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속속 금리인상…'연 3%' 정기예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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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예금상품 금리 경쟁 가세
SC제일銀 3.2%, 신한·수협 3.1%
지방은행·특수은행도 인상 행렬
은행채 등 시장금리 상승 영향
당분간 수신금리 오름세 예상
주가지수연동 ELD 판매도 급증
5대銀 올 누적 판매액 9조 넘어
◇ 잇단 금리 인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주요 은행들이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를 연 3%대로 잇달아 올렸다. SC제일은행은 최근 1년 만기 ‘e-그린세이브예금’의 최고 금리를 종전 연 2.85%에서 0.35%포인트 올린 연 3.2%로 조정했다. 신한은행 역시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2.65%에서 3.1%로 0.45%포인트 인상했다.지방은행과 특수은행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수협은행은 ‘Sh첫만남우대예금’을 최고 연 3.1%에 판매 중이며 전북은행은 ‘JB 123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를 연 3%로 책정했다.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3%대 예금 상품을 찾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흐름이다.
적금 시장에서도 고금리 마케팅이 활발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월 최고 연 7.5% 금리를 제공하는 ‘삼성월렛머니 우리 적금’을 선보였다. 기본금리는 연 2.5%지만 삼성월렛 머니 충전 등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높은 우대금리를 적용받는다. 신한은행도 달리기 기록과 연계해 최고 연 6.6% 금리를 주는 ‘한 달부터 적금(매주)_20+ 뛰어요’를 이달 15일까지 한시 판매한다.
◇ 추가 상승할 수도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연이어 올리는 주된 배경은 은행채 등 시장금리의 상승이다. 은행은 예·적금 유치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국채 금리 급등으로 은행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자 수신 상품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8월 27일 연 2.504%에서 11월 27일 연 2.817%로 3개월 만에 0.313%포인트 상승했다.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점도 수신 금리 상승을 견인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면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간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에 속도가 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지난달 27일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하루 만에 0.118%포인트 급등하며 연 3.013%에 마감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은행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향후 예·적금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 ELD 판매도 급증
연 3%대 예금 시대가 다시 열리며 안전 자산 선호 고객의 선택지가 넓어졌지만 은행권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고객을 위해 지수연동예금(ELD)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ELD는 원금은 보장되면서 주가지수 등의 변동에 따라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다.ELD의 수익률은 고객이 감수하는 변동성에 비례한다. 하나은행이 지난달 28일 내놓은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25-23호(고수익추구형)’는 최고 연 8% 금리를 제시한다. 코스피200지수가 0~25% 범위에서 상승하면 그에 비례해 금리가 오르는 구조로, 만기 시점에 지수가 정확히 25% 상승했을 때 최고 금리를 받는다. 기간 중 지수가 한 번이라도 25%를 초과해 오르거나 만기 시점에 지수가 하락해 있다면 금리는 연 1.7%로 확정된다.
은행권이 ELD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10월 ELD 누적 판매액은 9조342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판매액(7조3733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