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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진 논설위원
    박수진 논설위원 경제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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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과 소금같은 목소리가 되겠습니다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통화스와프 못하나, 안하나

    지금의 글로벌 외환시장은 흡사 거대한 도박장 같다. 판돈(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으면 살아남고, 없으면 죽어야 하는 비정한 게임판이다. 미국이 고물가를 잡겠다며 먼저 금리 인상 레이스를 시작했고, 너도나도 ‘콜’을 외치고 있다. 그에 따라 거대한 ‘머니 무브’가 시작됐고, 판돈이 떨어진 나라들부터 쓰러지고 있다. 스리랑카가 지난 4월 외화 유출을 견디다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이집트, 가나 등도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한국도 물가 급등과 자본 유출에 대응해 금리 인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면서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등 펀더멘털이 좋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잊지 않는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 커지는 외화 유출 위기 우려환율은 연초보다 16%(달러화 대비), 2021년 초 대비 25%나 올랐다. 앞으로 어디까지 오를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게다가 우리 실생활도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복합위기에 아우성이다. 학비 부담에 유학 간 자녀들이 돌아오고 있고, 주식·암호화폐 등 자산시장 붕괴로 1년 전 유행했던 ‘플렉스’ 대신 ‘냉장고 파먹기’ ‘만원의 행복 챌린지’ 등이 포털 검색어 상단에 올랐다. 고금리에 다중채무자 수가 440만 명,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5%에 이른다.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머뭇거리고 있다. 긴축과 구조조정, 퇴사로 점철될 우울한 세밑 풍경이 코앞이다.외환시장 혼란이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세 가지다. 금리를 아무리 인상해도 끄떡없는 기초 체력을 키우

    2022.09.13 17:34
  • 대체 누가, 왜…수상한 '9조 해외송금' 진실은? [여기는 논설실]

    9조원대에 가까운 수상한 해외송금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구마처럼  줄기를 따라 새로운 의혹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큰 돈을 시중은행을 통해 해외로 빼돌렸는 지가 사건의 핵심입니다. 암호 화폐를 통한 신종 환치기라는 주장부터 비자금 세탁설, 대북 송금자금설까지 의혹이 중구난방입니다. 특히 이전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의 관련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어떤 경우든 국내 암호화폐와 외환시장의 치부가 드러난 만큼 획기적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사건이번 사건은 지난 6월 우리·신한은행이 자체 내부 감사에서 드러난 수상한 해외 송금건을 금융감독원에 자진 보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혐의 거래 규모가 당초 신고 금액 20억2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보다 배 가까운 33억9000만달러(약 4조500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후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다른 은행으로 조사가 확대되면서 그 액수는 다시 65억4000만달러(8조8000억원)가 됐습니다. 여태까지 드러난 것만 이렇습니다. 앞으로 조사가 더 진행되면 얼마가 될 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진상 파악을 위해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금융정보분석원(FIU), 검찰, 국정원, 국세청까지 금융 관련 사정당국이 총동원된 이유입니다.   조직적 범죄 혐의지금까지 밝혀진 사실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 해외송금 자금이 대부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나왔고 ② 이 돈이 무역거래 대금 형식으로 세탁돼 송금됐으며 ③ 송금이

