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숫자 착시'에 빠진 온라인 도매시장
“원래 하던 거래를 온라인 장부에 올렸다고 새로운 유통망이 생긴 건 아니잖아요.” 최근 만난 한 농산물 유통업체 대표가 한 말이다.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는 온라인 도매시장 성과의 ‘숫자 부풀리기’가 심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배추가 인터넷 선을 타고 오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어차피 가락시장 도매법인과 중도매인이 다 들어와 있어 기존 거래에 온라인 딱지만 붙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산지 조직이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도 식자재 업체 등에 농수산물을 직접 팔 수 있도록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했다. 지난 3년간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에 들어간 예산만 3116억원. 복잡한 농산물 유통과정을 확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 성과도 났다. 2024년 목표 거래액(5000억원)의 134%, 지난해(1조원)의 123%를 달성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거래만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기존 유통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도매시장 청과 거래 14만3749건 중 58.4%는 산지부터 도매법인-중도매인-소비지로 이어지는 기존 3단계 경로와 똑같았다. 이 유형의 농산물 85.4%는 도매시장에 다 실려 들어온 후에야 온라인 거래가 체결됐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시장 반입비와 하역비, 중도매인 비용이 그대로 발생하는데 온라인 거래라고 해서 저절로 싸질 수는 없다”고 했다.

거래 품목을 나눠보면 착시가 더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오프라인 도매시장(18조811억원)과 견주면 현재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액은 전체 농수산물 거래의 3.7% 수준이다. 이 중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 품목으로 꼽히는 청과 거래액은 1.7%, 수산은 0.4%에 불과하다. 비율이 높게 잡히는 축산(33.5%) 등은 원래 도매시장을 거의 거치지 않는 품목이다. 애초에 줄일 도매 단계 자체가 별로 없었는데 거래만 온라인으로 일어났다는 얘기다.

온라인 도매시장은 2023년 11월 규제 샌드박스로 출발해 지난 3월에야 근거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그 법에도 촘촘한 성과 평가 조문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거래액 목표가 아니라 실제 거래의 질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장치다. 거래액만 성과로 삼는 틀이 그대로면 온라인 도매시장이 덩치만 커진 채 정책 효과는 없는 단순 전자 장부로 전락할 것이다. ‘농산물 도매유통의 50%를 온라인으로’라는 국정 과제 목표를 위해 정부가 세어야 할 것은 단순 거래액이 아니라 그만큼 줄어든 유통 비용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