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이콜랩의 국내 법인인 한국이콜랩은 지난 1987년부터 40년 가까이 수처리, 에너지절감, 위생·감염 예방 등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책임도 실천했다. 현재 한국이콜랩을 이끄는 류양권 대표이사를 만나 지속가능한 물 순환 전략과 디지털 ESG 실현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한경ESG] - 리딩 기업 미래 전략 류양권 한국이콜랩 대표이사 인터뷰
기후 위기와 수자원 부족이 글로벌 과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한국이콜랩은 ‘재이용’, ‘절감’, ‘재활용(recycle)’을 핵심으로 한 지속가능한 물 순환(water circularity)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기업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물과 에너지를 절감하고, 정화 및 재처리를 통해 폐수를 자원화하는 기술 기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ESG 솔루션은 반도체·바이오·배터리 등 물 사용량이 많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친환경 기술의 실질적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콜랩은 지난 40여 년간 수처리, 에너지절감, 위생·감염 예방 등 산업 전반에 걸친 ESG 기반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특히 글로벌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ESG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이콜랩의 모기업인 이콜랩은 100년 넘게 전 세계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이끌어온 글로벌 혁신 기업이다
현재 한국이콜랩을 이끄는 류양권 대표이사는 화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으로 32년간 물을 연구해온 자타 공인 물 전문가다. 류 대표는 “산업계의 물 순환율을 70~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싱가포르처럼 하수를 100% 재활용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류 대표는 한국이콜랩의 강점으로 디지털화된 ESG 솔루션을 꼽는다. 자체 개발한 Ecolab3D™ 시스템은 전 세계 수처리 현장 데이터를 24시간 수집·분석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문제를 사전 예측하는 기술을 갖췄다.
그는 “인도의 글로벌 데이터센터에서 365일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루어지는데, 문제가 감지되면 고객과 현장 엔지니어에게 즉시 알람이 전송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 글로벌 고객사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통해 통합 관리하며, 동시에 물 사용량과 절감 효과를 본사에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이콜랩은 고객사의 에너지 비용, 물 사용 비용, 인건비, 폐기물 처리 비용까지 총체적으로 절감하며, 절감액을 정량적으로 측정해 제시하는 ‘eROI(기하급수적 투자 수익률)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류 대표는 미국 본사를 설득해 반도체 수처리 기술을 위한 RD&E센터를 국내에 설립했다. 경기도 동탄에 RD&E센터를 유치하고, 경남 양산에 반도체용 고순도 콜로이드 실리카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또 하이테크(High-tech), 바이오테크(Bio-tech) 부문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RD&E센터나 공장 설립 등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모범 사례를 도입해 적용할 계획이다.
다음은 류 대표와의 일문일답.
한국이콜랩의 사업적 변화나 혁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1987년 한국 지사가 설립된 이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변화는 ‘현지화’와 ‘장기적 투자’다. 동탄에 RD&E센터를 신설했고, 안산과 양산에는 생산시설을 운영중이다. 현재 제품의 90%는 국내에서 원료를 조달해 생산하며, 고객사 맞춤형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산업,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한 전담 사업부도 신설했다.”
ESG 경영의 핵심으로 ‘지속가능한 물관리’를 강조하는데, 이유는.
“공장은 물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특히 반도체, 바이오 등 초순수 정수가 필수인 첨단 제조업에서는 물을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순환자원’으로 보고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울산 석유화학 단지의 한 고객사에서는 폐수를 정화해 95% 재활용함으로써 신공장 가동에 필요한 물을 자체 조달하고, 연간 52만5000톤의 물을 절약했다. 이것이 바로 지속가능한 물관리, ‘water circularity’의 실현이다.”
한국이콜랩의 디지털 ESG 솔루션이 고객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가.
