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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섭 한경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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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장 레터] 자연의 가격

    자연에 가격을 매길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돌아왔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일부 자연에는 보이지 않는 가격표들이 분명 붙어 있습니다.물을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에도 가격이 붙습니다. 한국 최초의 생수를 따질 때 1976년부터 제한적 판매가 이뤄졌던 미군부대 납품용 '다이아몬드 정수'(샘물)를 꼽는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내국인 대상 생수 판매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던 시절이라 생수를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 자체가 희박했었죠.물은 또한 반도체 업계에서는 핵심 자산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경우 초순수와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업의 특성상 용수 확보, 폐수 처리, 지역 하천 영향 등은 글로벌 고객사와 투자자의 평가 항목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이처럼 우리는 자연자본에 의존하면서도 그것을 자산으로까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연의 훼손은 실제 비용과 손실로 연결되며,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성,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리스크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인류가 직면할 가장 거대한 위협 중 하나로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았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약 44조 달러)이 자연자본에 직·간접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지난 4월 22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존 IFRS S1(일반 지속가능성)과 S2(기후) 체계에 자연 관련 공시 실무지침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2026.06.01 06:00
  • [편집장 레터] 에너지 찾아 3만리

    어릴 적 추억의 TV 애니메이션 중에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제노바에 사는 소년 마르코가 돈을 벌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떠난 어머니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죠.지금 생각해 보면 ‘동심 파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감당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죠. 마르코의 이동 거리는 1만1000km 정도로 정확히는 3만 리(1만1781km)가 조금 안 됩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뱃길이 막힌 호르무즈해협은 한국에서 직선거리로 약 6500km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심적인 거리는 3만 리를 훌쩍 넘어선 느낌이네요.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 유일한 출구입니다. 호르무즈해협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이 약 39km에 불과하고, 양방향으로 배가 다닐 수 있는 실제 안전 항로는 고작 3.2km 폭으로 나누어져 있는 병목 구간이라고 하죠. 이 해협은 전 세계의 공장을 돌리고 난방을 책임졌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심장부’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석유가 이 해협을 통과해 전 세계로 흩어지는데, 이 물량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무역량의 약 25%에 달한다고 합니다.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이 중동산 원유인 데다가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나프타는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하니 자칫하면 대한민국의 에너지 심장이 멈출 수도 있는 아주 긴박한 상황인 겁니다.에너지 문제는 세계 경제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습니다. 마르코가 엄마를 찾아 3만 리의 여정을 떠난 것처럼 현재 전 세계는 생존을 위해 머나먼 

    2026.04.30 06:00
  • [편집장 레터] BTS와 트럼프

    [한경ESG] [Editor's Letter] 두 주인공이 전 세계를 울리거나 웃게 만들고 있습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폭탄에 이어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반면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 컴백을 알린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3월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습니다. 물론 두 주인공이 세상에 주는 시그널은 너무나 다릅니다. 트럼프가 불통 위에서 군림하려 했다면, BTS는 소통으로 사람들을 낮게 안아 주었으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격 협상을 진행하는 등 나름의 ‘정치 브로맨스’를 보여 주었지만 추후 사전에 북폭 준비까지 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더구나 집권 2기 때는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예측불가의 행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BTS의 컴백은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유될 정도였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950년대 최고 스타였던 앨비스 프레슬리가 군 복무 후 성공적으로 돌아온 것과 비견되는 거의 유례없는 도전”이라는 극찬을 했죠. 영국 BBC는 ‘문화적 힘의 귀환’, ‘국가적 차원의 환영식’ 등 좀 더 정갈한 표현으로 상황을 전했습니다. BTS의 광화문 콘서트는 단 하루 만에 약 1억7700만 달러(약 265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서울시에 안겨줄 것으로 추산되었습니다. 결국 둘을 가른 건 ‘일방 vs 동행’, ‘소통 vs 불통’과 같은 근본적 다름이었습니다. BTS가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국에 콘서트를 생중계하

    2026.03.31 06:01
  • 이사 보수, 주총서 민감한 의제로 부상

    [한경ESG] 러닝/ 상법 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⓷상장회사의 이사 보수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통과되는 안건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주총회에서는 통상 ‘이사 보수 한도’를 승인하고, 실제 보수는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보수 수준이나 결정 절차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사 보수의 적정성, 성과 연계성, 그리고 결정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외부의 검증이 강화되면서 보수 안건 자체가 주주총회에서 가장 민감한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이제 이사 보수는 형식적 승인 사항이 아니다. 이는 주주와 경영진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핵심 지배구조 이슈이며,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1. 이사 보수, ‘형식적 승인’에서 ‘핵심 리스크’로 이사 보수 승인 안건의 가장 큰 변화는 의결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법은 주 주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사의 보수와 같이 자신의 이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안건은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대법원 역시 이사·감사가 자신의 책임이나 이해와 직접 관련된 주주 총회 결의에 관하여는 특별이해관계 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7다40000 판결) 최근에는 이 원칙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특히 남양유업 사건에서 법원은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결의에 있어 이사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는 점을

