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이 생겼을 때 최종 결론에 이르게 하는 힘이 권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던진 말이다. 예정된 100분은 193분으로 늘어났다. 세금과 대출, 공급, 재건축·재개발, 공공임대까지 거의 모든 쟁점이 테이블에 올라왔다.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다가 직접 질문을 던졌고, “일리 있다” “좋은 생각 같다”며 정책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책 발표라기보다 한국 부동산 정책을 공개적으로 복기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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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보이는 아파트, 가격을 왜 통제하나”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 목표는 가격 통제가 아니라 시장 정상화였다. 한강 조망이나 입지의 희소성 때문에 비싼 집까지 정부가 억지로 누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가격이 얼마든 무조건 사고 싶고 경제적 능력이 돼 세금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낸다면, 이걸 존중해줘야 한다”며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부담을 하면 된다”고 했다. 정당한 수요와 공급으로 형성된 가격은 인정하되, 고가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부담은 지우겠다는 논리다.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빚을 내 집을 사는 수요에는 금융과 세제를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똘똘한 한 채’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진단도 내놨다. 한 채라면 가격과 관계없이 같은 혜택을 주다 보니 초고가 주택으로 수요가 몰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압력이 너무 높아 조그마한 구멍만 있어도 뻥 터진다”고 말했다.
‘실거주’라는 기준도 손질 대상으로 올라왔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잠시 집을 비운 경우까지 투자용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실거주 대신 거주용이라고 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등록과 현재의 점유 상태만으로 실수요 여부를 판단하지 말고, 불가피한 일시 비거주까지 주거 목적으로 인정하자는 의미다. 가격 자체를 정책의 적으로 삼지 않고 시장이 형성한 가격은 존중하되, 투기적 금융과 불합리한 세제·공급 제도를 바로잡겠다는 접근이다.
◆ “보유세, 세 배 올리면 폭동 비슷한 상황”
세제 논의에서는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대통령은 보유세 강화 필요성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선진국 수준에 맞추려면 지금의 세 배는 올려야 한다며 “그러면 폭동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기 전에 했어야 할 개혁을 뒤늦게 추진하려니 조세 저항이 커졌다는 얘기다.
“공급의 한계가 뚜렷하다”며 “단기적으로 당장 제일 급한 것은 조세 제도”라고도 했다. 다만 세율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보다 거주 목적과 자산 증식 목적, 일반 주택과 초고가주택을 차등해야 한다는 쪽이다. “1주택자 양도세 감면을 무한대로 주는 것은 문제”라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생애 한 차례만 크게 감면하거나, 두 번째와 세 번째 거래로 갈수록 혜택을 줄이고 총액을 제한하는 방안에 “매우 일리 있다”고 했다. 여러 차례 고가주택을 사고팔아도 같은 혜택을 줘야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동시에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려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에 앞서 일정한 거래의 퇴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유 부담을 높이면서 거래의 문까지 닫으면 매물은 나오지 않고 시장만 얼어붙는다. 토론회의 세제 논의는 보유 부담을 높이되 정상적인 거래와 주거 이동의 퇴로를 함께 고민하는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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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유주택자까지 전세대출을 해줘야 하나”
전세대출을 둘러싼 발언은 더욱 직접적이었다. 대통령은 서민 주거 안정을 이유로 전세대출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늘린 결과 전셋값과 집값이 올랐다고 했다. 전세보증금의 사실상 전액까지 보증하거나 대출해주면서 전세사기도 늘었다고 진단했다.
“이미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다른 데 전세를 얻는 것까지 굳이 대출해줘야 하나.” 대통령은 참석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청년·신혼부부·생애 최초·서민 주거는 핀셋으로 지원하되 일반 전세대출은 줄이는 것이 “정답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세대출을 주거복지만이 아니라 집값을 밀어 올리는 레버리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순서다. 기존 계약과 서민 대출까지 한꺼번에 조이면 전세의 월세 전환과 보증금 반환 불안이 커질 우려가 있다. 유주택자와 고액 전세부터 줄이고, 청년과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장기 임대주택을 늘리는 연착륙 설계가 필요하다.
◆ “3기 신도시 60여 개월…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안 검토”
공급에서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발언이 핵심이었다. 대통령은 기존 발표 지역의 착공 지연을 “정말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3기 신도시에 60개월가량이 걸린다는 보고에 “행정 속도가 너무 느리다”며 사업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순차적으로 하던 절차를 병행하고 필요하면 규정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유휴 공업·상업지역과 공실 오피스, 지식산업센터의 주거 전환도 검토하기로 했다. 역세권에는 중산층도 오래 살 수 있는 고품질 공공임대를 늘리겠다고 했다. “대한민국에는 쓸 만한 공공주택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진단도 내놨다. 공급대책의 성패는 몇 만 가구를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착공하고 입주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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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의 정치’라는 진짜 시험대
193분 동안 선택지는 충분히 드러났다. 세금으로 가격을 누르고 대출을 일률적으로 막는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희소성이 만든 가격은 인정하되 보유에 상응하는 부담을 지우고, 거래의 퇴로는 열어야 한다. 전세대출은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부터 줄여야 한다. 공급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착공과 입주의 시간으로 관리해야 한다.
시장과 싸우는 정책은 시장의 우회로만 키웠다. 이번에는 가격 신호와 거래를 존중하고, 규제와 행정 지연을 걷어내는 친시장 해법으로 돌파해야 한다.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하고, 정권의 유불리와 무관하게 실행하는 것. 친시장 해법을 실제 정책으로 완결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마주할 ‘결론의 정치’라는 진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