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 시대의 '이방인' 소상공인
미국 뉴욕과 서울의 인구는 비슷하다. 각각 850만 명, 950만 명쯤 된다. 카페 수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많다. 서울의 5인 미만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커피·음료 점포는 3만1084곳.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뉴욕의 10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카페뿐만이 아니다. 서울의 음식점은 12만5000여 개로, 식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 도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자영업자 비중 높아

한국 사람이 유독 커피와 음식을 즐기기 때문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고비를 겪으면서 임금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음식점, 편의점 등 진입장벽이 낮은 업종으로 이동해 과밀해진 결과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3.4%에 이른다. 같은 기간 미국은 6.3%, 일본은 9.6%, 독일은 8.5% 수준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순위로 따지면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그리스 등 6개국뿐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경제주체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으로 일하는 고용 취약계층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80원(3.7%) 오른 시간당 1만700원으로 결정했다. 이를 주휴수당까지 반영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223만630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이 된다.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208만8000원)보다 많다. 아르바이트생이 편의점주보다 소득이 높다는 얘기다.

자영업자의 상황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지난해 폐업한 사업자 97만5681명 가운데 소매업, 음식업 등 소상공인은 66.5%에 이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총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2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빚이 많고 소득은 낮아 취약차주로 분류된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14%로 2021년(4.36%)과 비교해 약 세 배로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이 무색할 정도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필요

근로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소상공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31.6%였다. 모든 업종 평균(12.4%)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143만 명)보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424만 명)가 훨씬 많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불볕더위가 한창인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에 ‘최저임금 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한 건 이처럼 절박한 사정이 깔려 있다. 이들은 수년째 획일적 최저임금제가 아니라 업종 특성에 맞도록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존권 사수를 위해 헌법소원까지 불사할 태세다.

790만 명에 이르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는 번번이 묻혔다.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의 위세에 밀려 소상공인의 목소리가 사실상 배제된 지 오래다.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은 곧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최저임금법에도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의 근거가 있다. 부조리한 의사결정 구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