    2026.03.04 06:00
  • [편집장 레터] 코스피 5000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불명예에 짓눌려 있던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 6000포인트를 돌파할 기세입니다. 코스피 지수 5000은 1980년 기준 시가총액 대비 현재 시가총액이 50배가 넘게 올랐다는 의미이며, 1983년 코스피가 출범한 이후 43년 만에 거둔 쾌거입니다. 물론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돌파가 모든 사람의 지갑이 두둑해졌다거나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의 체질 개선과 투자 신뢰도 상승, 자본시장의 위상 제고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겁니다. 코스피 지수 5000 돌파가 실물경기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분명 시차가 존재하겠지만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올라서서 강력한 성장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코스피 상승의 이유와 관련해 “수출기업의 실적개선, 글로벌 유동성 확대 지속, 새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는 “코스피 3000은 글로벌 유동성, 4000은 정책 기대, 4000에서 5000으로 가는 구간은 반도체 중심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큰 역할을 했다”면서 “다만 최근 상승 흐름은 초기 전환 국면에 가까우며, 지수는 정책 신호와 일부 업종 실적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구조적인 안착은 업종 확산과 내수 개선, 기업 자본배분 전략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코스피 지수 5000의 의미는 단순한 지수 상승보다는 기업과 시장의 체질이 변화하는 분기점으로 봐야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배경이 된 지배주주 중심 의사결정, 이사회 독립성 한계

    2026.03.03 06:00
  • 다가오는 주총 시즌, 주주 소통 위한 체크포인트는

    [한경ESG] 상법개정 이후 기업의 과제는 ⓶상법 제382조의3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이상 기업은 주요 의사결정을 ‘결론’이 아니라 ‘과정’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결과가 합리적이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가 허술하면 리스크가 커진다.주총 리스크의 중심이 ‘무슨 결정을 했는가’에서 ‘어떻게 결정했는가’로 이동하는 셈이다. 이에 2026년 정기주주총회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점검할 필요가 있는 항목을 5가지 체크포인트로 정리해본다.1. 안건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해야 한다주총 안건은 상정 직전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 정관 변경, 이사·감사(위원) 선임, 보수 승인, 배당 등은 거의 모두 소수주주의 주주 관여 활동 대상이 된다. 특히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연계되거나 소수주주 이해에 영향이 큰 안건은 위험 기반(risk-based)으로 유형화해 강화된 심의·기록·설명 체계를 붙여야 한다.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수준이 아니라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전제로 준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논리의 완성도다. 안건별로 (1)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 (2) 가능한 대안과 비교, (3) 이해 상충 가능성, (4) 외부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등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연결해야 한다.2. 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다주주 커뮤니케이션은 IR(투자자 관계) 이벤트가 아니라 거버넌스 프로세스로 내재화돼야 한다.

    2026.02.02 06:01
  • [편집장 레터] 녹색의 조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주춤했던 녹색경제, 녹색경영, 녹색금융 등의 단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분위기입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성장과 투자를 재차 고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녹색(green)’의 진정한 의미나 조건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써왔지만 사실 ‘녹색’은 쉬운 색 표현은 아닙니다. 보통 노란색과 파란색 물감을 섞으면 녹색을 띠죠. 하지만 녹색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서는 녹색을 초목(草木)의 색에 비유하는데, 실상 초목의 잎은 청색에서 황색에 이르기까지 여러 색으로 발현됩니다. 녹색을 초목의 색과 동일하게 보는 시각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 있어 보입니다. 나무는 성장과 생성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서양에서 ‘green’의 어원이 ‘자라나다’라는 뜻을 지닌 ‘grow’와 같다는 부분은 묘한 일치감을 줍니다. 녹색은 자연, 안정, 평온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신호등이나 제품 상태 표시에서 녹색은 정상과 허용의 의미로도 쓰입니다. 또 짙은 녹색은 휴식과 안정, 청록색은 활력과 신선함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다양한 단어에 ‘녹색’을 붙여 성장과 생성, 미래 혁신을 이야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와 금융 분야에서도 녹색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K-택소노미(taxonomy)’로 불리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일명 ‘녹색 감별사’로 불립니다. K-택소노미는 녹색채권, 녹색여신 등 다양한 금융 수단에 활용되며, 단순한 분류 기준을 넘어 기업이 자사 사업과 환경경영 활동을 점검하고 금융과의 연계를 검토할 수 있는 실

    2026.02.02 06:01
  • [편집장 레터] 정점의 역설

    잔을 가득 채운 술이나 찌개 냄비의 국물처럼 정점을 넘어서면 흘러넘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정점은 찰나의 순간일 텐데, 어리석게도 마지막까지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2025년 한 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끊임없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딴지를 걸었습니다. 미국은 트럼프 취임 직후인 1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두 번째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2월에는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를 통해 기후 공시 규칙에 대한 법적 방어를 중단했고, 6월에는 그린워싱 방지 규칙 초안마저 철회했습니다. 더불어 2025년 12월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SEC에 ESG 및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련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철회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는 미국 내 ESG 관련 규제 인프라를 송두리째 폐기하겠다는 기세였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이 같은 정책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을까요? 지난 11월 뉴욕시 회계감사관(의장)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관리하는 뉴욕시 연금 423억 달러에 대한 재입찰을 요구했습니다. 블랙록이 기후 문제 해결을 투자 우선순위에서 빼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또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 12월 8일 신규 풍력발전사업에 대해 연방정부 허가 절차를 중단하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연방법원은 미국 내무부, 상무부, 환경보호청(EPA) 등이 육상·해상풍력사업에 필요한 신규 허가를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를 이행하면서 충분한 근거와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역설적인 대목도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반ESG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ESG 펀드 자산은 3670

