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에너지 찾아 3만리
지금 생각해 보면 ‘동심 파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감당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죠. 마르코의 이동 거리는 1만1000km 정도로 정확히는 3만 리(1만1781km)가 조금 안 됩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뱃길이 막힌 호르무즈해협은 한국에서 직선거리로 약 6500km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심적인 거리는 3만 리를 훌쩍 넘어선 느낌이네요.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구입니다. 호르무즈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이 약 39km에 불과하고, 양방향으로 배가 다닐 수 있는 실제 안전 항로는 고작 3.2km 폭으로 나누어져 있는 병목 구간이라고 하죠. 이 해협은 전 세계의 공장을 돌리고 난방을 책임졌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심장부’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해 전 세계로 흩어지는데, 이 물량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약 25%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이 중동산 원유인 데다가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하니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에너지 심장이 멈출 수도 있는 아주 긴박한 상황인 겁니다.
에너지 문제는 세계 경제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3만 리의 여정을 떠난 것처럼 현재 전 세계는 생존을 위해 머나먼 호르무즈해협의 에너지 자원을 애타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최근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재생에너지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주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미래 에너지’로만 치부하기엔 현실의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기 때문이죠. 한국의 경우 2024년 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사상 처음 10%를 넘어섰으며, 정부는 2030년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법적·제도적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재생에너지법 개정안 통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단계적 폐지 논의 등이 이어지며, 에너지 시장의 판 자체가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경ESG>는 5월 호 커버 스토리 ‘재생에너지 대전환, 투자지도 바뀐다’에서 이 같은 관련 산업의 변화와 투자 지형도를 다룹니다. 이를 통해 석유 등 화석연료에 집중돼 있던 에너지 시장이 태양광, 풍력, 수소 등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과 함께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미래 투자 전망도 전합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문제는 전 세계의 에너지 보안에 대한 고민이자 세계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