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예견된 재앙' 끊어내지 못하는 부동산 정책
“과거 문재인 정부 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중도금이든 이주비든 예외는 없습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 직후 수도권 규제지역의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한 조치가 지나치다는 질문에 정부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주택 공급 확대가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되던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자금 조달까지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시 기자는 “서울 공급 시장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는데 그 혼란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15 대책’은 수도권 주요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LTV가 낮아지면서 중도금과 이주비 대출도 영향을 받았다. 중도금과 이주비는 철거와 착공을 위한 필수 사업비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이를 ‘공급 금융’으로 간주한다.

주택 공급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이 같은 구조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공급 확대 필요성이 충돌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에 대한 혼선이 커졌다.

부동산 거래를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토허제의 부작용 역시 예견됐다. 신규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주택의 거래와 임대 공급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장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전·월세 시장에서는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이달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7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27% 올라 14주 연속 0.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형 임대 등 민간 임대 주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자생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기업형 임대를 틀어막은 것 역시 정부 정책이다. 규제지역에서는 임대사업자의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이 사라지고 취득세도 중과된다. 당시 기업형 임대시장에 투자하던 ‘글로벌 큰손’이 다시 자금을 거둬들였다. 임대 규모와 사업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주택사업 특성상 한번 공급 타이밍을 놓치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다.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아보겠다며 수요억제책을 남발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쪽에서는 공급을 위한 유휴부지를 찾으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공급 생태계를 파괴하는 엇박자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