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타격' 전략산업에 생산 세액공제

정부, 국내 생산·판매 12대 제품 '한국판 IRA' 추진

美와 후속협상 장기화 대비
기업에 법인세 공제 혜택

전기차·반도체·첨단로봇 등
국내 투자·생산 확대 유도
정부가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전기자동차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제품에 법인세를 환급해주는 국내생산촉진세제(생산세액공제) 도입 검토에 들어갔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정부가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려고 ‘한국판 IRA’ 도입에 나선 것이다. 세액공제율 규모에 따라 관세 협상 타결 지연으로 피해를 보는 자동차 업종 등은 상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국내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 검토’ 정책 용역을 발주했다. 정부 관계자는 “다음달 초부터 실제 연구에 들어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여러 가지 기업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으로 전기차,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바이오, 수소, 첨단로봇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업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제품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생산·판매량당 일정 단가를 깎아주는 방법(정액제)과 생산비용 중 일정 비율을 깎아주는 방법(정률제) 가운데 전자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수출에 타격을 입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는 전기차 한 대당 200만원의 생산세액공제가 도입되면 3000억원 안팎의 세 혜택을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세액공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산업 현장을 찾았을 때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세수 감소 우려로 지난 7월 발표한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지연되자 정부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국내 기업들을 방문해 생산세액공제 도입 시 피해 보전액 등을 파악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생산세액공제는 관세 피해를 보전해주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며 “관세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실제 도입까지 걸리는 시간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남정민/김리안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