    2022.08.29 09:56
  • [천자 칼럼] 美 학자금 탕감 논란

    유대인들은 13세가 되면 성인식(바르 미츠바·Bar Mitzvah)을 치르고 세 가지 선물을 받는다. 성경책과 손목시계, 축의금이다. 나머지 두 가지도 그렇지만 축의금의 의미가 크다. 친척들로부터 보통 200~300달러씩을 받는데 그 돈이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달러에 이른다. 유대인들이 빚 없이 대학을 졸업하는 이유 중 하나다.그러나 대부분 미국인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은 ‘시한폭탄’에 비유된다. 대학의 등록금은 통상 연간 수만달러에 달한다. 학자금을 대출받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는 이가 드물다. 4300만 명이 총 1조7500억달러(약 2330조원)의 학자금 빚을 지고 있다. 1인당 평균 약 3만7000달러(약 5000만원)다. 최근 물가와 금리는 오르는데 소득은 정체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차입자 중 16%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태다. 학자금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지만, 그럴듯한 선심성 대책을 내기 좋은 이슈다. 미국 선거 때마다 학자금 대출 관련 공약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학자금 대출 탕감 방안을 발표해 논란이다. 채무자 1인당 최대 2만달러, 총 3640억달러(약 487조원)를 탕감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채무자들이 빚더미에서 나와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시작하게 될 것” “미국 경제에 이롭다”고 강조했지만 반론이 만만찮다.우선 1980년대 이후 최악의 인플레 상황에서 덜컥 퍼주기 정책을 또 내놓은 점이다. 민주당에서조차 “인플레를 부추겨 빈부격차를 더 벌릴 것”(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인플레를 부추기는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조치”(래리

    2022.08.26 17:29
  • [천자 칼럼] '눈 먼' 재난지원금

    모든 복지정책의 기본은 소득 파악이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 고용보험부터 코로나 재난지원금까지 모든 복지 제도가 개별 또는 가구별 소득 파악을 기본으로 한다. 소득이 적으면 더 지원하고, 많으면 덜 지원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는 소득 파악에 힘쓴다.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각종 금융회사 자료까지 총동원한다. 필요하면 현장 조사도 벌인다. 이런 소득 파악 행위를 포함한 복지 행정에 전체 복지 예산(2022년 기준 218조원)의 15~20%가 들어간다.그러나 어디든 ‘구멍’이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소득 파악률은 93.4%(2016년 기준)에 달한다. 세금 꼬박꼬박 내는 ‘유리알 지갑’ 애국자들이다. 자영업자는 72.8%에 그친다.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레미콘 자차기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특고) 종사자들은 더 낮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정확한 소득 파악이 불가능한 계층이다. 법인 사업자로부터 서비스 대가를 받을 때 일부 소득이 노출되지만,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없는 업체와의 거래내역은 파악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특고 종사자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가 논란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총 208조8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이 중 특고 종사자에게 5조원을 지원했다. 전체 금액은 크지 않지만,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 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들까지 계속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에 지급 기준을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로 낮췄지만 고소득자들에게 계속 지급됐고, 그 이유가 실제

    2022.08.22 17:30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재정준칙이 만병통치약일까

    재정준칙은 지속가능한 나라 살림을 위해 나랏빚과 재정수지를 일정 한도 내로 관리하도록 강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1992년 유럽연합(EU)이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통해 도입하는 등 대부분의 ‘지각 있는’ 나라들이 이를 법률로 제정해 운용하고 있다. ‘지각 있는’이라고 한 이유는 빚을 감내 가능한 한도에서 내는 게 미래 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도리’이자 ‘염치’라는 의미에서다. 전 세계 195개국 중 절반 가까이(92개국)가 그런 도리를 따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에서는 한국과 튀르키예(터키)만 빼고 예외 없이 준칙을 운용하고 있다. 지속가능 재정위한 '최소 장치'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이런 기본적 규제 장치도 없이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나라 살림을 해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늦었지만 새 정부가 재정준칙 도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제대로 된 재정 수입 확대 방안(성장 전략)도 없이 5년 내내 나라 곳간만 털어먹은 좌파 정권이 재집권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할 지경이다. 새 정부는 18일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준칙 도입 작업에 나선다. 지난 정권에선 도입 계획만 내놓고 생색을 냈지만, 새 정부는 꼭 법제화에 성공하길 바란다.준칙 내용은 다 알려진 대로다. 나라 살림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내에서, 국가채무는 GDP의 60% 이내로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또 예산부수법안 제출 시 재원 조달 방안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여태까지 이런 규제가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의 상식적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40%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근거가 뭐냐”(

