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은 자연자본 공시 모범 사례를 개척하며 나아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TNFD(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공시 도입 기업들은 해가 갈수록 빠르게 그 내용의 질을 개선하고 있으며, 자연 시나리오 분석과 일부 사업장 분석까지 나아간 사례도 있어 주목된다.
[한경ESG] 커버 스토리 ④ 기후 이어 자연자본, 韓 기업의 직면 과제는 국내외 기업 TNFD 보고서
자연자본 대응을 잘하는 기업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농업 및 광업 등 실제로 자연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이고, 하나는 공시 데이터·거버넌스 체계를 빠르게 구축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특히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NFD)가 설정한 기준 대응 수준이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진다. TNFD 적용 속도에도 편차가 있다. TNFD 초기 설계·파일럿 단계부터 참여한 기업도 있으며, 2024년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 가장 먼저 공시를 선언한 기업도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이다.
TNFD 공시의 경우 △LEAP 접근법 적용 여부 △공급망 위치 데이터(mapping) △자연 의존성·영향 정량화 △재무영향 연결 △복원 KPI 공개 등이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단순한 자연보전 활동 소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연자본을 사업·공급망·자본배분·재무영향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기업 중 눈에 띄는 것은 유럽과 일본이다. 유럽 기업들은 자연자본을 단순 환경 이슈가 아니라 공급망, 금융, 인허가, 자산가치와 연결된 리스크로 접근하며 TNFD 공시를 빠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화학·소비재·재생에너지 업종을 중심으로 자연 관련 리스크를 실제 사업 전략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도 열심이다. 2024년 TNFD Early Adopter 발표 당시 일본 기업이 80개 수준으로 국가별 최다였으며 전체의 약 4분의 1 규모였다. 일본 정부가 참여를 독려하면서 금융권·상사들이 동시에 움직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자연자본 관련 정책 수립, LEAP 방법론 적용, 리스크 체계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 도입한 기업들은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TNFD 기반 보고를 시작한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자연 관련 리스크 분석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사업장과 공급망을 포함한 자연자본 평가 체계를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사업장 단위 생태계 영향 분석이 주가 되고 있으며 일부는 자연 시나리오 분석, 네이처 포지티브 선언까지 나아갔다. 공급망 관리 통합이나 기후·자연 통합 대응 및 재무 연결까지 간 사례는 드물다는 한계는 있지만, 일부 보고서는 의미 있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이 눈에 띈다.
글로벌
전력 이베르드롤라 초점: 공급망 리스크·생물다양성·복원 스페인의 전력회사 이베르드롤라는 지난 2023년 TNFD·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와 함께 LEAP 방법론을 파일럿 케이스로 적용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 관련 리스크를 사업 운영과 재무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대표 사례다. 회사는 TNFD의 LEAP 접근법을 적용해 발전소와 송전망 사업이 생태계와 보호종, 수자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 회계 프레임워크(biodiversity accounting framework)와 종 지수(species index) 등을 활용해 자연자본 영향을 정량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풍력·수력·송전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허가 지연, 복원 비용, 생태계 훼손 리스크 등을 실제 사업 리스크와 연결해 설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Net Positive Impact on Biodiversity 2030’ 목표를 공개하며 재생에너지 산업 역시 자연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식음료 기린홀딩스 초점: 물·농업 원재료·토양·생물다양성 기린홀딩스는 음식료 업종 가운데 자연 의존성과 공급망 리스크를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TNFD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회사는 맥주·음료 생산 과정에서 핵심 자원인 물과 농업 원재료, 토양, 생물다양성 등을 주요 자연 관련 이슈로 식별하고 있으며, 유역(watershed)과 농업 공급망 관점에서 자연자본 리스크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자연 훼손이 원재료 조달과 제품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 의존성을 사업 지속가능성과 연결해 설명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환경보고서 안에 TNFD 내용을 통합해 공개하면서 수자원 보전과 공급망 관리, 생물다양성 전략 등을 구조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목재 포리코 초점: 산림, 조림, 생물다양성 호주의 조림회사 포리코는 산림과 자연자본 자체를 핵심 사업 기반으로 삼는 기업으로 단독 TNFD 보고서를 내 주목된다. 