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베니스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김은진.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공식 초청작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 베니스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김은진.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오늘 12일 폐막한다. 올해 경쟁작에서는 계급과 노동, 전쟁과 권력 등 동시대의 현실을 직접 건드리는 영화들이 두드러진다. AP통신은 올해 영화제를 "세계가 처한 상태와 씨름한 영화제"로 요약한다. 현실과 밀착한 영화가 많은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즉각적이다. 상영이 끝나면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방금 본 작품을 둘러싼 평가와 논쟁이 곧바로 이어진다. 영화를 향한 솔직하고 때로는 가차 없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은 베니스영화제 특유의 관객문화이기도 하다.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을 두고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미국 영화비평 전문지 《필름 코멘트》의 조너선 롬니는 올해 베니스를 자신이 그간 취재해온 가운데 유독 약한 회차라고 혹평한다. 유명 감독이나 배우의 이름에 기대 선정된 것으로 보이는 기대 이하의 경쟁작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마이 엘투키의 《우먼 언노운》과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을 이번 영화제에서 두드러진 작품으로 꼽는다.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황금사자상의 향방 역시 한 작품으로 모이지 않는다. 마틴 맥도나의 《와일드 호스 나인》, 마이 엘투키의 《우먼 언노운》, 이창동의 《가능한 사랑》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영화제 막판 공개된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조르의 다큐멘터리 《나자》가 강한 반응을 얻으며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이 가운데 한국의 관심은 이창동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가능한 사랑》에 쏠린다. 그렇다면 국내의 기대를 걷어내고 다른 경쟁작들과 같은 기준으로 놓았을 때 《가능한 사랑》에 대한 현지 평가는 실제 어느 정도일까.

국제평단 4.61점…실제로 높은 《가능한 사랑》의 평점

베니스 현지 매체 《베네치아 뉴스》가 주요 매체의 평점을 5점 만점으로 집계한 결과, 《가능한 사랑》은 국제평단 평균 4.61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르몽드》 등은 모두 5점 만점을 줬다. 이탈리아 평단에서는 3.82점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룩 백》(3.90점)보다 다소 낮고 마틴 맥도나의 《와일드 호스 나인》(4.30점)과는 차이가 난다. 반면 《룩 백》은 국제평단에서 3.22점을 기록해 평가가 엇갈린다.

수치만 놓고 보면 《가능한 사랑》은 국제평단의 지지가 특히 강한 최상위권 작품이다. 다만 이탈리아 평단에서는 마틴 맥도나의 《와일드 호스 나인》이 앞서는 등 황금사자상의 향방을 한 작품으로 좁히기는 어렵다.

계급과 욕망을 파고든 시선…수상 전망도 상위권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평론가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가능한 사랑》이 계급의 문제를 인물들의 관계와 욕망 속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영국 영화산업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Screen International)》은 영화 속 거의 모든 관계가 "돈, 혹은 돈의 부재"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하고, 미국 대중문화 매체 《벌처(Vulture)》는 계급과 특권을 거대한 사건이 아닌 인물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욕망하는 관계 속에서 드러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해고 노동자 부부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설정 역시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행위가 또 다른 착취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호평 속에서도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의 피터 브래드쇼는 별 4개를 주며 섬세한 연기와 소설적인 구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일부 설정의 작위성을 지적한다. 미국 영화비평 전문지 《필름 코멘트(Film Comment)》의 조너선 롬니 역시 개인의 감정과 정치적 비평을 정교하게 엮었다고 평가하면서 일부 인물의 묘사에서는 전형성이 남아 있다고 본다.

수상 전망에서도 《가능한 사랑》은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독주하는 상황은 아니다. 《필름 코멘트》는 영화제 중반 마이 엘투키의 《우먼 언노운》을 선두로 꼽으면서 《가능한 사랑》을 이를 위협하는 작품으로 평가했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가능한 사랑》이 폐막일 수상 목록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만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다만 베니스영화제에서는 평단의 평가와 심사위원단의 선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평론가들의 평점이나 상영 직후의 반응은 작품의 비평적 위치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실제 수상 결과는 그해 심사위원단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황금사자의 향방

여기에 영화제 막판 경쟁부문에 합류한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조르의 다큐멘터리 《나자》도 변수로 떠오른다. 가자 전쟁에 관여한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와 군인들의 익명 증언을 담은 작품으로, 공식 상영에서 약 25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져 지난해 《보이스 오브 힌드 라자브》의 기록을 넘어서는 베니스영화제 역대 최장 기립박수를 세우며 화제가 됐다.
이창동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가능한 사랑'의 프리미어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창동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설경구, 전도연, 조여정, 조인성이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열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가능한 사랑'의 프리미어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국제 평단의 높은 평점도, 현지 평단의 지지도, 상영 직후의 뜨거운 반응도 그 자체로 수상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작품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폐막일인 오늘 황금사자의 향방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24년 만에 다시 경쟁부문에 오른 그의 신작이 어떤 결과를 받아들지도 이번 폐막식의 관심사다.

매기 질렌할 심사위원장이 이끄는 국제경쟁부문 심사위원단의 최종 선택은 12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황금사자상을 비롯한 공식 수상 결과 발표 뒤에는 조반니 베로네시 감독의 폐막작 《디오 리데》가 세계 최초로 상영되며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막을 내린다.

베니스=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파라초 델 시네마 전경. 사진 김은진.
제83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파라초 델 시네마 전경. 사진 김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