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7년 설립된 화장품 용기 업체 삼화는 입생로랑, 샤넬, 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알짜 회사다. 창업자는 2세 승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다 결국 제3자 매각을 택했다. 2023년 경영권을 글로벌 사모펀드(PEF) TPG에 3000억원에 팔았다. TPG는 LG생활건강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회계·재고관리 체계를 정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삼화는 지난해 또 다른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8000억원에 재매각됐다. 2년 만에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2. 2002년 설립된 폐배터리 재활용 회사 A사의 60대 대표는 지난해 23년간 키운 회사를 경쟁 업체에 넘겼다. 후계자를 찾지 못하자 폐업보다는 거래처와 기술, 근로자를 이어갈 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제3자 승계’ 양도세 낮춰 매각 유도

[단독] "승계 막히면 일자리·기술 증발"…稅부담 낮춰 中企 매각 유도
정부는 이같이 승계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제3자 매각이 기술과 일자리를 보존하고 성장을 이어가도록 하는 대안이라고 판단하고 중소기업 인수합병(M&A)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고령자가 운영하고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이 제3자에 회사를 매각할 때 최대주주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이다.

정부의 세제 지원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이 법안은 제3자 승계로 인정되는 거래에 M&A 절차 간소화, 인수 자금과 중개 비용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매도자인 기존 최대주주의 양도세 감면을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와 국회가 제3자 승계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가업 승계 제도로는 중소기업의 줄폐업을 막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경영 기간 등에 따라 상속재산에서 최대 600억원을 공제해준다. 하지만 자녀가 기업 경영을 원하지 않으면 상속세 부담을 낮춰줘도 승계 자체가 어렵다.

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삼일PwC에 따르면 승계 계획이 ‘미정’이라고 답한 중소기업 경영인은 2016년 43.4%에서 2024년 66.1%로 22.7%포인트 증가했다. 중소기업 세 곳 중 두 곳은 회사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길지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폐업하고 공장 부지 파는 게 낫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후계자 부재 중소기업 지역별 추정 현황’에 따르면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전국 236만 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후계자가 없는 기업 비중은 28.6%로 약 67만5000곳이었다. 고령 창업주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중소기업의 ‘승계 절벽’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기업이 문을 닫으면 일자리는 물론 수십 년간 축적한 생산 기술과 거래처, 숙련 인력도 사라진다. 협력 업체와 원·하청 기업 매출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중소 제조기업이 집중된 지역의 경제 공동화 우려도 크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4년 기준 60세 이상 경영자가 운영하고 후계자가 없는 중소 제조 기업 5만6303곳 중 46.5%인 약 2만6200곳이 비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분석했다.

수도권 산업단지에서는 가파르게 오른 땅값이 폐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수도권 중소기업 부사장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산업단지에서는 사업을 계속하거나 회사를 매각하는 것보다 공장 부지를 처분하고 문을 닫는 편이 사업주에게 유리한 사례가 많다”며 “회사 매각은 인수자를 찾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들고 세 부담도 작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제3자 승계를 활성화해 고령 경영자의 원활한 은퇴를 돕는 한편 중소기업의 기술과 인프라가 폐업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김익환/남정민/정희원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