    2022.08.16 17:17
  • [천자 칼럼] 용산정비창

    용산(龍山)이라는 지명엔 두 가지 설이 있다. 인왕산 자락 끝 봉우리(용산)의 산세가 한강에서 물을 마시는 용을 닮아서 그렇게 지었다는 설(출처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그곳에서 실제로 용이 하늘로 올랐기 때문이라는 설(증보문헌비고)이다. 어쨌거나 용은 왕을 뜻한다. 그만큼 명당이라는 얘기다. 풍수적으로도 뒤로는 남산, 앞으로 한강을 낀 대표적 ‘배산임수(背山臨水)’지다. 수많은 세도가가 경쟁적으로 묏자리를 썼고, 세금으로 걷힌 쌀과 공납품이 모이는 포구로 크게 발전했다.이런 뛰어난 입지가 ‘흑역사’의 이유가 된 것은 아이러니다. 몽골·청·러시아·일본 등 한반도를 노리는 외세들은 어김없이 이곳에 병참기지를 세웠다. 그러다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한반도 통치와 대륙 침탈을 위한 군사기지(용산공원터)와 철도기지(용산정비창터)를 건설했다. 해방 후엔 미군이 수십년간 군기지로 활용했다.용산은 일제의 부지 활용에 따라 동서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미군기지를 끼고 있던 동부이촌동(이촌1동)은 1970년대부터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최근 대통령실까지 이전하며 명당임을 재차 각인시켰다. 그러나 한강대로 반대편인 서부이촌동(이촌2동) 쪽은 다르다. 처음부터 공영주택 등이 들어선 데다 코레일의 철도정비창 시설 때문에 개발이 더뎠다. 천혜의 입지를 가진 땅이 미개발 상태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규모도 역대급이다. 정비창 면적은 여의도공원의 두 배, 서울광장의 40배다. ‘서울 한복판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이유다.정치인들이 부지 개발에 욕심

    2022.07.27 00:28
  • 상처뿐인 파업? 민노총만 웃었다 [여기는 논설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지난주말 끝났다. 51일만이다. 피해 추산액은 8000억원 안팎. 금액으로 환산가능한 것만 그렇다. 인도가 늦어진 선박이 11척에 이른다. 국제적 신인도 하락은 환산 불가다. 모두가 상처뿐인 파업이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노조, 그리고 정부와 민노총 이렇게 네 주체의 손익을 분석해봤다.  ①'바람앞 등불' 대우조선해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원청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다. 이번 파업으로 외환위기 이후 23년째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으며 12조원의 공적자금(출자금 포함)을 받고도 7조원의 누적적자를 냈다는 사실등이 재차 각인됐다. 여기에 수주가 들어와 좀 살만하니 또 파업으로 8000억짜리 추가 손실까지 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대로라면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분리매각을 포함한 민영화 논의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운명은 한마디로 태풍앞 등잔이다.②'파업 안한만 못한' 하청업체 노조  대우조선 하청 21개업체 120여명이 지난달 2일 파업 개시당시 내걸었던 요구사항은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등이었다. 배를 건조하는 도크(dock)를 점거했다. 과거 원청노조가 파업때 크레인만 점거했던 것과 다르다.  그러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만2000여명 하청업체 직원 중 98%는 이미 임금협상을 끝낸 상태였다. 거기다 정부는 강경했고, 원청 노조는 물론이고,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와 민노총 지도부도 본척만척했다.   51일 파업의 결과는 초라하다.얻은 것은 △임금 4.5% 인상&nbs