“대표적으로 Ecolab3D™는 센서와 클라우드, AI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수처리 솔루션이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AI가 분석해 수질 문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한다. 고객사의 운영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예컨대 한 글로벌 IT 고객사는 데이터센터 냉각수 관리에 이 솔루션을 적용해 연간 2억2000리터의 물을 절약하고, 운영 비용을 2억 원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다른 디지털 솔루션도 ESG 성과를 정량화하고 가시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디지털 기술이 ESG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앞으로 AI, IoT, 머신러닝 같은 기술이 ESG 실현의 핵심 도구가 될 것이다. 과거엔 에너지 소모가 큰 기술로 여겼지만, 예측 분석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원 낭비를 줄이고, 환경 리스크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는 만큼 자원절약과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이콜랩은 최근 5년간 8억 달러 이상 디지털 기술에 투자하며 ESG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ESG 실천에서 정량적 성과 측정은 어떻게 시스템화되어 있나.
“이콜랩의 독자 시스템 ‘Climate Intelligence’는 고객이 절감한 물, 에너지, 폐기물 비용 등을 수치화해 ESG 활동의 경제적·환경적 가치를 정량화한다. 시스템을 활용해 물·에너지 절감 효과, 온실가스 저감량 등을 수치화한다. 고객은 이를 바탕으로 ESG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 효과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즉 ESG를 ‘비용’이 아닌 ‘비즈니스 가치’로 인식하게 만드는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
공유가치창출(CSV) 기반 경영의 강점과 성공 사례가 있다면.
“우리 기술과 서비스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과 사회적가치를 동시에 실현한다. 예컨대, 한 고객사와의 협업에서는 저온 세탁 시스템과 수질 솔루션을 통해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품질은 높이는 성과를 냈는데, 이런 방식이 바로 CSV다.”
한국이콜랩이 전 세계적으로 8555억 리터의 물 절감 등 큰 성과를 냈는데, 기억에 남는 글로벌 ESG 협업 사례는.
“많은 기업이 이제 ESG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크다. 한국이콜랩은 현장 맞춤형 기술을 통해 고객사의 ESG 목표 달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글로벌 ESG 협업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 JW 메리어트 호텔은 저온 세탁과 수처리 솔루션을 통해 2억1400만 리터의 물, 1200만 kWh의 에너지, 300만kg의 CO₂를 절감했다. 맥도날드는 세척제를 자동 투여하는 시스템을 통해 물 절약과 위생 향상을 동시에 이뤄냈고, ESG를 실현하면서도 비용 효율을 높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산업군별로 수요가 가장 높은 ESG 솔루션은 무엇인가.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는 수질과 에너지 관리에 가장 민감하다. 초순수 정수 기술, 냉각 효율화, 물 재활용 솔루션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반도체·배터리 산업은 초순수 수처리와 물 재활용 기술 수요가 높고, 데이터센터는 액체 냉각 솔루션(DLC), 수질 자동 제어 시스템을 활용해 발열·수자원 문제를 해결한다. 호텔·외식업계는 ‘이콜랩 사이언스 서티파이드(ESC)’를 통해 청결과 위생, 에너지 절감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한국이콜랩의 비결은.
“신뢰 중심의 조직문화가 비결이다. 하이브리드 근무제, 시차 출퇴근제, 자녀 학자금 지원, 워케이션 제도 등 일과 삶의 균형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직원이 자율성과 성취감을 느낄 때 지속가능한 조직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전략 차원에서 2030년까지 여성 경영진 비율 3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Female Group 워크숍’, ‘Oxygen Project’ 등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이콜랩이 실현하고자 하는 ESG 경영 철학과 중장기 로드맵은.
“단순 공시 대응이 아닌 실질적 ESG 성과 창출이 중장기 목표다. 또 정량화된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ESG 솔루션을 통해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고객 중심의 가치 기반 경영을 통해 ‘물을 더 깨끗하게,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식품을 더 안전하게, 환경을 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단기적 성과가 아닌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
미국 이콜랩 본사 전경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