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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6억 빌려드립니다"…강남서 다시 뜬 '셀러 파이낸싱'
23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자곡아이파크' 전용 59㎡ 매물에는 최근 '집주인 대출 6억'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지난달 29일 19억5000만원에 처음 등록됐다가 20억원으로 매매가를 올렸다. 계약금(2억원)을 뺀 잔금 18억원 가운데 6억원을 매도인이 빌려주고, 매수자는 이에 대한 이자를 내는 구조다. 20억원짜리 주택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4억원으로 묶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 규제를 정면으로 비껴가는 셈이다.
셀러 파이낸싱은 매수자가 은행 대출만으로는 잔금을 다 치르지 못할 때 매도자가 모자란 금액을 빌려주고,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매수자는 규제를 우회해 자금을 조달하고, 매도자는 근저당으로 채권을 확보하면서 시중 금리 수준의 이자를 받는다.
지난 4월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잔금이 부족해 계약을 망설이던 40대 매수자에게 매도인이 시중 금리 수준으로 수억원을 빌려주고 후순위 근저당을 설정한 사례가 나왔다.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등 다른 단지에서도 유사한 거래가 이뤄졌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여유 있는 집주인이 시중 금리 수준의 이자 조건을 내걸면,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매수자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매물은 아직 많지 않다. 셀러 파이낸싱은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을 때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등장했다가, 규제가 풀리자 자취를 감춘 전례가 있다.
셀러 파이낸싱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되면서다. 시중은행마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매수자의 자금 확보가 어려워졌다. 여기에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며 처분이 급한 매도자가 늘어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세무·법률 리스크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복잡해지거나, 향후 매수인과의 민사 분쟁이 생길 수 있다"며 "국세청 자금출처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셀러파이낸생 행위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세금이다. 매도인이 세법상 적정 이자율(연 4.6%)보다 낮은 이자를 받거나 무이자로 빌려주면 그 차액이 증여로 간주해 과세할 수 있다. 반대로 이자를 제대로 받으면 매도인은 이자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인 간 채무는 실제 상환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증여로 추정되는 만큼 차용증과 이자 지급 기록을 꼼꼼히 남겨야 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