    2022.07.25 09:52
  • [천자 칼럼] 인도의 첫 부족출신 대통령

    간디와 함께 인도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빔라오 람지 암베드카르 초대 법무장관은 ‘불가촉천민(달리트)의 아버지’로 불린다. 달리트는 힌두교 기반의 신분제도(카스트) 내에서 브라만(사제)과 크샤트리아(귀족·무사), 바이샤(상인 등 서민), 수드라(노예) 4개 계급에 들지 못하는 최하층 천민 계급을 통칭한다. ‘닿기만 해도 부정을 타는’ 부류로 도축과 오물·시신 처리, 청소 등 사회적으로 가장 힘든 일을 담당하지만 교육도 제대로 못 받고, 폭행·강간 등에 노출되는 극단의 소외계층이다.본인 역시 불가촉천민 출신인 암베드카르는 운좋게 교육받을 기회를 얻었고, 결국 자신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교육과 공직 진출의 기회를 헌법에 명시하는 입법을 완성시켰다. 수혜 대상에는 카스트 밖 소수 종교인과 지방부족민도 포함됐다.암베드카르의 이런 사회 통합 노력은 독립 후 인도를 크게 바꿔놨다. 역대 14명의 대통령 중 2명이 달리트 출신에서 나왔다. 의원내각제인 인도에서 대통령이 실권 없는 상징적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달리트 출신 정치인은 수십 년 전만 해도 꿈꾸기 힘든 현실이었다. 힌두교가 압도(80%)하는 나라에서 무슬림 대통령도 세 명이나 나왔다. 또 버스터미널에서 차와 빵을 팔던 소년(나렌드라 모디)이 총리가 돼서 8년째 집권하고 있고, 달리트 출신 소년(나렌드라 자다브 푸네대학 총장)이 인도 최고의 경제학자로 추앙받는 것도 그런 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지난주 또 한 명의 ‘암베드카르 키즈’가 등장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 소속 드라우파디 무르무 전 자르칸드주 주지사(64)가 15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 여성으

    2022.07.24 17:23
  • [천자 칼럼] 현대車 'N비전74'가 추앙받는 이유

    프랑스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이 저서 《신비의 섬》에서 ‘언젠가는 수소가 열과 빛의 무궁한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쓴 게 1874년이다. 우주에서 가장 흔하고 간단한 원소인 수소를 인류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예언한 것이다. 그로부터 148년. 실제 수소는 기후변화 대응에 유리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자동차 등에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이런 수소 자동차 시대를 주도하는 게 현대자동차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자동차(투싼ix FCEV) 양산에 나선 데 이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대형 트럭 분야에서도 수소 시대를 이끌고 있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은 스위스와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에 수출된다. 일본 독일 등 경쟁 업체들이 뒤를 열심히 쫓고 있다.현대차가 최근 한 번 더 일을 냈다. 지난 16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N비전74’가 미래 전기차의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현대차 공식 유튜브엔 “콘셉트대로 양산에 성공만 한다면 자동차업계의 혁명이 될 것” “현대차를 보고 심장이 터질 뻔한 것은 이번이 처음” 등 추앙의 글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다.뜨거운 반응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기술력. N비전74는 세계 처음으로 수소연료전지와 배터리연료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전기차의 가장 큰 문제인 긴 충전 시간과 무거운 중량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것. 5분 충전에 500㎾ 힘으로 600㎞ 주행이 가능하고, 제로백까지 4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제품에 얽힌 스토리도 좋다. N비전74의 외관은 1974년 첫 양산 스포츠카로 개발했다가 포기한 ‘포니

    2022.07.19 17:20
  • [천자 칼럼] 逆통화전쟁

    20세기 이후 네 차례에 걸친 글로벌 통화전쟁의 공통점은 ‘화폐가치 평가절하(환율 상승)’ 경쟁이라는 것이다. 대공황 직후 금본위제가 사실상 폐기되자 미국 등 각국은 외환시장에 개입,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1971년 금태환 중지 선언(닉슨 쇼크) 이후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도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낮추는 게 주요 이슈였다.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이어온 이 같은 통화전쟁의 양상이 바뀐 것은 올해 초부터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인플레로 인한 물가 고공행진을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스스로 평가절상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역(逆)통화전쟁(reverse currency war)’이다.방아쇠는 미국이 당겼다. 기록적인 물가 상승에 놀라 올 들어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다. 5월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지난달엔 한꺼번에 0.75%포인트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이달엔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30년을 통틀어 가장 공격적인 인상 기조다.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에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물가 폭등에 강달러로 수입물가까지 오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55개국 중앙은행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62번의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섰다. 7월에만 17번이다. 2000년대 이후 가장 ‘발작적’ 릴레이 금리 인상이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