    2026.01.02 06:00
  • [편집장 레터] 장애물달리기

    올 한 해를 달군 ‘달리기 열풍’이 찬 바람이 부는 최근까지 식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웬만한 달리기 대회는 참가 신청 페이지가 열리자마자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한다네요. 평생 달리기와 인연이 없던 제 아내도 올해에만 2개의 달리기 완주 메달을 받았으니까요. 동아마라톤(4만여 명), 춘천마라톤(2만여 명), JTBC 서울마라톤(3만4000여 명) 등 3개 대회에만 10만여 명이 참가했고, ‘제물포르네상스 국제마라톤’(우리은행), ‘2025 서울 유아차 런’(한화손해보험), ‘설레임런’(롯데웰푸드) 등 그동안 행사 후원만 하며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던 기업까지 직접 마라톤 행사에 뛰어들며 열기를 더했습니다. 스타일 커머스 에이블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러닝복 검색량이 전년 대비 193% 늘었고, 러닝 조끼는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하네요. 또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러닝화 매출은 각각 23%, 33%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업계는 현재 국내 러닝 인구를 1000만 명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달리기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부 전문가는 최근의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자기관리’, ‘힐링’, ‘유행’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제 아내의 말을 빌리면 “달릴 때는 세상만사 걱정이 사라지고, 옆에서 누군가가 함께 달려주기 때문에 ‘혼자’가 아닌 ‘함께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기업 등에서 ESG 분야를 담당한 분들도 올 한 해 묵묵히 달려온 것 같습니다. 끝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장거리 마라톤 코스 같았을 겁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2025.12.03 09:57
  • [편집장 레터] 파리와 브라질 사이

    전 지구적 기후 위기 난제에 대응해 195개국이 뜻을 모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발효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파리협정의 핵심 내용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 제한을 추구하자는 것이었죠. 파리협정의 종료 시점은 따로 없습니다. 다만 당사국들은 스스로 정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년마다 제출해 이행 사항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명시했습니다.파리협정이 10주년을 맞은 올해 11월 브라질 벨렝(Belém)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개최됩니다. 브라질 정부는 이번 회의를 ‘협상에서 실행으로 전환하는 COP’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입니다.이번 회의의 가장 큰 과제는 회의 이전에 제출해야 했던 ‘제3차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3.0)’입니다. 각국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하지만, 현재 중국을 포함한 절반 이상 국가가 새로운 NDC를 제출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인도는 기한을 넘겼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탄소감축 관련 정책을 폐기하면서 이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내년 2월까지 2031~204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입법화해야 합니다.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유엔총회의 요청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국가 의무’에 대한 권고적 의견을 발표했는데, “NDC와 관련한 국가의 결정 재량은 국제법에 따라 제한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그 범위를 벗어나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이는 국제위법행위로 간주

    2025.11.03 10:13
  • [편집장 레터] '낡음'을 허물다

    서울 도심의 터줏대감 같던 서소문고가차도가 최근 철거에 들어갔습니다. 1966년 6월에 개통돼 내년이면 건설 60년을 맞는 서소문고가차도는 서울시 고가차도 중에서도 최고 선배 격이라고 하네요.   산업화가 한참이던 1970년대의 고가도로(차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도심의 주요 지점을 끊김없이 연결하는 동맥 같은 역할을 했죠. 특히 서소문고가차도는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경의선 철로에 놓인 건널목으로 인해 차량 흐름이 자주 끊기는 것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환갑을 앞둔 이 고가차도는 교각 콘크리트 탈락(2019), 바닥판 붕괴(2021), 보 손상(2024) 등 끊임없이 안전문제가 지적돼왔고, 결국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철거 공사는 약 8개월간 진행돼 내년 5월에 완료할 예정이며, 이후 신설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28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공사 기간 중에는 상당한 불편함도 예상됩니다. 하루 4만 대 이상 차량이 오가던 고가차도가 사라지면서 버스 노선이 변경되는 등 차량 통행의 흐름이 싹 바뀔 테니까요. 익숙했던 편안함과의 결별인 거죠.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불리던 삼일고가도로가 2003년에 철거되고, 2014년에는 서울 최초의 고가도로로 불리던 아현고가차도가 철거되는 등 서울시의 모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차량의 흐름을 중요시하던 도시설계 트렌드가 보행자와 대중교통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된 영향도 크다고 하네요. 실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생긴 뒤 도로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고가도로의 존재는 대중교통의 흐름을 막는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2025.10.02 06:00
  • [편집장 레터]가치를 소비하다

