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전경 / 사진. © 이진섭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전경 / 사진. © 이진섭
브라질 출신의 에르네스토 네토 (Ernesto Neto, 1964~ )는 재료들을 유기적으로 조직해 사람, 자연, 문화, 영성 사이에 깊은 연관성을 탐구하는 설치미술작가다. 파리 판테온에서 전시된 <Léviathan Thot>(2006. 9), 뉴욕의 파크에비뉴 아모리에서 보여준 <Anthropodino>(2009. 5), 그리고 취리히의 중앙 기차역의 <GaiaMotherTree>(2018. 6) 등 거대한 공간에 전시되었던 그의 작품들을 보면 ‘관계’, ’화합’, ‘자유’ 같은 키워드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에르네스토 네토의 대부분 작품들은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 향을 맡을 수 있다. ‘선택된 소수’가 아닌 ‘모두’가 예술의 동시대성을 느끼게 하는 그의 작품처럼 관객들은 ‘참여’와 ‘놀이’를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일부 / 사진. © 이진섭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일부 / 사진. © 이진섭
2025년 6월 6일 파리의 그랑 팔레(Grand Palais) 재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특별전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Nosso Barco Tambor Terra, 영어: Our Boat Drum Earth)>가 열렸다. 전시 첫날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Luiz Inacio Lula da Silva)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은 그랑 팔레를 찾아 그의 작품을 함께 관람했고, 에르네스토 네토 작품의 주요 주제인 화합, 평화, 연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 첫날 그랑 팔레를 방문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 MICHEL EULER/AP
전시 첫날 그랑 팔레를 방문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 ⓒ MICHEL EULER/AP
에르네스토 네토는 그랑팔레의 핵심 공간인 유리 아트리움 나브(La Nef)의 북쪽을 자신의 거대한 작품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로 가득 채웠다. 스타킹처럼 늘어나는 폴리머 패브릭에 향신료, 모래, 조개껍데기 등 자연소재를 집어넣어 여러 개의 셀을 만들었고, 이를 수백 개의 코튼 크로셰 (코바늘 뜨게) 구조물로 감싸 늘어트리고, 매달고, 연결해 거대한 직조의 조형물을 일궈냈다. 조형물 내부에는 나무껍질을 깔아 놓았는데 관객들이 신발을 벗고 조형물 안쪽으로 들어가 곳곳에 놓인 타악기들을 치고 놀면서 자유로운 감상을 할 수 있게 해 놨다. “중력, 세계의 리듬, 지구의 생명체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의 말처럼 관객들은 몸짓과 기억이 결합된 집단 과정으로 우림, 사원, 낙원 등 다른 차원으로 이행할 수 있었다.
작품 안에서 다양한 타악기를 치는 관람객들 / 사진. © 이진섭
작품 안에서 다양한 타악기를 치는 관람객들 / 사진. © 이진섭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작품 상세 / 사진. © 이진섭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작품 상세 / 사진. © 이진섭
전시장은 시시각각 관람객들이 내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엇나간 박자에 몸을 싣는 노인, 젬베드럼과 탬버린으로 나름의 박자를 주고받는 커플, 주렁주렁 매달린 코튼 크로셰의 떨림에 맞춰 작은 심벌을 흔들어대는 어린아이 등 그야말로 나이와 인종, 성별을 넘나드는 소리의 숲이 펼쳐졌다. 다양한 문화권의 드럼통을 사람들이 소리 내는 과정에서 또 다른 만남과 대화가 이어지고, 몸짓과 춤을 자극하는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랑 팔레는 온갖 소리 생명체가 움트는 요람이 되었다. 관람객들이 더 많아질수록 소리의 숲은 더 울창해지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했다.
소리의 숲으로 변신한 에르네스토 네토의 작품 / 사진. © 이진섭
소리의 숲으로 변신한 에르네스토 네토의 작품 / 사진. © 이진섭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에서 네토는 다양성의 풍요로움과 여러 민족의 만남, 그리고 존재와 우주를 연결하는 조상들의 지혜를 담아내려 했다.

지난 5월 5일 파리에는 주먹만 한 우박이 내렸다. 여름철에 해당하는 6월 첫 주는 11도에서 24도 사이의 쌀쌀한 날씨를 오갔고, 파리에 있는 사람들은 패딩을 옷장에 넣지 못했다. 패션위크 시즌인 6월 마지막 주 태풍과 홍수가 몰아쳐 파리 일대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이상 기후는 지구 이곳저곳에서 일어났다. 지구가 아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요즘이다.

난폭한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한 민족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고, 이익에만 매몰된 기업인의 작은 행동이 몇십조를 오가는 주주들의 자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리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행동과 생각으로 인류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예술적인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았던 이 전시는 현재 우리의 모든 행동이 연결되어 있음을 넌지시 화두로 던지고 있었다. 전시는 7월 25일까지 파리 그랑 팔레에서 경험할 수 있다.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전경 / 사진. © 이진섭
에르네스토 네토의 전시 <노소 바르코 탐보르 테라> 전경 / 사진. © 이진섭
파리 =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