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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이 서북부 닝샤후이족자치구에 구축한  AI데이터센터. 사진=XINHUA
중국 통신사 차이나유니콤(중국연통)이 서북부 닝샤후이족자치구에 구축한 AI데이터센터. 사진=XINHUA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최대 뇌관으로 전력망 병목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19억달러 규모의 연방 재정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전력망 개선 프로젝트만 31개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AI 인프라 확장에 나선 중국 역시 심각한 송전망 정체에 직면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계통 부족 사태 속에서 중국 본토의 전력 공백을 파고들 대안으로 한국 수소연료전지 업계의 시스템 양산 기술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AI는 하고픈데…"분산 발전원" 모자란 중국

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통상 8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 반면 이를 뒷받침할 신규 전력망 확충에는 인허가와 시공을 포함해 5년 이상 소요된다. IEA 집계 기준으로는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다수다. 폭증하는 AI 전력 수요를 전력망 구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중 양국 모두 인프라 확장에 제동이 걸린 배경이다.

중국의 사정은 더욱 급박하다. 중국의 AI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올해 515억달러에서 2030년 1501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전력 사용량 역시 2025년 1960억kWh에서 2030년 최대 7000억kWh로 폭증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중국의 AI 야심에 가장 큰 장애물이 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집중된 서부 내륙과 AI데이터센터 연산 수요가 몰린 동부 연안 간 거리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한다. 이로 인해 장거리 송전망 정체가 특히 극심하다. 대규모 전력망 연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데이터센터 인근 현장에서 바로 전력을 생산하는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수소연료전지) 등 분산전원의 쓰임새가 커질 수 있다.
자료=베이징 금문 법률사무소 탄소중립·ESG연구센터
자료=베이징 금문 법률사무소 탄소중립·ESG연구센터
게다가 중국 정부는 데이터센터 그린 저탄소 발전 특별행동계획을 통해 신규 AI데이터센터의 녹색 전력 소비 비중을 80% 이상으로 규제하고 있다. 전력망에만 의존해서는 데이터센터 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수소에너지와 원자력을 데이터센터에 직접 연결하는 '녹색전력 직공(직접공급)'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등을 자문하는 베이징 금문 법률사무소 탄소중립·ESG연구센터가 작성한 '한중 수소연료전지(SOFC) 협력 방안' 보고서는 "이 지점에서 한국 기업이 만든 분산형 수소연료전지가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개월 내 50~100MW 규모 설비를 신속히 구축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800V 직류(DC) 전력망에 직접 전력을 공급해 전력 변환 손실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보고서는 중국의 구조적 전력난이 시스템 양산 기술을 갖춘 국내 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현재 중국의 수소연료전지 산업은 사실상 '걸음마 단계'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희토류와 기초 광물이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전해질과 전극, 단전지(셀), 크롬 등 화학 및 원소재 가공 단계에서는 단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셀 공소결 수율이 68%에 그치고 출력 밀도도 낮다. 핵심 부품들을 하나로 묶어 장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완제품 시스템 양산에는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중국보다 앞선 한국산 수소연료전지에 기회

반면 한국은 운영 시스템과 주변기계장치(BoP) 부품 생태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발전용 연료전지 누적 보급량 1GW를 돌파했다. 상용 발전소를 수년간 무리 없이 가동해 본 시스템 통합(SI) 노하우와 장기 운영(O&M) 레퍼런스가 탄탄하다.

여기에 정밀 기계와 소부장 생태계도 뒷받침되고 있다. 고온을 견뎌야 하는 금속 분리판(인터커넥터)과 열교환기, 배관 모듈, 연료 개질기, 전력변환장치(인버터)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이 국내에 이미 촘촘히 자리 잡았다.
챗GPT 생성 이미지
챗GPT 생성 이미지
실제 국내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밸류체인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전북 군산 새만금 산업단지에 연간 5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전용 공장을 짓고 중저온형 발전 시스템 양산에 돌입했다. 영국 세레스파워와의 기술 제휴를 바탕으로 국내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인 HD하이드로젠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를 전담 개발하며 해상 친환경 전력 시장을 개척 중이다. 미코파워는 순수 자체 기술로 건물용과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상용화에 성공한 토종 강자다. 비나텍 역시 카본 플레이트와 핵심 소재 부품을 공급하며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해외 선도 기업의 공급망에 안착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SK에코플랜트와 미국 블룸에너지의 합작사인 블룸SK퓨얼셀의 구미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국내 부품 생태계의 경쟁력도 함께 올라갔다. 국내 유수의 중견·중소 부품사들은 금속 분리판과 열교환기, 배관 모듈 등을 블룸에너지 본사와 합작사에 직접 납품하며 글로벌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승훈 박사는 "한국은 핵심 원소재 확보가 필요하고, 중국은 양산 패키징과 시스템 통합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폭증하는 중국 AI데이터센터의 긴급한 전력 수요가 양국에 상호보완의 접점을 제공할 수 있다"며 "초기에는 안보 마찰이나 수출 규제 우려가 적은 기초 소재 공급망 제휴부터 착수해 점진적으로 시스템 패키지 진출을 모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