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3일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정기공연
아믈랭과 함께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아바도의 지휘 빛난 슈만 교향곡 2번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매진을 넘어 합창석까지 채운 관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공연 '슈만, 교향곡 2번'은 프로그램 구성부터 서사적 운명이 절묘히 맞물렸다. 9월 13일은 로베르트 슈만의 아내이자 브람스가 평생 마음에 품었던 여인, 클라라 슈만의 생일이었다(전일 고양아람누리 연주일은 슈만 부부의 결혼기념일이기도 했다).
1부와 2부를 가로지르는 두 거장의 거대한 서사는 국립심포니와 로베르토 아바도 예술감독에게 상당한 무게감으로 작용했을 터다. 올해 부임한 로베르토 아바도 예술감독은 전임 감독이 받았던 '슈만 전문가'라는 평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의 정밀한 전략을 펼쳐나갔다.
1부는 슈퍼 비르투오소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Marc-André Hamelin)의 연주로 포문을 열었다. 이번 무대는 세계적인 거장 아믈랭이 국내 오케스트라와 처음으로 맞춘 협연이라는 점에서 일찍이 클래식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아믈랭은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 내림 나장조를 통해 복잡하고 방대한 구조를 명징하게 파헤치는 지성적 해석으로 외신의 찬사를 받아왔는데, 이날 예술의전당 무대 역시 그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13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이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1악장에서 서사의 기틀을 마련한 아믈랭은, 2악장 스케르초 주제 선율에 도달하자 맹수와도 같은 폭발력을 발휘했다. 얼굴 면적만큼이나 큰 손과 기다란 손가락이 백색과 흑색의 건반을 쉴새 없이 두드렸고 피아노 건반 전체가 빛을 머금은 바닷물처럼 변화무쌍하게 움직였다.
이어진 3악장에서는 전 악장과 대비되는 브람스 특유의 목가적 서정성이 깊게 짙어졌다. 첼로 솔로의 활약이 빛을 발한 가운데 연주자의 연륜이 깊게 배어 나오는 아다지오는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4악장은 다채로운 색채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화려한 선율로 마무리됐다. 앙코르로는 리스트의 '6개의 폴란드 가곡 (Polish songs)' 중 '나의 기쁨'이 연주됐다.
13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이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자와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2부는 로베르토 아바도 지휘의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이끌었다.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이도 한 아바도는 벨칸토 오페라와 현대음악 해석가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분석력으로도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선곡한 슈만 교향곡 2번 다장조는 자칫 선율들이 혼란스럽게 들리기 쉬운 난곡이다. 하지만 아바도 감독은 명확한 구조는 살리되 입체감을 주면서 악단을 조율했다. 이 곡이 작곡될 당시 슈만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으나, 아바도 감독은 과도한 감정 몰입을 배제한 채 정제된 투명함으로 서사를 풀어나갔다.
1악장과 2악장, 어둠과 환희의 경계를 넘나든 지휘는 3악장에 달해 절정을 이뤘다. 4악장까지 목관과 금관의 뛰어난 표현력, 현악 파트의 안정성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미학의 완성도를 높였다.
13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슈만 교향곡 2번 연주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제공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전체를 향해 "브라비(Bravi)!"라는 찬사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일제히 열띤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아바도 감독은 관객의 뜨거운 호응에 답하듯 수차례 포디움에 다시 올라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는 단상에 멈추지 않고 목관, 금관, 현악 등 각 악기 파트 수석들에게 직접 다가가 손을 잡으며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 단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2부 앙코르는 따로 없었지만 슈만이 교향곡이 빚은 여운 뒤에 사족을 덧붙이지 않아 깔끔했다. 이번 실황은 다음달 13일 도이치 그라모폰(DG)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스테이지 플러스(Stage+)'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