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지난 14일 처음 선보인 신품종 ‘코코볼 포도’
롯데백화점이 지난 14일 처음 선보인 신품종 ‘코코볼 포도’
포도 한 송이에 3만5000원. 롯데백화점이 지난 14일 처음 선보인 신품종 ‘코코볼 포도’의 가격이다. 일반 포도보다 가격은 높지만 코코아빛 껍질과 아삭한 식감, 높은 당도에 희소성까지 갖춰 프리미엄 과일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많이 사기보다 새로운 품종과 확실한 품질을 경험하려는 과일 소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고급과일 선점한 롯데백화점…‘코코볼 포도’ 인기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기준 거봉 2㎏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만7435원이다. 1㎏당 약 8700원꼴이다. 롯데백화점이 선보이는 코코볼 포도는 1㎏에 3만5000원으로 단순 비교하면 약 네 배 비싸다.

코코볼은 이름과 달리 초콜릿이나 코코아 맛이 나는 포도는 아니다. 코코아 빛을 띠는 자흑색 껍질에서 이름을 따왔다. 껍질이 얇아 껍질째 먹을 수 있고 과육은 단단해 씹을 때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높은 당도에 신맛이 적어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품종이다.

코코볼은 국내에 널리 퍼진 품종이 아니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2023년 육성한 신품종으로 2024년부터 보급에 들어갔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파악한 재배면적은 천안과 영천, 상주 등을 합해 약 5㏊에 불과했다.

경북 상주·충북 영동서 소규모 물량만 확보


롯데백화점이 판매하는 코코볼은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의 지정 농가 두 곳에서 물량을 확보하며 상주 농가가 주력 공급처다. 대량으로 경매장에서 사오는 일반 포도와 달리 재배 단계부터 품질을 꼼꼼하게 확인한 특정 농가의 물량을 소량으로 공수해오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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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가격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코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배면적과 시중 유통량이 많지 않아 일반 포도처럼 대표 소매가격이 형성된 품종이 아니었다. 사실상 올해부터 백화점 등 소비시장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포도계 신상’인 셈이다.

특히 고급 과일을 찾는 고객이 몰리는 백화점에서는 가격이 높은 신품종 포도를 찾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신품종 포도 매출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새 약 2.6배로 커졌고, 취급 품종 수도 같은 기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18브릭스 이상 고당도 프리미엄 상품 선별


이정원 롯데백화점 청과&채소 선임 바이어는 이런 성장의 배경으로 포도를 고르는 소비자의 기준 변화를 꼽았다. 과거에는 알이 크고 당도가 높은지 정도가 프리미엄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희소한 품종인지, 기존 포도와 다른 향과 식감을 갖췄는지까지 따진다는 것이다. 익숙한 품종을 반복해서 사기보다 처음 보는 품종을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단가’뿐만 아니라 ‘어떤 품종인가’가 포도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3만5000원이라는 가격에는 희소성만 반영된 것도 아니다. 백화점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거치는 까다로운 선별 과정도 가격 차이를 만드는 요소다. 롯데백화점 포도는 모두 여섯 차례 검품을 거친다. 농가 현장에서 1차로 상품을 가려낸 뒤 산지에서 비파괴 당도 검사를 한다. 이어 박스 포장 과정에서 다시 선별하고 입고 전 바이어 검품, 백화점 입고 검품, 최종 판매 포장 단계까지 통과해야 매대에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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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선별 기준도 높은 편이다. 예컨대 샤인머스캣의 기준 당도를 16브릭스 안팎으로 본다면 롯데백화점은 18브릭스 이상의 고당도 상품을 주로 선별한다. 단순히 달기만 해서는 안 된다. 한 송이 안에서 포도알의 크기와 모양이 일정한지, 색깔이 고른지, 눌리거나 터진 알은 없는지도 확인한다.

산지까지 본사 바이어가 직접 찾아가는 것도 필수다. 농장의 생육 상태와 나무의 수세, 착과 상태를 살펴 올해 농사의 품질을 가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포도를 직접 따 먹어보고 당도계로 샘플의 당도를 재기도 한다. 유명 산지라는 이유만으로 상품을 받기보다 매년 일정한 품질을 낼 수 있는 농가인지가 더 중요해서다.

롯데백화점이 지정산지 소싱을 주로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검증된 농가뿐 아니라 신품종을 재배하거나 새로운 농법을 시도하는 농가를 바이어가 찾아 물량을 확보한다. 수확한 포도는 신선도와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 이튿날 백화점에 입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정원 롯데백화점 청과&채소 MD
이정원 롯데백화점 청과&채소 MD

40·60대 여성 VIP 고객 수요 몰려


비싼 과일을 소비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프리미엄 과일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을 위한 선물 수요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신과 가족이 먹기 위해 고가 과일을 찾는 자가 소비가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40~60대 여성과 에비뉴엘 VIP 고객의 프리미엄 포도 구매가 특히 활발하다.

많은 양을 싸게 사기보다 양을 줄이더라도 품질이 좋은 과일을 고르거나, 처음 보는 품종을 직접 경험하려는 소비가 늘고 있어서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롯데백화점 청과 매출은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약 15%씩 증가했다.

이 바이어는 비싼 포도를 고를 때도 가격 자체보다 ‘균일성’을 먼저 보라고 조언한다. 한 송이 안에서 포도알의 크기와 모양, 색택이 고른지, 눌리거나 터진 알은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신품종의 경우에는 품종 고유의 맛과 식감, 산지와 수확 시기까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이 바이어는 “가격이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포도는 아니다”며 “한 번 맛있는 포도보다 언제 구매해도 일정한 품질을 기대할 수 있는 포도를 좋은 상품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