    산업화 이후 소비 행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소비는 미덕”이라는 말도 있었죠. 소비가 경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소비가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넘쳐나는 상품과 브랜드,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도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가치소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 접근성이 늘었고, 소비자에게 더 의식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품질을 기준으로 일어나던 소비 행태가 윤리적 신념이나 개인 취향에 따른 가치소비로 바뀌고 있는 거죠. 이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미닝아웃(meaning + coming out)’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최근 콧대 높던 명품업체의 행보에서 이 같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간접적으로 읽힙니다. 샤넬, LVMH 등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희소성을 지킨다는 이유로 재고를 소각했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재활용 사업에 뛰어드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샤넬의 경우 지난 6월 초 재활용 전문 법인 네볼드(Never+Old)를 설립해 자투리 천과 미판매 재고 상품 재활용에 나섰고, 루이 비통과 디올 등을 보유한 LVMH도 제품 제작 과정에서 남은 원단 등을 재활용하는 ‘노나 소스’ 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명품업체들이 똑똑해진 소비자의 가치소비에 발맞춰 능동적 변화를 선택한 것입니다. 〈한경ESG〉는 9월호 커버 스토리 대한민국 소비자가 뽑은 ‘2025 ESG 브랜드 조사’를 통해 국내 소비자의 가치소비 행태를 전합니다

    2025.09.03 06:01
  • [편집장 레터] 자연재해의 역설

    지난 7월 중순 닷새간 전국에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는 곳곳에 큰 생채기를 남겼습니다. 특히 충남 서산의 경우 1시간 만에 114.9mm라는 강수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100년에 한 번 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학계에서는 우리나라에 ‘시간당 극한호우’가 가장 많이 내리는 달이 현재 8월에서 7월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이번 집중호우의 상처는 너무나 컸습니다. 행정안전부의 ‘국민안전관리 일일상황’ 보고에 따르면 7월 22일 기준 사망 19명, 실종 9명 등 28명으로 인명피해가 잠정 파악됐고, 이번 집중호우 피해로 대피한 주민은 15개 시도에서 9887세대, 1만416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또 20일 오후 6시 기준 도로 침수와 토사 유실, 하천 시설 붕괴 등 공공 시설 피해가 1999건, 건축물·농경지 침수 등 사유 시설 피해는 2238건에 달했습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고, 자연재해 발생빈도는 크게 늘고 있습니다. 실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전 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 손실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1400억 달러를 기록해 과거 30년 평균의 2배를 초과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경제학자 박지성 교수가 쓴 〈1도의 가격〉에서는 실질적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지구기온이 평균 1℃ 올라갈 때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죠. 그는 지구온난화를 방치할 경우 〈포천〉 500대 기업의 연간 수익 총합의 몇 배에 맞먹는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2025.08.04 10:02
  • [편집장 레터] 다시 쓰는 ESG

    이재명 정부가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는 다소 느리게 가던 ‘ESG 시계’ 태엽을 다시 힘주어 감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태입니다.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과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통합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고, 탄소중립 산업 육성과 함께 재생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정책 공약입니다. 또 한국판 IRA(가칭 탄소중립산업법), 조기 ESG 공시 의무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강화 등의 정책 추진도 공언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자본시장 개혁 및 지배구조 개선,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등의 움직임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책 과욕이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정권 초기여서인지 기업과 학계 등에서 다양한 정책 제언도 쏟아져 나옵니다. 새 정부가 향후 5년간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에 앞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이자 한국ESG학회장은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대통령실을 보좌할 ‘ESG 수석’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정부가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정책을 적극적으로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문제점을 들며 기후 에너지, 국토 교통, 해양수산, 산림, 기상관리 등 환경 관련 핵심 정책을 총괄하는 ESG 수석을 대안으로 제시한 거죠.   이에 〈한경ESG〉는 7월 창간 4주년 기념호에서 다양한 업계의 제언과 정책 과제를 담았습니다. 커버 스토리 ‘ESG 데이터, 디지털 경제 달군다’에서는 디지털 주권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ESG 데이터

    2025.07.03 06:01
  • [편집장 레터] 리더의 미래 설계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다.” 세계적 경영석학 피터 드러커가 저서 〈변화 리더의 조건〉에서 강조한 말입니다. 2025년 초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이로 인해 격화된 글로벌 무역 전쟁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급변하는 경제 파고에 무기력하게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중심에서 시장을 선도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한 거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기업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입니다. 이 같은 가치가 녹아 있는 개념이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이기도 하고요. 리더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아닐까요. ‘리더’라는 단어에 ‘혁신’이라는 말이 늘 따라붙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27개국 2100명 이상 최고경영진(CEO, CFO, CTO 등의 CxO)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딜로이트 글로벌 최고경영진 지속가능성 설문조사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지속가능성 투자를 늘렸다고 답한 글로벌 CxO는 85%(2023년 75%)에 달했고, 향후 3년간 기후변화가 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비중은 전년도 61%에서 70%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경우 CxO의 66%는 향후 3년 내 기후변화가 기업전략 및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고, 55%는 기후변화로 인한 소비 패턴·선호도 변화가 이미 회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경ESG〉가 6월호 커버 스토리에서 ‘2025 대한민국 ESG 리더 15’를