    2022.07.18 17:15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대처의 노동개혁을 다시 주목한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1985년 3월 영국 탄광노조와의 1년 전쟁에서 승리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영국병’을 어떻게든 고치겠다는 불굴의 의지와 4년간에 걸친 철저한 준비, 그리고 노동현장에서 개혁을 관철한 파트너 이완 맥그리거였다. 대처는 1979년 집권 직후부터 노조의 각종 특권을 없애는 노동관계법 개정과 석탄 비축 확대 등 총파업 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영국철강을 성공적으로 민영화한 구조조정 전문가 맥그리거를 석탄공사 사장으로 앉혔다. 그렇게 시작된 노조와의 전쟁은 1년간 약 6조원의 경제적 손실과 경찰관 3500명 사상, 시위대 1만1300명 체포(8400명 유죄 선고)라는 상처를 남기고 대처의 완승(完勝)으로 종결됐다. 대처는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서 이긴 것만큼이나 기쁘다고 했고, 이후 공기업 개혁도 성공시키며 ‘유럽의 병자’ 영국을 다시 열강 반열에 올려놓았다. 4년 준비로 탄광노조 무릎꿇려현재 한국 상황은 대처가 노조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시기와 닮았다. 강성 노조에 정부가 끌려다니면서 임금이 급상승하고, 마구잡이식 복지정책에 재정 적자가 폭발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오일 쇼크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실업률까지 급증한 것도 정도의 차이일 뿐 한국의 최근 흐름과 비슷하다. 총파업으로 실각한 히스 총리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 게 노조냐 정부냐”는 말을 남긴 것도 곳곳에서 “이게 민주노총의 나라냐”는 절규가 터져 나오는 것과 오버랩된다.다른 게 있다면 당시 영국에 있던 대처의 강력한 리더십과 치밀한 대응 전략이 우리에겐 부재(不在)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와 관련된 웃지 못할 일화 두 가지

    2022.07.12 17:30
  • 민주노총이 왜 갑자기 얌전해졌을까 [여기는 논설실]

    지난 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 도심에서 약 5만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집회(전국노동자대회)를 가졌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규모 집회이고, 2015년 11월 8만명(경찰추산)이 참석했던 '민중 총궐기대회'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눈에 띄는 게 준법 집회 양상입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윤 정부에 대해 날을 세웠습니다. 새 정부 노동정책을 '반(反)노동 친(親)기업정책'으로 규정하고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몰상식한 윤석열 정부를 더이상 놔두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본 집회를 가진 후 4시부터 삼각지 로터리까지 행진했습니다. 그리고 6시반에 자진 해산.  교통 체증 때문에 무더위속 시민들의 불편이 있었지만 그 뿐 이었습니다. 예상외 돌발 사태도 없었고, 폭력도 없었습니다. 법원이 허가한 집회 준수 내용을 그대로 따랐습니다. 경찰에서 조차 "무탈하게 잘 끝났다" "과격하지 않았다" "법을 잘 준수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7년전 민중총궐기대회때는 폭력 시위로 경찰 113명 부상당하고 경찰 버스 50대 파손됐습니다. 지난해만해도 코로나 위기속 불법 도심집회로 지도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CJ대한통운과 하이트진로 현대제철 한국타이어 등 산업현장 곳곳에서 벌어졌던 불법 점거와 폭력사태를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 민주노총이 어떻게 이렇게 얌전해진 걸까요.  전문가들의 해석은 세가지입니다. 우선, 사법당국의 엄단 의지입니다. 당초 경찰은 민주노총 행사를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이

