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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치적 중립 의무 저버린 국회의장
현직 대통령 연임가능성 열어둬
여당 내에서도 역풍 불까 우려
최해련 정치부 기자
여당 내에서도 역풍 불까 우려
최해련 정치부 기자
조정식 국회의장이 28일 현직 대통령 연임 목적의 개헌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발언을 한 데 대해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조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에 대한 질문에 “국민 여론의 선택과 정치권의 합의에 달렸다”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조차 조 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선뜻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 수도권 여당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털어놨다. 민생이 엄중한 시기에 현실성이 지극히 낮은 현직 대통령 연임론을 딱 잘라 부정하지 않은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1987년 수립된 낡은 헌법을 개정할 적기는 조 의장의 말대로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내년일 수 있다. 다만 개정 헌법에 담길 새로운 권력 구조가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미 당내에서도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선을 그은 사안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헌법을 고치더라도 국민의 결단이 최종적이겠지만, 거기에도 내재적 한계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헌법 제128조 제2항을 들어 “대통령의 임기 연장이나 중임 변경을 위한 개헌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현직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겠나. 우리 국민의 수준이 있다”고 했다.
국회의장실은 “(개헌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말로 연임 개헌을 추진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내란”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관계자는 “조 의장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정무특보로 임명됐고, 의장 경선에서도 이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만큼 보은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겠느냐”라고 했다.
국회의장은 엄정한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받는 자리다. 국회법에서 의장에게 당적을 가질 수 없게 한 이유다. 19대 국회 때 정의화 의장은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출신임에도 정부와 여당의 노동개혁 법안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했다.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인 ‘천재지변 또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버텼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 출신의 박병석 의장은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 추진한 민주당에 야당과 중재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해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 서명을 받아냈다. 과거 선배들이 지켜낸 정치적 중립이란 전통을 훼손한 첫 국회의장으로 남길 원하는지 조 의장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