회사는 조림과 산림 운영 과정에서 탄소흡수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토양 건강, 수자원, 생태계 복원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자연자본 가치평가 접근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특히 산림을 단순 목재 생산 자산이 아니라 자연자본 자산으로 바라보며, 생태 자산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다.예컨대 포리코가 운송하는 우드칩의 재정적 가치에 서식지, 탄소 격리, 수질 및 기타 지역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 공개한다. 또한 네이처 포지티브 전략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생태계 복원과 탄소·생물다양성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TNFD 철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금융 ING그룹 초점: 금융 포트폴리오 ING그룹은 금융업 가운데 자연 관련 리스크를 가장 체계적으로 금융 포트폴리오와 연결하고 있는 TNFD 선도 사례 중 하나다. 회사는 대출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생물다양성에 민감한 업종(biodiversity-sensitive sector) 분석과 자연자본 익스포저 평가를 수행하고 있으며, 자연 훼손이 장기적인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농업, 원자재, 에너지 등 자연 의존성이 높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재정적 영향(financed impact)을 분석하고, 자연 관련 리스크를 신용·투자 리스크 관리 체계 안으로 통합하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TNFD와 기후 공시 체계를 연계해 자연 리스크를 재무적 중요성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화학 BASF 초점: 원료 조달과 농업 공급망, 물, 생물다양성 지점 바스프는 자연자본과 공급망 리스크를 연결하고 있는 사례로 꼽힌다. 바스프는 원료 조달과 농업 공급망, 수자원, 생물다양성 핫스폿(hotspot) 분석 등을 중심으로 자연자본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는 글로벌 화학업계 대표 사례 중 하나다. 특히 통합 생산 체계인 ‘베르분트(Verbund)’ 시스템을 기반으로 자원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으며, 공급망과 제조사업장의 자연 관련 영향을 장기적인 사업 리스크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다만 바스프는 TNFD LEAP 방법론 자체를 전면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기존의 자연자본·공급망 관리 체계를 TNFD 흐름과 연계하는 방식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전자·통신 NEC 초점: 물·생태민감지역·광물 일본의 전자·통신기업인 NEC는 최근 TNFD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 기술기업 중 하나다. 단순히 생물다양성 보호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위치정보시스템(GIS)·위성·공급망 데이터를 활용해 자연자본 리스크를 실제 경영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NEC는 약 2000개 사업장과 공급망을 대상으로 물 스트레스·생태민감지역·광물 조달 리스크를 분석하고 글로벌 도구를 활용해 LEAP 접근법을 적용했다. 특히 생성형 AI 기반 지역 리스크 분석과 상류(upstream) 공급망 평가까지 시도하면서 자연 리스크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기업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조기업이면서 동시에 AI·디지털 인프라 기업이라는 특성을 TNFD 대응과 연결한 드문 사례로, 최근에는 단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업을 넘어 ‘네이처테크(Nature-tech)’ 선도 사례로도 자주 언급된다.
광물 BHP 초점: 물·생물다양성·토지 복원 호주의 광물기업인 BHP는 TNFD 방법론 자체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는 기업이라기보다, 자연자본 이슈를 실제 광산 운영과 공급망 전략에 연결하는 데 강점을 보이는 사례로 평가된다. BHP는 물 부족, 생물다양성, 토지 복원, 지역사회 협력 같은 요소를 단순 ESG 활동이 아니라 사업 지속가능성과 공급망 안정성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구리·니켈·칼륨 등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자연 리스크를 운영 리스크와 직접 연결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광산 현장의 물 관리, 복원 계획, 공급망 회복탄력성 같은 실질 운영 중심 접근을 통해 TNFD 흐름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국내
반도체 삼성전자 주요 초점: 물·전력·산업단지 생태계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은 기흥, 화성, 평택, 온양, 천안 등 국내 핵심 5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리적 공간 분석을 실시했다. 국제보호지역 정보 데이터베이스(WDPA) 및 국내 환경부 도시생태현황지도를 연계해 사업장 반경 2km, 5km, 10km 이내 우수 생태계(비오톱 평가 1등급)와 상수원 보호구역 위치관계를 촘촘히 분석했다. TNFD LEAP 방법론과 과학기반 목표 네트워크(SBTN) AR3T(Avoid·Reduce· Regenerate·Restore·Transform)를 함께 언급했는데, 특히 반도체 업종의 중요 이슈인 물 자원에 대한 리스크 조사를 실시했다. 국제 수자원 리스크 관리 기법인 세계자원연구소의 물 자원 리스크 지도(Aqueduct Water Risk Atlas)를 사용해 물 스트레스와 수자원 리스크 지역을 식별해 리스크 요인을 확인했다.
