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기획예산처로 어떻게든 넘어갈 걸 그랬어요."

한때 예산처와 한솥밥을 먹었던 재정경제부 공무원들 사이에서 요즘 이런 푸념이 잦아졌다. 예산처에서 행정고시 58회 출신 서기관(4급)이 배출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는 아직 행시 56회 출신 일부만 서기관으로 승진한 상태다. 기획재정부에서 갈라진 두 부처의 승진 속도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설된 각종 위원회·추진단 파견 자리가 예산처의 인사 적체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예산처와 행정안전부가 새 위원회와 조직의 예산·정원을 심사하는 동시에 이들 조직을 소속 공무원의 파견과 승진 통로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1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지난 14일 사무관 9명을 서기관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행시 58회 출신까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초 행시 57회 출신 서기관을 배출한 데 이어 승진 대상 기수가 한 단계 더 내려갔다.

반면 재경부는 행시 57회에서는 아직 서기관 승진자가 나오지 않았고 56회도 일부만 승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예산처는 다른 기관으로 직원을 내보낼 수 있는 파견 자리가 늘어나면서 승진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을 다른 기관에 1년 이상 파견하면 협의를 거쳐 별도정원 범위에서 본부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 쉽게 말해 직원 한 명이 장기간 외부로 나가면 본부에서는 후임 승진 인사를 낼 수 있다. 파견된 공무원 역시 소속 부처의 정원에 묶이지 않고 승진할 수 있다.

예산처는 지난 6월 국장급 2명을 승진시키면서 각각 국토공간대전환정책 실무추진단과 지방시대위원회에 배치했다. 외부 파견 자리가 생기면서 본부 인사 운영 폭도 넓어진 셈이다. 다른 부처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기본사회위원회 출범 과정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실장급 공무원을 기획단장으로 파견했다.

새 조직 신설이 이어질수록 이 같은 ‘인력 밀어내기’ 파급력은 커진다. 정부는 올해 빛의위원회, 기본사회위원회,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등을 잇달아 신설했다. 이들 위원회와 추진단·전담기관 등 주요 신설·재편 조직 8곳에는 내년 269억7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각 조직은 업무를 담당할 자체 인력이 필요해 여러 중앙부처에서 파견자를 받는 구조다. 물론 두 부처가 인력 적체 해소를 위해 새 조직 신설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조직의 예산을 주무르는 예산처와 정부 조직·정원을 편성하는 행안부가 위원회 신설의 수혜자가 되는 구조인 것은 분명하다.

관가에서는 새 위원회나 추진단을 구성할 때 기존 부처와 업무가 겹치는 조직이 아닌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중앙부처의 승진 적체를 풀기 위한 우회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지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