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 전략적투자의 운영 및 관리를 위한 특별법'에 따른 대미투자 사전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적 투자의 첫 사업으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결정한 가운데 증시에선 진짜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휴 전 지난 23일 주식시장에서 현대건설(-7.31%), 대우건설(-6.38%), 삼성E&A(-4.69%) 등 건설주와 한전기술(-5.72%), 한전KPS(-2.35%), 두산에너빌리티(-5.78%) 등 원전주가 동반 하락했다.

그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대미투자 1호 사업이 공개되면서 재료가 소멸된 데다, 한국 기업의 미국 원전 시장 진출로 꼽히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다.

앞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대미 투자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기로 결정한 프로젝트 1건과 추진 계획을 마련한 프로젝트 2건에 대해 국회에 보고했다.

국회에 따르면 한미전략투자법에 따른 대미 투자 1호 사업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프로젝트로, 텍사스주에 약 6.3기가와트(GW) 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내용이다. 사업비는 223억달러 규모다.

정부는 20년간 432억9000만∼454억300만달러를 벌어 충분히 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사업성 검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태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의 경우 장기전력구매계약(PPA)을 포함한 상업성 구조가 핵심"이라며 "미국의 전력구매 자원과 국내 건설사의 설계·조달·시공(EPC) 참여가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되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관련 조건이 확보될 경우 후보 사업 중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주 기대감이 형성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텍사스에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대거 들어서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엔시날 프로젝트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다.

총 6.3GW 중 우선 1.4GW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소를 먼저 지어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점검한 뒤 발전효율이 높은 4.9G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 설비를 순차적으로 증설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013년 8월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보글 원전 3·4호기를 짓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013년 8월 미국 조지아주(州)에서 보글 원전 3·4호기를 짓고 있는 모습./게티이미지코리아
1호 프로젝트와 달리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은 추후 협의 과제로 분류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데다 사업 리스크 탓에 정부가 그동안 내세워온 '상업적 합리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실무진에서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다시 또 얘기하는 중"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에 도움이 되는 그런 내용으로 사업을 구상하기 위해 치열하게 논쟁하고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투자 협의가 시작되니까 이제 (상업적 합리성) 그게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수익을) 회수할 거냐, 수익배분은 또 어떤 방법으로 할 거냐, 손해나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은 어떻게 할 거냐…"라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도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한다. 법에도 그렇게 돼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을 심사하게 돼 있다"고 말해 기존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한미는 미국에 건설할 대형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가 한국형 APR1400의 자국 내 건설에 난색을 보이며 막판 협상에 진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문제는 웨스팅하우스에 대한 지분·의결권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한국은 체코 원전 수주 당시 맺은 불리한 계약 조건을 개선하고 향후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20% 안팎과 이사회 참여 등 실질적 의결권을 요구했다.

반면 미국은 의결권 없는 5∼10% 수준의 소수 지분 참여만 허용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장관은 국회 보고에서 "미국과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확보를 목표로 협상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연구원은 "한국형 APR1400의 미국 시장 진출 등의 조건을 확보하고자 할 경우 기존 주주와 협의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웨스팅하우스 지분 49%를 보유한5 카메코(2대주주)와 이해관계 조율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아직 구체적인 진출 구조와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주가 변동성은 클 수 있으나 이제는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현대건설 등 원전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유효한 국면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