금융 신한금융지주 주요 초점: 프로젝트 파이낸싱(PF)·투자 포트폴리오 자연리스크 평가 신한금융지주는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TNFD 보고서를 발간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자연자본 리스크를 평가해 유형자산 및 금융자산의 생태계 발자국과 발자국 집약도를 계산하고 케이스 스터디로 실제 신한금융지주가 자금을 조달해 수행한 PF 사업에 LEAP 방법론을 적용한 점이 눈에 띈다. 경북 의성 황학산 육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 이수-과천간 복합터널 민간투자사업, 하장5 육상풍력발전 조성사업 등 3개 사업에 대해 자연자본 의존도 및 영향 분석 및 자연자본 리스크 평가를 실시했다. 금융권 TNFD의 핵심이 자기 사업장보다 투자 포트폴리오, PF, 산업 익스포저를 자연 리스크와 연결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충실한 조사가 눈에 띈다.
광물 포스코홀딩스 초점: 광물·수자원·산림·해양 포스코홀딩스는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TNFD 체계를 구조화했다. 전체 사업장 단위로 자연자본 영향 분석 방향을 넓혔고, 국립생태원과 협업한 데이터 기반 평가로 정확성을 높였다. 포스코홀딩스는 전세계 연결대상 193개 법인·20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생태적 위치를 분석해 자연자본 의존도와 생물다양성 영향도를 정량 분석했다. 분석 결과 28% 수준인 57개 사업장이 보호 지역 및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에 인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NCORE 분석을 바탕으로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식별하고, 우선순위를 도출했다. 또 자연자본과 접점이 높은 팜농장 법인인 PT.BIA 사업장을 우선순위로 하여 따로 LEAP 평가를 실시했으며 통합 생물다양성 평가 도구(IBAT)의 핵심 생물다양성 지역,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 등 글로벌 방법론을 활용했다. 리튬 사업을 하는 포스코아르헨티나 사업장에 대해서도 수자원 특별 관리와 생물종 현황 조사를 소개했다.
화학 SK이노베이션 초점: 배터리·정유·화학 공급망 자연자본 영향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화학·에너지 업종에서 TNFD 체계를 비교적 빠르게 도입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TNFD의 LEAP 접근법과 DIRO(Dependency·Impact·Risk·Opportunity), AR3T(Avoid·Reduce·Restore·Regenerate·Transform) 체계를 활용해 자연자본 의존성과 영향을 관리 프로세스 안으로 연결하려는 점이 특징이다. 정유·배터리·석유화학 사업 특성상 수자원, 화학물질, 폐기물, 광물 공급망 등 자연 관련 이슈가 실제 사업 리스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TNFD 연관도가 높은 기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 수준은 울산 사업장 중심의 환경영향 관리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향후에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과 광물 조달까지 포함한 보다 확장된 자연자본 공시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초점: 물·폐기물·생물다양성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장과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물론 공급망까지 범위를 확장해 총 14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연자본 평가 범위를 설정했다. 의약품 업종 특성상 제품 생산 과정에서 수자원과 폐기물·오염물질, 생물다양성 등이 주요 자연 관련 이슈로 도출됐으며, 이를 중심으로 리스크와 영향을 분석했다. 또한 평가 대상인 140개 주요 사업장 반경 25km 내 멸종위기종 현황을 파악해 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자연 유래 원자재 목록 검토를 통해 향후 대응 우선순위와 관리 활동도 도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전략을 공개하고 비전과 목표, 중점 추진 과제를 구조화해 TNFD 기반 자연자본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건설 현대건설 초점: 토지 전환, 산림·수자원 영향, 생태계 단절 현대건설은 건설업 특성을 TNFD 언어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이는 사례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생물다양성 필터와 TNFD 프레임워크 등을 참고하여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와 영향을 살폈다. 한국과 사우디, 파나마, 이라크, 싱가포르 등 주요 사업장 10곳 지역에 동일한 분석을 진행하고, 통합 생물다양성 평가 도구(IBAT)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 반경 50km 이내 생물다양성 보호종의 수, 보호 지역, 생물다양성 기여 지역 수를 추가로 확인했다.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에 힘쓴 결과 구체적으로 혁신원자력연구단지 구축공사,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 조성공사, 샤힌 에틸렌시설 건설공사 등 9개 현장에서 16종의 생물이 보호되었다고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또 2050년까지 순산림보호 달성을 구체적 목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