    2025.06.03 06:00
  • [편집장 레터] 조용한 투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고,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등 반(反)ESG 행보를 보이자 일부 기업이나 금융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이름을 슬그머니 내려놓았습니다.미국의 주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탈퇴하기도 했죠. NZBA는 2021년 출범한 UN 산하 기후 이니셔티브로, 2050년까지 은행 대출 투자 등 금융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이 목표였습니다. 국내 역시 신한은행이 올해 초 기존 ‘ESG기획실’ 명칭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기획실’로 변경하는 등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ESG 관련 투자는 조용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펀드명에 ESG를 포함하면 자금 유입 확률이 높아진다는 전언도 있었죠.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지난 4월 10일 발표한 ‘펀드명: ESG 관련 변화와 투자 흐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24년 중반까지 EU 역내 펀드의 ESG 관련 명칭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ESG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 비중이 2015년 이전 3% 미만에서 2024년 중반 약 9%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글로벌 ESG 금융자산이 2030년 35조 달러(약 5경3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4년 30조 달러(약 4경3100조 원)였던 ESG 자산이 연평균 2.6%씩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ESG 규제 교착, 미국 시장 위축, 글로벌 무역 리스크 등이 모두 반영된 추정이었습니다. 우리가 혁신 산업으로 분류하는 기후 기술, 인공지능(AI),

    2025.05.03 06:01
  • [편집장 레터] 미로 찾기

    사람이나 기업이나 가던 길이 막히면 우선 주변을 살피다 뒤돌아 새 길을 찾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죠. 길이 막힌 것이 아니고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막막한 미로에 갇히는 순간이죠. 얼마 전 오십 줄이 넘은 언론사 후배들과 수년 만에 노래방을 갔더랬습니다. 그런데 후배들과 부른 노래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달달한 발라드나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같은 흥겨운 노래가 아닌 김범수의 ‘지나간다’,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등 먹먹한 노래가 대부분이었죠. 막판에 ‘아버지’라는 제목의 노래는 두 곡(인순이, 싸이)이나 골라 불렀고요. 지나고 나서 든 생각인데, 경제가 힘들고 고달픈 가운데 나이를 살뜰히 먹어가는 중년의 길 찾기는 그렇게나 힘들고 막막했나 봅니다.   요즘은 기업들도 길을 찾지 못해 힘겨워합니다. 국내 정치와 경제는 바닥 모를 추락이 이어지고, 트럼프발 관세 폭풍에 글로벌 공급망은 미로처럼 막혀 있으니까요. 포스코경영연구원의 ‘트럼프발 관세전쟁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압박은 미국 제조업 부활(MAGA)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분석됩니다.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좀 더 다양한 압박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거죠.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선 중국의 광물 무기화는 또 다른 공급망 불안 요소입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부터 미국 관세에 맞서 희토류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희토류는 배터리, 반도체 등에 필수 원자재로 활용

    2025.04.03 06:03
  • [편집장 레터]트럼프 주연의 '무역 전쟁'

    2025년 초부터 세간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른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주연의 ‘무역 전쟁’입니다. 이 영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포와 혼돈, 갈등과 불안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청년 시절부터 영화배우가 꿈이었다고 하죠. 그가 〈나 홀로 집에 2〉(1992) 등 18편의 영화에 카메오로 등장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는 첫 출연작 〈귀신은 사랑 못해〉(1989)에서 ‘최악의 조연상(골든 라즈베리 어워즈)’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의 트럼프는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스스로 카메오가 아닌 주연으로 나서 역대급 관세 정책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열었으니까요.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한 25%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 뒤 예정대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는 이미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더불어 트럼프는 다른 국가에도 미국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율과 동일한 수준으로 미국 관세를 인상하는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전포고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부과 예고에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상호 무역 전쟁 중심에 ‘탄소’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탄소가 ‘관세 대체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의 고탄소 오염원을 자국으로 들여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이른바 ‘탄소세’ 움직임

    2025.03.05 06:01
  • 런던에서 뉴욕으로 '금괴 대이동'

    금괴의 이동 속도로만 보면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금 태환 정지 선언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세계경제 분권화와 달러화의 힘을 빼기 위해 금 보유를 크게 늘려온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도 뒤따라올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중상주의 상징인 런던 금시장의 부침은 영연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영연방의 태동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경제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조짐을 보이자 옛 영화를 부활하기 위해 ‘하나의 유럽 구상’이 나왔지만, 출발부터 시련이 닥쳤다.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영국과 이를 반대하는 대륙 간 역사적 앙금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책임과 미국 경제의 대공황으로 해가 지지 않는 대영 제국의 영화를 되찾는 분위기가 성숙되면서 1931년 영연방이 태동했다. 다른 지역 블록과 달리 느슨한 형태의 영연방은 현재 참가국 52개국, 인구 25억 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지역협의체다. 주요 20개국(G20)과 비슷하게 운용된다.영연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잠시 전성기를 누리다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뒷전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빨리 쇠퇴한 곳은 경제 분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과 국제통화기금(IMF)을 양대 축으로 한 세계경제 질서가 정착되면서 영연방 국가의 탈퇴 조짐까지 일기 시작했다.위기의식을 느낀 영국은 1973년 뒤늦게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으로 구체화되지 못했던 하나의 유럽 구상은 1957년 로마 조약을 기점으로 EU가 재출범한 이후 순조롭게 성장했다. 반면 미국 주도의 브레턴우즈