    2022.07.04 09:31
  • [천자 칼럼] 눈총받는 최저임금委 공익위원들

    최저임금제의 원조는 대영제국 식민지들이었다. 뉴질랜드는 낮은 임금과 나쁜 근로조건에 항의하는 해운 근로자, 호주는 여성 근로자의 파업과 반발로 19세기 말에 각각 도입했다. 이 제도는 영국(1909년)을 거쳐 1차 세계대전 후 전 세계로 확산됐다.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 간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해 최저임금을 강제한다는 점은 똑같지만 그 수준이나 실행 방식은 제각각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는 상여금이나 숙식비, 교통편의 등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킨다. 미국과 캐나다는 주별 연령별로, 일본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차등화한다.한국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현금 지급·차등 적용 금지(첫해만 제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경직된 제도는 항상 뒤탈을 낳는다. 그제 2023년도 최저임금 발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5.0% 인상된 시간당 9620원(월 환산액 201만580원)을 발표했다. 지난해(5.1%)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노사 모두 불만이다. 노동계는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며 하투(夏鬪)의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사측은 더 불만이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상승률이 물가의 4배에 달했고, 유례없는 복합 경제위기 국면이라는 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급능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중소기업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눈총은 공익위원들(9명)로 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는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주도해 왔다. 노사 위원들(각 9명) 의견이 팽팽할 때 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전부 중립적인 교수나 연구원 등 전문가들이라지만 행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초기 때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 압박에 2년 연속 16.4%, 10.9% 인상

    2022.06.30 17:24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尹 대통령,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나라는 한국과 필리핀 멕시코 파라과이 파나마 콜롬비아 6개국이다. 2000년대 초(12개국)의 절반으로 줄었다. 독재 방지나 책임정치 등엔 유용하지만 레임덕이 빠르고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단점 때문에 중임·연임제 또는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추세다. 한국은 1987년 9차 개헌 이후 35년째 5년 단임제다. 검사 중용으로 적폐청산 의지‘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 5년이 더없이 짧을 것이다. 국정을 파악하고 뭘 좀 해보려다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 중간에 총선이 끼어 더 그럴 수 있다. 22대 총선이 있는 2024년 4월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크다. 레임덕을 피하려면 총선 승리는 필수다.방법은 두 가지다. 인위적 정계 개편으로 국회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거나, 2년 내 나름대로 성과를 내서 평가받는 것이다.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4명이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야당 의원 빼오기로, 노무현은 탄핵을 무릅쓴 총선을 거쳐 다수당을 만들었다. 이명박과 문재인은 각각 대선 직후, 코로나 발발 직후 총선이라는 덕을 봤다. 범야권 의석(184석)이 압도적인 데다 총선이 2년 후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은 요행을 바라기 힘들어 보인다.남은 방법은 하나다.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곳곳에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하나같이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수출·소비·투자 동반 하락으로 성장은 반

    2022.06.14 17:18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경찰을 정치에서 놓아주자

    지난 27일 인천지방법원 317호 법정에서 ‘서창동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 1심 재판이 있었다. 법원은 아래층 가족 3명을 칼로 찔러 다치게 한 가해자에게 살인 미수죄를 적용, 징역 22년형과 전자 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피해자 측은 “층간소음에 의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살인 미수 혐의를 인정한 재판부에 감사한다”면서도 “이런 비극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는 경찰에 더 분노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어떻게 칼부림 현장에서 도망칠 수 있느냐는 울분이다. 검수완박 어거지로 경찰 초토화‘도망 여경’ 사건은 미스터리다. 당사자는 지난해 11월 사건 직후 “트라우마로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경찰인데’라는 의문을 남겼다. 소지하고 있던 테이저건만 제때 발사했어도, 식칼로 세 가족이 난자당하는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저간 사정은 이렇다. 여경은 2020년 말 중앙경찰학교 305기로 2422명의 동기와 함께 입교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경찰 드라마 ‘라이브’에 나오는 혹독한 사격·체포술 훈련 등은 생략됐다. 대신 4개월간 이론 위주의 비대면 교육을 받았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현장에 덜컥 배치된 것이다. 피해자 목에서 피가 1m 이상 뿜어져 나오는 사고 현장에서 여경이 혼비백산해 도망간 것은 어찌 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주목되는 것은 경찰 신규 임용 건수다. 집권 초부터 검찰개혁을 외친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2019년과 2020년 경찰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각각 30%, 10% 늘렸다. 여경은 2018년 대비 배 수준으로 2년 연속 뽑았다. 임

