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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MS의 '칼퇴' 문화를 바꾼 것
김인엽 실리콘밸리 특파원
이런 상황은 사티아 나델라 신임 CEO가 2014년 취임하면서 바뀌었다.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2만5000명이 2년 동안 짐을 쌌다. 나델라 CEO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MS의 새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으로서 MS의 변신은 이때 시작됐다. 오픈AI, 앤스로픽 등 AI 스타트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것도 이 무렵이다. 나델라 CEO를 ‘MS 제2의 창업자’로 부르는 이유다.
현실화된 대량 해고의 그림자
개인에게 구조조정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조직의 관점에선 반드시 제거해야 할 환부를 들어내는 것이어서 뚝심 있게 추진하면 뚜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테슬라의 성공도 이 같은 조직 관리에 기반했다. 테슬라는 1년에 두 번 직원 성과를 평가한다. 개별 팀원을 평가할 때 팀장에게 묻는 조항 1번은 ‘팀원을 믿느냐’, 2번은 ‘팀원을 그대로 두겠느냐’라고 한다. 일론 머스크 CEO의 이상에 함께 도전한다는 동기 못지않게 ‘언제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가 테슬라의 생산성을 높이는 동력이 됐다.최근 AI 열풍으로 실리콘밸리에 또 한 번 대규모 감원 돌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넉 달간 사무직을 중심으로 직원 약 3만 명을 해고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세운 핀테크 기업 블록은 전체 직원 1만여 명 중 40%가량을 내보냈다. 지금 미국 빅테크의 최대 목표는 AI라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인재 확보와 이를 통한 수익화다.
생태계 토대 된 빅테크 출신
물론 개인에게 AI로 인한 변화의 짐을 모두 떠넘길 수는 없다. 에어비앤비 사례를 주목해 볼 만하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2020년 직원 1900여 명을 해고하면서도 ‘에어비앤비 인명록’을 만들었다. 다른 빅테크와 스타트업이 에어비앤비 출신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사이트를 개설한 것이다. 큰 나무에서 떨어진 씨앗이 숲을 이루듯 이들은 자라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토대가 됐다.최근 시트리니리서치가 내놓은 보고서 ‘2028 글로벌 인텔리전스 위기’가 화제다. 이 보고서는 AI가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대체해 2028년이 되면 미국 실업률이 10%대로 치솟는다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AI로 인해 노동시장 대변혁이 일어나는 방향만은 분명해 보인다. 폭풍을 맞고 쓰러질지, 혹은 쓰러지기 전에 먼저 누울지의 차이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선 낡은 노동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도산 위기에서만 해고를 할 수 있다는 노동법 규정에 ‘산업 구조 재편’이라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 변화의 흐름에 버티기만 고집한다면 재기할 기회조차 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