    2025.03.05 06:00
  • [편집장 레터]기업을 위한 AI 사용 설명서

    혁신의 아이콘이 된 인공지능(AI)은 2025년에도 뜨거운 관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가장 눈길을 끈 테마는 ‘생성형 AI’였다고 합니다. 8년 만에 CES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미지나 단어, 소리를 이해하던 AI가 텍스트·이미지·소리를 만드는 생성형 AI로 진화하고, 이제는 스스로 진행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물리적 AI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사실 AI의 활용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성’입니다. 에너지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망을 구축하거나, 자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단계까지 AI의 진화가 이뤄졌기 때문이죠. 이미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실제 IBM의 ‘인바이런멘털 인텔리전스 스위트’의 경우 기업의 친환경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 위험 관리를 간소화·자동화하고, 탄소배출권 회계 처리 및 감축 같은 기본 프로세스 운영을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국내도 HD현대에서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학습해 최적의 조선소 운용 조건을 도출하도록 할 예정이며, LG화학의 경우 품질 예측, 공정 최적화 등 제조 영역부터 법무 계약 검토, 환율 예측 등 비제조 영역까지 AI 기반의 디지털 변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의 급속한 진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AI의 발전이 데이터, 반도체, 부동산, 전력, 물 등 다양한 자원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챗GPT 한

    2025.02.04 06:01
  • [편집장 레터] 숨, 쉼

    2025년이 왔습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도 부족한 2024년을 헤집고 말이죠. 국내외 정치와 경제 상황은 혼돈 그 자체인데, 새 달력의 첫 장은 차분하기만 합니다.  살면서 잊게 되는 것이 더러 있습니다. 너무 흔해서 존재조차 까먹는 거죠. 예를 들면 가족, 민주주의, 산소 같은 것들. 너무 편해 소중함을 모르는 가족, 당연한 권리처럼 누려온 민주주의,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명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산소. 미안했습니다. 소중하지만 방치해둔 고마움에게.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지만 ‘숨’을 쉴 수 있게 해준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힘이 들 때는 ‘한숨’도 되었다가, 못 참을 정도로 몰아치는 ‘가쁜 숨’도 되었다가, 어느새 기쁨의 ‘벅찬 숨’이 된 일상에게.  ‘숨’이라는 글자 옆에 막대기(?)를 하나 세우면 ‘쉼’(숨+ㅣ)이 됩니다. 사람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쉼’은 ‘등받이’와 같은 말일 겁니다. 항상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갈 수는 없을 테니까요. 모두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위기의 2025년. 어쩌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에 보상이라도 주듯 잠시 자신만의 ‘쉼’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중 재충전을 위한 잠시의 ‘쉼’은 ‘보약’이 되면 됐지 ‘독’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또 그게 결국 ‘삶’이고요. 2025년 새해는 밝았고, 당장 눈앞을 보자면 비상계엄의 정치 파고와 트럼프 2기의 국제 변수를 이겨내야 합니다. 국내외 악재는 그대로 기업의 시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

    2025.01.03 06:01
  • [편집장 레터] 추억의 은행, 그리고 미래

    정신없이 달려온 2024년도 이제 12월 한 달 남았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뜸해진 송년 모임이 여럿 잡혔습니다. 학교 동문, 전 직장 동료, 업무상 인연을 맺은 분 등. 신기할 정도로 20대부터 50대까지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어벤저스처럼 모일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예적금처럼 맡겨둔 추억이 하나둘 출금될 예정입니다. 오랫동안 묵혀놨으니 이자도 쏠쏠할 겁니다. 그들은 각자 제가 추억을 맡겨놓은 은행들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복리이자까지 붙어 추억의 크기가 커졌을 테고, 또 관계가 소원했던 누군가에게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바뀌었겠죠. 후회스러움은 아련함이 되어갈 것이고, 행복했던 순간은 동네 사진관에서 찍은 흑백사진처럼 바래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마주하게 될 2025년.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걱정합니다. 경제도 안 좋고, 세계정세도 여전히 불안정하니까요. 특히 트럼프 2기에는 전 세계가 각자도생의 생존 게임으로 돌아갈지 모릅니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포커스가 맞춰지겠죠. 2024년 연말에 옹기종기 모여 코로나19 기간에 강제적으로 지급 정지된 추억을 군밤 까먹듯 나눴는데, 2025년에는 그런 훈훈함이 사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모두 현재에 저당 잡힐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2기가 오더라도, 글로벌 지형이 요동칠지라도 결국은 다시 미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게 순리니까요. 2024년, 지구는 엄청난 이상기후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1월 27일에는 서울에 첫눈이 내려 16cm 넘게 쌓였는데, 이는 근대적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라고 합니다. 무려 117년 만에 최고치 폭설을 기록한 것이죠. 2024년은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

    2024.12.05 06:00
  • [편집장 레터] 플라스틱, 너도 아팠구나

    11월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습니다. 50년 넘게 달려온 녹슨 몸 상태를 첨단 의료 장비의 힘을 빌려 훑어보는 거죠. 혹여나 건강에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찾을 것이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날 선 처방도 내려질 것입니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이 오십 줄의 인간도 이럴진대 46억 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온 지구는 괜찮을까? 부질없는 이 생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세계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 엑손모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주정부는 소송에서 엑손모빌 측이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짓 광고로 소비자를 안심시켜 플라스틱을 더 쓰도록 부추겼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문 앞에 쌓이는 택배 박스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분리해 수거함에 넣으며, ‘어디선가 잘 처리되겠지. 나는 오늘도 지구환경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인 거야’라고 애써 안도했는데, 그게 다 부질없었다는 겁니다. 지구 환경오염의 공범이 된 기분이었죠.   석유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은 지구를 병들게 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입니다. 플라스틱은 전 생애주기 온실가스를 뿜어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 토양, 강, 바다 등에 스며든 미세플라스틱은 인간의 몸속에까지 침투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1만6000종이 넘는 화학물질 중 약 4분의 1을 인간 건강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 우려 물질로 보고 있죠. 플라스틱 포장재의 평균 사용 기간은 6개월이지만 썩어 없어지려면 5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플라스틱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억울할