    2022.05.31 17:16
  • 박지현이 '주인을 문 개'인가 [여기는 논설실]

    작년까지만 해도 박지현이란 20대 여성 정치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박지현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처음 이름을 알리더니, 불과 넉 달만에 '박지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올만큼 금새 유명해졌다. 한국 정치사에 그만한 속도로 인지도를 높인 전례가 없을 정도다.  박지현이 주목받은 이유는 26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는 높은 직위(당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 아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원리와 같다. 더불어민주당이란 반지성·비상식적 집단에 맞서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 인지도가 높아진 케이스다.  박지현은 대학생 시절 선배와 함께 '불꽃추적단'을 결성, n번방 성착취 문제를 파헤쳐 공론화시킨 열혈 청년이다. 권인숙 의원 권유로 지난 1월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대선 직후 꾸려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비대위원장으로 등장하기전까지만 해도 속칭 '듣보잡' 중 하나였다.  '얼굴마담' 정도로 여겨졌던 박지현이 자신이 '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여권 인사들이 조문한 것을 공개 비판하면서부터다. 그는 "조문간 걸 보고 이 아저씨들 진짜 왜 이러나. 진짜 내가 멱살이라도 잡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화가났다"고 했다. '끼리끼리'와 '내로남불'이 일상화된 민주당에서 좀처럼 들어볼 수 없는 옳은 비판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지현의 돌직구는 민주당내에서 용납불가한, 지속 불가한 일회성 결기 정도로 치부됐다. 그러나 박지현은

    2022.05.30 09:19
  • [천자 칼럼] 넷플릭스 시대의 뤼미에르 대극장

    오귀스트 뤼미에르와 루이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촬영·영사기를 발명해 특허를 받은 게 1895년 2월 11일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그해 12월 28일 파리 도심의 한 카페에서 세계 처음으로 일반인을 상대로 영화를 상영했다. ‘리옹의 뤼미에르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 ‘열차의 도착’ ‘정원사 골탕 먹이기’ ‘바다’ 등 50초 내외 길이의 10여 편을 선보였다. ‘열차의 도착’은 무성영화였지만 관객들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증기기관차에 놀라 상영장을 뛰쳐나가기도 했다는 일화다. 그렇게 1895년은 세계 영화사가 시작된 해로 기록됐다.영화산업은 그 후 100여 년간 끊임없는 기술 발전 아래 괄목할 성장을 거듭했고, 프랑스 영화인들은 휴양지 칸에 형제의 이름을 기념해 3000석 규모의 대극장을 지었다. 이 극장은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베니스·칸) 중 가장 권위 있는 ‘칸 국제영화제’의 개·폐회식장으로 유명하다. 뤼미에르 대극장은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축제의 광장) 건물 내에 드뷔시·바쟁·브뉘엘 극장 등과 함께 있다. 대부분 경쟁부문 출품작이 이 극장에서 상영된다.뤼미에르 대극장이 상징하는 칸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극장 상영작만 초청한다는 것이다. 베니스나 아카데미 등이 오래전부터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애플TV플러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업계에 문호를 개방한 것과 대조적이다. 칸이 2017년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영화 ‘옥자’를 초청했다가 관객들의 야유 때문에 상영을 중단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칸에는 아직도 프랑스 극장단체의 입

