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 정식 개통을 앞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핑루운하에서 지난 2일 선박들이 시범 운항하고 있다.   핑루운하그룹 제공
오는 16일 정식 개통을 앞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핑루운하에서 지난 2일 선박들이 시범 운항하고 있다.  핑루운하그룹 제공
지난 2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시 인근. 산허리를 깎아낸 거대한 인공 수로 사이로 폭 34m의 갑문이 남쪽을 향해 길게 뻗어 있었다. 중국 서남부 내륙에서 남중국해까지 134.2㎞를 잇는 핑루운하의 주요 지점이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만큼 인공 물길을 낸 것이다. 가까이는 동남아시아,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향하는 중국 화물의 물류비를 절감하기 위해 2022년 8월 건설을 시작한 핑루운하는 오는 16일 개통된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 매체 중 유일하게 현장을 취재했다.

◇운하에 첨단 기술 집약

운하 건설로 중국 서남부 일대 기업의 운송 거리는 최대 76% 줄어든다. 이에 따른 연간 운송비 절감액은 52억위안(약 1조39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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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국 이후 처음 신설된 핑루운하에는 최첨단 토목 기술이 집약됐다. 운하의 출발점인 난닝에서 남중국해의 수위 차는 22층 건물 높이인 65m에 이른다. 운하에 설치된 4개의 갑문을 통해 배의 높이를 조절하는 구조다. 기자가 취재한 마다오 허브는 축구장 1.5개 넓이에 배를 띄워 29.6m 아래 또는 위로 옮기도록 설계됐다. 갑문이라기보다 거대한 화물선 엘리베이터에 가까워 보였다. 이를 통해 중국은 매시간 5000t급 선박 여섯 척이 운하를 오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배를 옮기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민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일반 갑문 대비 물 사용량을 60% 줄이는 절수형 구조를 채택했다.

이보다 안쪽의 내륙 수운과 핑루운하가 만나는 난닝항에는 40t급 대형 특수 크레인이 설치됐다. 다른 배에서 싣고 온 화물을 운하 내 선박에 옮겨 실을 때 쓴다. 육지에 내렸다가 다시 싣는 것보다 물류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운하 전반에는 스마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선박 운항과 부두 크레인 운용, 화물 야적 등의 데이터를 한 곳에서 확인해 운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만큼 선박 대기 시간을 줄이고 화물 운송량은 늘릴 수 있다.

◇지정학 리스크 대응 수단으로

중국이 727억위안(약 14조6200억원)을 투입해 운하를 신설한 근본적인 목적은 제조업 경쟁력 향상이다. 공장 단계에서 생산비를 절감하더라도 물류비가 많이 들면 그만큼 비용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물류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3.9%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2030년까지 13.1%로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8% 수준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핑루운하와 같은 대규모 토목 사업은 물론 철도, 항만, 산업단지를 하나로 묶는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의 전체 고정자산투자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수상운송업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나는 등 물류 관련 투자는 증가하고 있다.

핑루운하 개통을 계기로 중국 정부의 글로벌 물류망 확대는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향하는 철도를 ‘교통 대동맥’이라고 부르며 건설에 속도를 낼 것을 강조했다. 북쪽으로는 북극해를 가로질러 유럽으로 향하는 항로에서 세계 첫 상업 운행을 개시했다. 늘어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여러 활로를 마련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전략이다.

다만 어렵게 뚫은 물류망을 통해 실제로 충분한 화물이 운송되는지는 다른 문제다. 핑루운하그룹 관계자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의 통관·디지털화 수준과 항만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과 이들 국가를 연결하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동량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는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난닝·친저우=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