    2024.11.05 06:00
  • [편집장 레터] 녹색 수혈

    ‘하늘의 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훌쩍 넘긴 후 제 아침 루틴은 약 먹기부터 시작됩니다. 눈을 뜨자마자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입에 털어 넣은 뒤 그제야 하늘을 슬쩍 올려다보는 게 일상이 됐죠.   중년에게 고혈압 같은 심뇌혈관계 질환은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지병이라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망 위험 요인 1위로 고혈압을 지목했으니 신경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불규칙한 식생활, 운동 부족, 잦은 음주와 흡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직업병이라고 핑계를 대 보지만 몸 전체에 흐르는 탁한 피를 맑게 해줄 뾰족한 묘안은 없습니다. 기업 역시 업력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고, 조직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기업의 건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순간이죠. 최근에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조건으로 녹색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기업에 탄소중립은 의무가 되고 있고, 기업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거나 그린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금조달 문제가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전환 금융’이라는 개념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오는 2030년까지 452조 원 규모의 정책 금융을 투입할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발표가 있었죠. 민간까지 합치면 전환 금융 수요는 1000조 원까지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기존 녹색 금융이 풍력터빈, 태양광, 탄소포집·저장 같은 녹색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지원되는 자금줄이라면 전환 금융은 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려는 기업에 폭넓게 지원되는 ‘녹색 수혈’이

    2024.10.05 06:00
  • [편집장 레터] 브랜드 생존 경주

    노키아, 엠파스, 새한미디어. 한때는 위세가 대단했지만 지금은 기세가 한풀 꺾이거나 흔적을 찾기 힘든 브랜드들입니다. 휴대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휴대폰 사업 부문이 인수된 후 더 이상 일반 대중이 찾기 힘든 통신기기가 되었고, ‘자연어 검색’으로 돌풍을 일으킨 엠파스나 세계 최대 비디오테이프 제국을 꿈꾼 새한미디어도 브랜드의 과거 영광을 지키지 못했습니다.이처럼 기업의 브랜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길고도 처절한 생존 경주를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평균수명은 1958년 61년에서 2027년 12년으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브랜드를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기업은 사라져도 브랜드는 남아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충제의 대명사였던 ‘에프킬라’는 1997년 외환 위기 때 삼성제약이 한국존슨(현 SC존슨코리아)에 넘긴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자체 파워가 대단하다 보니 2005년부터 생산 라인을 중국으로 옮겨 수입·판매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내 살충제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해태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국내 최초 식품 회사였던 모기업 해태가 부도난 뒤 크라운제과에 병합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친숙한 해태의 브랜드로 국민 아이스크림 ‘부라보콘’과 ‘맛동산’ 과자를 즐기고 있으니 말이죠.  과연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과거 필름 시대의 영광이 저문 뒤에도 여전히 화장품·의료·전자재료·디지털카메라·방송 시장 등에서 위

    2024.09.05 06:00
  • [편집장 레터] 기업도 아프다

    한여름에 그만 감기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에는 독한 감기를 다스리기 위해 항생제, 궤양 치료제, 만성염증과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 진해거담제 & 기침감기약, 비염 & 콧물약 등이 급히 소집된 모습이 보이네요.사실 사람만 아픈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기업도 몸살을 앓으며, 아픔을 호소하니까요. 최근 티몬·위메프 정산 중단 사태만 봐도 기업이 얼마나 생물처럼 취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해당 기업의 아픔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는 물론 소상공인과 내수 위기까지 불거진 상황이니 말이죠.티몬과 위메프의 모회사는 큐텐입니다. 큐텐 대표는 지마켓 신화로 유명한 구영배 대표죠. 구 대표는 큐텐의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욕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의 몸집 불리기가 필요했죠. 2022년 9월 주식 교환 형태로 티몬을 인수합병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위메프(2023년 4월), 미국 쇼핑몰 위시(2024년 2월), AK몰(2024년 3월) 등 적자 기업을 줄줄이 인수합병(M&A)합니다.기업의 내재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큐텐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한 다음 개발과 재무 파트를 흡수 통합한 후 영업본부만을 남겨놓고 가혹한 판매 경쟁에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티몬과 위메프가 조용히 몸살을 앓은 시점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곪았던 상처는 금세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터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아픔이 단순히 개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고, 이커머스 시장 전체에도 악영향을 끼쳐 내수 위기를 불러올

