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속가능성은 전략 산업과 국가안보, 부채 문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장되며 방산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AI 확산 속에서 사이버보안과 양자보안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ESG는 에너지, 안보, 지정학 중심으로 재정의되며 글로벌 투자 기준도 변화할 전망이다.
[한경ESG] 산업별 ESG 투자 리포트 ② 방위산업
오늘날 국제 정세의 핵심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의 ESG 평가를 넘어 국가 단위의 전략 산업과 부채의 지속가능성까지 포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기저에는 더 이상 전략 산업의 외주화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판단과 함께 정상적 방식으로는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 지정학적 갈등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전략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방산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SG 대격변 모드…에너지, 안보, 지정학 재정의 눈길
지난 5월 6일 유로넥스트 스티븐 보나 의장은 “새로운 지정학적 질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을 에너지(Energy), 안보(Security), 지정학(Geostrategy)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유럽의 안보 자립과 기술혁신을 위해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ESG 지수에서 방위산업을 배제한 부분도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1.8조 달러 운용)는 ESG를 이유로 20년 동안 방산 투자를 금지했지만, 최근 보수당과 진보당 모두 해당 규정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국가 예산으로 F-35 전투기를 50대 이상 구매했음에도 제조사인 록히드마틴에 투자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이다 볼덴 바셰 총재는 “세계질서가 군비 경쟁으로 향하고 있어 투자 기준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방산주가 독주하는 환경에서 이를 배제하는 투자 방식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7일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나 금융 지원을 금지하지 않도록 지속가능성 규제가 특정 산업 배제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가장 영향받는 것으로 평가되는 폴란드와 발트 3국은 대인지뢰 개발 금지를 골자로 하는 ‘오타와협약’에서 탈퇴할 것을 선언 후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의 대표 방산 ETF는 내후년까지도 높은 수준의 이익 증가가 예상되며, 특히 K-방산은 압도적 이익 증가율과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이버·양자 보안, New-ESG로 등극하나
우선 인공지능(AI) 전환과 디지털 화폐 사용 증가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안보 중요성은 물리적 공간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전에서는 재래식 무기의 중요도가 점점 낮아지는 반면, 첨단기술 기반의 비대칭 전력이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이버보안은 디지털 전장의 핵심 인프라로, 경기순환과 무관하게 디지털보안 역량이 필수 인프라로 부상하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또 국내외를 막론하고 디지털 취약성이 기업가치 훼손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는 국내 기업 중 예스24, SKT 등 랜섬웨어 공격과 개인정보 유출로 큰 피해를 입었다. 향후 AI 전환과 디지털 화폐 사용 증가로 해커들이 공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범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사이버보안 수요는 구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시장은 2024년 326조 원에서 향후 10년간 880조 원까지 2배 이상 커질 전망이다.
사이버보안 산업에 투자하는 ETF는 First Trust Nasdaq Cybersecurity ETF, ETFMG Prime Cyber Security ETF가 있다. 이 중 CIBR는 순수 사이버보안 기업 비중이 높아 선호하는 ETF로 꼽힌다. 주요 편입 종목은 브로드컴, 시스코 시스템즈,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 인포시스 등이다. 사이버보안 주요 기업은 매출과 이익 추정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익률도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버보안과 함께 양자컴퓨터 및 보안 이슈도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로 주목받고 있다. 구글의 윌로 칩(양자 칩)이 공개된 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 대비 암호 해독 능력이 뛰어나 블록체인 보안마저 뚫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자컴퓨터가 현실화되면 블록체인뿐 아니라 전통 금융, 군사 등 모든 보안 체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
국방 산업은 보안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양자 기술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되는 한 패권 전쟁 최전선에 놓일 수밖에 없다. 상용 제품이 없음에도 각국이 정책적으로 양자 기술을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국방부는 2024년 8월 아이온큐에 570만 달러 규모의 양자보안 시스템 설계를 맡겼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첨단기술이 판도를 바꾸는 장면을 목격한 패권국은 신기술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AI 혁신은 현재진행형이지만, 2030년 이후에는 성장 한계가 나타날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의 혁신은 양자컴퓨터와 뇌공학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잰슨 황 엔비디아 CEO도 연초에는 양자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양자에 투자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2025년을 양자 준비의 해로 선언했다. 미국에는 2018년부터 양자 ETF가 있었고, 국내에도 양자컴퓨팅 ETF 5개가 상장했다. 개별 양자 기업의 연율화 변동성은 80% 수준으로, 고위험성으로 알려진 원유나 크립토 투자보다 위험하다. 따라서 ETF를 활용한 바스켓 투자로 변동성을 줄이는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