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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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몰래 촬영한 사진은 민사소송의 정식 증거로 쓸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증거 수집 과정에서 법을 어겨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상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에는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몰래 녹음된 음성 파일의 증거능력은 기존 판례에 따라 배척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배우자의 상간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이혼 소송 중이던 2019년 배우자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하고, 휴대전화 속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을 자신의 폰으로 촬영해 증거를 수집했다. 이 불법 수집 과정 탓에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핵심 쟁점은 불법으로 확보된 증거를 민사소송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우선 차량 내 비밀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된다"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을 부정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속 내용을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했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해 수집된 증거일지라도 자유심증주의를 택하는 민사소송 특성상 위법 수집 증거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증거 확보의 필요성과 긴급성, 침해되는 사생활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사진들은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필수적인 증거인 반면, 이를 통해 침해된 상간자들의 인격적 이익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가치보다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증거 확보의 절박함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다만 이번 판결로 타인 간 '몰래 녹음'은 엄격히 배척된다는 법리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 정서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사건의 핵심 쟁점과도 맞닿아 있다. 주씨 측이 아들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대화 파일과 관련, 1심은 증거 능력을 인정해 벌금형 선고유예를 내렸으나 2심은 증거 능력을 전면 부정하며 특수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