의 모습을 금박과 화려한 기하학적 무늬로 감싸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운다. 원작의 황금 색채와 모자이크 같은 구성을 정교한 골드 구조와 보석의 리듬으로 옮겨, 영원히 끝나지 않을 듯한 포옹의 감각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직사각형 타일에는 바게트 컷과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그리고 오닉스가 세팅되어 클림트 특유의 기하학적 패턴을 이룬다. 작품의 중심에서 강렬한 빛을 발하는 7.134캐럿의 탄자니아산 오렌지 레드 스피넬은 사랑의 불꽃을 연상시킨다. 클림트가 화면 속에 붙잡아 둔 황홀의 순간이 다미아니 장인의 손끝에서 모자이크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완성됐다.

‘펜타그라마’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로 연주한 칸딘스키의 추상화

겸재 정선 그림이 하이 주얼리로…중동 VIP가 '콕' 찍었다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펜타그라마’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사진 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펜타그라마’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사진 출처. 다미아니
‘펜타그라마(Pentagramma)’는 바실리 칸딘스키의 <회색 형태>에 담긴 선과 색의 리듬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했다. <회색형태>는 바우하우스 시기인 1922년에 완성됐다. 칸딘스키는 현실의 대상을 재현하는 대신 기하학적 형태와 선, 색의 관계를 통해 내면의 울림을 표현했다. 회화를 음악처럼 구성하고 색채와 형태가 저마다 고유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믿었던 그의 예술관을 네크리스의 이름에서부터 반영시켰다. 펜타그라마는 다섯 개의 수평선으로 음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오선 악보를 말한다.

펜타그라마의 중심에는 펜던트와 브로치로도 활용할 수 있는 탈부착식 펜던트가 있다. 선과 형태, 여백이 교차하는 구조가 악보를 연상시킨다. 그 안에 놓인 일곱 개의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는 저마다 다른 음색을 지닌 음표처럼 빛난다. 블루이시 그린, 핑크 퍼플, 오렌지 옐로 등 다채로운 색의 다이아몬드가 이루는 리듬 속에서 칸딘스키의 추상화는 보석의 교향곡으로 완성된다.

‘라디오사’ 21.50캐럿 다이아몬드로 피어난 반 고흐의 해바라기

겸재 정선 그림이 하이 주얼리로…중동 VIP가 '콕' 찍었다 [민은미의 파인주얼리]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라디오사’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아르떼 마에스트라’ 컬렉션 ‘라디오사’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 사진출처. 다미아니
‘라디오사(Radiosa)’는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뿜어내는 강렬한 생명력을 하이 주얼리로 구현한 작품이다. 고흐는 1888년부터 1889년 사이 프랑스 아를에서 완성한 <해바라기> 연작을 통해 대담한 노란색과 두텁게 물감을 칠하는 임파스토 기법으로 생동감 넘치는 붓질을 선보이면서 자연의 에너지를 표현했다. 다미아니는 화면을 가득 채운 해바라기의 풍성한 질감과 눈부신 색채를 골드와 옐로 다이아몬드의 광채로 옮겼다.

펜던트와 브로치로도 착용할 수 있는 해바라기 모티프가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해바라기의 심장에는 21.50캐럿의 팬시 옐로 브라운 에메랄드 컷 다이아몬드를, 주위에는 49개의 브라운 다이아몬드를 둘러싸 원작의 두터운 붓 자국처럼 풍부한 음영을 만들어냈다. 바깥으로 펼쳐진 87개의 페어 컷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는 활짝 벌어진 꽃잎을 이룬다.
배우 문가영이 정선의 <추일한묘>를 모티브로 한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 / 사진출처. 다미아니 SNS
배우 문가영이 정선의 <추일한묘>를 모티브로 한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습 / 사진출처. 다미아니 SNS
다미아니는 지난 9일 까사 다미아니 청담에서 ‘아르떼 마에스트라’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여덟 작품이 모두 서울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다미아니에 따르면 지난 6월11일 이탈리아 코모 호수의 빌라 플리니아나에서 컬렉션을 처음 선보였을 당시 두 점이 판매됐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판매된 작품이 바로 정선의 <추일한묘>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었다. 중동의 한 VIP 고객이 구매했다고 알려졌다. 카라바조의 <메두사>를 재해석한 ‘말리아’ 역시 서울에 오지 못했다.

조선의 고전 회화에서 길어 올린 고요한 가을 풍경이 이탈리아 장인의 손을 거쳐 하이 주얼리가 되고, 다시 국경을 넘어 한 컬렉터의 소장품이 되었다. 이 여정은 메종의 예술적 시선이 특정 시대나 문화권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정선의 가을은 캔버스를 벗어나 한 사람의 몸 위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계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