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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0조 빚투' 하나"…미래대응기금 '역마진' 경고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104조+α 여윳돈 굴릴 미래대응기금
국고채 금리 넘기 쉽지 않아
단기채·MMF 중심 운용 불가피
연도별 지출·잔액 전망도 미정
“빚내 금융투자할 바엔 국채 상환"
국고채 금리 넘기 쉽지 않아
단기채·MMF 중심 운용 불가피
연도별 지출·잔액 전망도 미정
“빚내 금융투자할 바엔 국채 상환"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이 같이 지적했다. 내년 100조원이 넘는 여윳돈을 굴리는 미래대응기금의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언제 수십조원을 꺼내 써야 할지 모르는 기금 특성상 주식·사모펀드 등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기·위험자산에 돈을 대거 묶어두기 어려운 구조다. 운용수익률이 국고채 조달금리를 밑돌 경우 손실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기금으로 기존 국채를 상환하는 것이 나라살림에 더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내년 미래대응기금의 자산운용 방식과 지침을 설계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운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회사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률 벤치마크를 국고채 3년물로 설정할지, 3~10년물 국고채 금리를 종합해 산출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연기금투자풀 등을 활용할지 등 구체적인 운용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내년 미래대응기금 수입은 162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혼인지원금·양육지원금·청년미래적금 등 사업비를 쓰고 국채 신규 발행을 줄인 뒤 ‘104조4000억원+알파(α)’가 여유자금으로 남는다. 정부는 이 자금을 민간 자산운용사 등에 맡겨 채권·주식 등으로 운용하고 국고채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기금의 목표 수익률을 국고채 금리 이상으로 설정한 것은 국고채 상환이라는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여윳돈으로 국채를 줄이면 그만큼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 반대로 국채 부담을 그대로 둔 채 금융자산을 운용하려면 최소한 국고채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야 재정적으로 이득이다.
예컨대 국고채 발행금리가 연 4%인 상황에서 100조원의 기금으로 연 3.5% 수익률을 기록하면 정부는 연간 5000억원의 역마진을 떠안게 된다. 자산운용사에 지급하는 위탁운용 수수료와 각종 거래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익은 더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미래대응기금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자금이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달리 장기투자 비중을 늘리기가 어려워서다. 기금 사업에는 청년미래적금, 혼인·출산·양육 지원, 청년문화예술패스 등 매년 또는 여러 해에 걸쳐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여기에 미래대응기금은 세수 결손 등으로 재정 여력이 부족할 때 여유자금을 꺼내 쓰는 ‘재정안정화’ 기능도 맡는다. 예정된 사업 지출에 예상치 못한 세수 결손 대응까지 겹칠 수 있어 향후 현금 인출 규모와 시점을 미리 확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만큼 주식·인프라·사모펀드 등 장기·위험자산에 거액을 묶어두기 어렵다. 한 운용 전문가는 “언제 돈을 꺼내 써야 할지 불확실한 자금은 사모펀드나 벤처투자 등 장기·위험자산에 많이 넣을 수 없다”며 “결국 만기가 짧은 국고채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고유동성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높은 목표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단기채·MMF처럼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중심으로 운용하면 안전성·유동성은 높아지지만 연 4% 안팎인 국고채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을 내기는 어려운 구조다.
정부는 아직까지 기금의 연도별 예상 지출 규모와 잔액 전망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망치가 나와야 단기채와 주식·대체투자 등의 투자 비중과 적정 목표수익률도 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00조원 규모의 운용이 날림식으로 설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 전문가들은 100조원이 넘는 기금 여윳돈으로 국채 상환에 나서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한다. 내년 적자국채 발행 계획은 100조1000억원으로 기금 여윳돈 규모와 비슷하다. 여윳돈으로 적자국채를 상환하면 국가채무 증가폭을 낮추는 동시에 이자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국채 조달금리를 연 4%로 단순 가정하면 100조원의 국채 발행을 줄이는 데 따른 이자비용 절감 효과는 연 환산 최대 4조원 수준이다.
김우철 교수는 “국채 발행자금으로 마련한 현금을 쌓아놓고 그 돈으로 금융자산에 투자해 국채 이자비용 이상을 벌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빚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위험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