    2024.08.06 06:00
  • [편집장 레터] 클린스만과 김성근

    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되새겨봅니다. 누군가 끌고 있는 수레에 올라타 방향을 지시하면 보스, 맨 앞에서 수레를 함께 끌며 방향을 알려주면 리더라고 합니다. 보스의 대표적 키워드로 ‘권위’를 꼽는다면, 리더는 ‘혁신과 소통’이 아닐까요.  문득 2명의 스포츠 리더가 떠오릅니다. 지난 2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위르겐 클린스만과 최근 JTBC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입니다. 물론 스포츠 리더와 기업의 경영자는 달라도 많이 다릅니다. 하지만 조직을 이끌며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할 것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습니다. 독일 올해의 축구 선수상(1994), FIFA 올해의 선수 3위(1995) 등 레전드급 축구선수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축구감독의 길을 걸은 뒤에는 예전의 명성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술 없는 감독’, ‘재택근무 논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임 표명’ 등 이런저런 비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기간 선수 간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그 싸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요르단을 이겼을 것”, “한국 문화에선 누군가가 책임지고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신보다는 선수들에게 패배의 책임을 미뤄 큰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수 시절 명성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 한화 등 프로구단 7곳의 감독을 맡는 등 지도자로서 더 긴 세월을 보냈습니다. SK 감독 시절에는 ‘야신’(

    2024.07.05 06:04
  • [편집장 레터]전부지만 아무것도 아니다?

    눈치가 빠른 편이신가요? 그렇다면 ‘ESG’라는 단어 조합에서 이상한 점을 못 느끼셨나요? 우리가 알고 있는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거버넌스(지배구조,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조합한 단어죠. 한데 기업에서 거버넌스는 조직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애당초 거버넌스를 환경·사회와 나란히 놓기엔 단어 조합의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앨릭스 에드먼스 런던 비즈니스 스쿨 재무 담당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ESG’의 단어들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환경과 사회는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넘어 더 넓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와 관련된 것”이라며 “거버넌스는 투자에 대한 보상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과 기름처럼 도통 섞이지 않는 단어 조합이라는 거죠.   거버넌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핵심 개념으로 통합니다. 기업의 경우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책임을 실현하고 실질적 경영 변화를 이끌어내죠. 한데 기업의 전부와도 같은 거버넌스를 가끔 아무것도 아닌 듯 취급하곤 합니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밸류업 가이드라인’ 확정안을 공개했죠. 첫 스타트를 끊은 것은 금융사였습니다. 시행 첫날인 5월 27일 KB금융이 4분기 중 발표 계획 안내(예고) 공시를 발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고, 28일에는 키움증권이 상장사 최초로 본격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며 밸류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이후 기업 인센티브와

    2024.06.05 06:00
  • [스페셜] ESG, 각성의 시간…무엇을 해야 할까

    [한경ESG] 스페셜 리포트 * 이 리포트는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서 발행한 거버넌스 포커스(2024년 1분기, Vol.24)에 ‘ESG와 지속가능경영: 거버넌스의 전략적 활용’이라는 제목으로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SG에 관한 오해와 진실은 1990년대 전 세계적으로 정착된 개념인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 성과를 투자 의사결정에 고려하기 시작한 현상이 ‘ESG 투자’다.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위험과 기회를 투자에 반영하지 않으면 최적의 의사결정이 될 수 없다는 투자자의 자각에서 2004년에 만들어진 용어다. 따라서 ESG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자의 관점과 접근 방법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영자 관점에서 지속가능경영 또는 전략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인 것처럼 혼용하고 있다.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는 각자 관점에서 지속가능성에 접근하는데, 예를 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활동은 지속가능소비(sustainable consumption)이며, 2000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해 한동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가 그 예다.기업 경영자는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고려한 지속가능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하듯이 투자자의 ESG 투자 동향에 대응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실행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를 ESG 경영이라 부르는 경향이 있었다. 2024년에 이르러 용어와 개념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필자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언했듯, 2023년 말 잘못된 ESG 라벨의 유통기한은 끝났다.조악한 작명의 ESG, 다시 정의한다면   오해와 혼동은 ESG 용어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24.05.05 06:00
  • [편집장 레터] 요상한 숙제

    [한경ESG] Editor's Letter 기업에 숙제가 예고되었습니다. 지난 4월 30일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 초안이 발표된 겁니다. 그런데 참 ‘요상한 숙제’입니다. 숙제 범위는 정해진 것 같은데, 적용 대상자와 시행 시기가 아직 미정입니다. 단지 올 하반기에 국내 기준 확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일단 숙제가 예고되었으니 준비는 해야 하는데, ‘누구에게’와 ‘언제부터’가 미정이라 숙제에 대한 ‘의무감’보다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숙제일 것 같은 착각마저 듭니다. 하지만 ESG 공시의무 강화는 글로벌 스탠더드로 굳혀지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미룰 수 있는 숙제가 아니라는 거죠. 이미 글로벌 규제 압력을 강하게 받는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를 공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한상공회의소 공급망ESG지원센터는 국내 공급망 내 협력사 1278곳을 대상으로 ESG 경영 실사를 실시, 지난 4월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원센터는 경영 수준을 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구분해 진단을 실시했는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고위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고 합니다. 글로벌 규제 압력을 직접 체감하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ESG 경영이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누군가는 “최근 ESG에 대한 주목도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도 예전만 못 하다”고 투덜대기도 합니다. 하지만 ESG의 출발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2024.05.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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