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ISA '금융 족쇄' 되지 않으려면
2016년 3월 처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됐다. 당시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1인 1계좌가 필수인 것처럼 각광받았다. 최근 도입 10년을 앞두고 ‘ISA 개편안’이 발표되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와 주식 투자 카페에선 ‘ISA 만기 9999년 연장 인증샷’이 도배됐다. 개편안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봐 계좌 만기를 무기한 늘려두려는 사람이 잇따랐다.

이는 시장의 불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자본시장 선진화와 생산적 금융을 이번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 자산 증식을 돕는 만능통장이라던 ISA가 하루 새 투자자를 국내 증시(국장)에 가두는 ‘금융 족쇄’로 전락했다는 여론이 확산하자 정부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사다리 걷어차는 '반쪽' 개편안

ISA는 수차례 땜질 처방에도 ‘국민 재테크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아온 터라 이번 개편안을 두고 시장의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납입 한도 이월 기능’의 전면 폐지가 투자자의 분노를 키웠다. 사회초년생과 서민이 추후 여력이 있을 때 미납분을 채우도록 한 이 조항은 개인 소득의 불규칙성을 보완해주는 안전장치였다. 이 기능이 사라지면 매년 수천만원씩 꼬박꼬박 불입할 수 있는 고소득층만 혜택을 누린다.

이는 장기 투자의 핵심인 ‘복리의 마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최장 3년 의무 가입 기간만 채우면 무기한 연장이 가능해 초장기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개편안은 만기를 최장 5년으로 못 박았다. 장기 투자를 독려한다면서 5년마다 계좌를 청산하고 다시 시작하도록 만든 것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는 이들에게 5년짜리 계좌를 쥐여주는 것이 제대로 된 자산 증식 수단이 될지 의구심이 든다.

일본 NISA처럼 자율성 줘야

신설된 ‘생산적 금융 ISA’를 보면 투자자의 박탈감은 더 커진다.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려준다고 포장했지만 이를 누리려면 국내 상장 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돈을 넣어야 한다. 기존 ISA 가입자가 선호하는 국내 상장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는 원천 봉쇄했다. 글로벌 자산 배분은 이제 투자 초보도 아는 상식이다. 극심한 변동성으로 박스권에 갇혀 만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리는 국장에 노후 자금을 강제로 밀어 넣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산적 금융이 될 수 있을까.

일본은 정반대 길을 걸으며 증시 부흥을 이끌었다. 신(新)NISA를 도입해 비과세 한도를 평생으로 대폭 늘렸다. 미국 개별 주식 직접 투자까지 허용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자금이 모이고 시장 체질이 개선됐다.

진정한 ‘기업 밸류업’은 개인투자자를 국내 증시에 묶어둔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매력적인 세제 혜택과 자유로운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억지로 가둔 자금은 규제의 틈을 타 미국 주식 직접 투자 등으로 빠져나갈 뿐이다. 고물가와 저성장 파고 속에서 국민이 노후와 자산을 지킬 버팀목은 튼튼한 세제 지원 계좌다. 규제 중심의 K-ISA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설 수는 없다. 족쇄를 채우는 개편이 아니라 날개를 달아주는 리모델링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