    2022.05.29 17:26
  • 복합위기와 尹대통령의 스킨십 정치[여기는 논설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한 유명 카메라 CF의 카피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를 이 공식에 대입하면 아마 '식도락가''애주가' 쯤 되지 않을까. 그가 언론에 노출된 모습 대부분이 식사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식사 정치'로 불린다. 채 1년이 되지 않은 짧은 정치 경력이지만, 고비 때마다 술과 식사를 통해 나갈 길을 찾고,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그의 식사 자리는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였다. 지난해 초 검찰총장을 그만둔 후 정계 진출을 저울질하며 정진석 권성동 등 국민의힘 중진들과의 밥을 먹었고, 국민의힘 입당을 앞두고 이준석 대표와 치맥회동을 했다.입당해서는 당내 인사들과 선수별로 나눠 식사를 같이 했다. 이 대표와 선거대책위 인선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는 울산 술자리 후 포옹으로 마무리짓는 모습을 연출해냈다. 코로나 시국에 술자리를 너무 자주한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또 대통령 당선후엔 남대문에서 국밥으로 시장 상인들과 첫 일정을 소화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 회동이 무산된 후 인수위측 인사들과 환하게 웃으며 김찌치게집으로 향했다.  서민적인 음식만 찾는 것도 포인트다. 주 메뉴가 김치찌개나 육계장, 꼬리곰탕, 짬뽕, 파스타,  샌드위치 같이 어디서나 서민들이 접할 수 있는 음식이고, 술도 소주 아니면 맥주다.  윤 대통령은 이런 식사 일정에다 집밥 요리 실력, 반려견과의 산책 등을 더해 자신의 엘리트 이미지를 중화시킨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좋은 집

    2022.05.13 09:00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윤석열 대통령, 가시밭 길로 가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가 인상적이다. 2624자의 16분짜리 연설에서 도약과 빠른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장 없이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양극화와 사회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취임 전 “저는 오직 한 가지 목표밖에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게 모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대로 된 문제 인식과 해법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윤 대통령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쉬운 길로 가지 말라’는 것이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품이 많이 드는 정치를 해달라는 주문이다. 그것이 윤 대통령 자신과 소속 당이 살고, 나라도 부강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과거 5년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쉬운길 가다 나라 망친 文정부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진영과 연령, 업종별로 정확히 나라를 반으로 갈라치는 정치를 고집했다. 경제도 내 편만 챙기는 쉬운 정책으로 일관했다. 성장을 통해 임금을 올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길 대신 임금을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는 ‘발묘조장(拔苗助長)’식 소득주도성장론이나 주택 공급과 이해 충돌 조정 대신 세금과 규제로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20차례가 넘는 부동산 대책이 다 그런 사례다. 이 밖에도 혁신 기업과 기존 산업이 부딪쳤을 때 어김없이 기득권의 손을 들어주는 등 쉬운 정치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문 정권은 엉터리 정책들이 실패로 귀결되자 여론 조작과 통계 분식을 서슴지 않았고, 이를 견제할 언론과 사정기관에 대한 무력화도 임기 말까지 중단하지 않았다. 자유주의의 대가 존 스튜어트 밀이 경

    2022.05.10 17:09
  • [천자 칼럼] 한국 교수사회의 민낯

    작고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은 한국 교수사회의 사표(師表)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항일 독립운동을 벌이다 해방 직후 ‘미래 인재 양성’을 외치며 교육계에 투신했다. 그는 박정희부터 김대중 정부까지 열두 차례나 총리직을 제의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와 교육자로 조국 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신조를 지킨 것이다. 그는 교수들이 한국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부조리한 사회에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일갈했다.교수(professor)라는 말은 ‘스스로 공언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중세 유럽에서 자신이 믿고 알고 있는 것을 공언하는 것은 목숨을 건 행위였다.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피사대학 교수는 자신의 학문적 성과(지동설)에 대해 “증오한다”고 말하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지만, 평생 가택연금을 당해야 했다.1960~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 교수들은 시대 정신과 지식 담론을 제시하고 사회를 이끄는 존경받는 그룹으로 꼽혔다. 교수를 ‘양심적 지식인’으로 여기는 인식이 널리 퍼진 때였다. 실제로 서슬퍼런 독재에 맞서 지조 있게 맞서는 강골 지식인이 많았다.한국 교수사회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1990년대 들어 정부가 재정 지원을 매개로 대학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대학은 그에 순응하면서 사회 비판과 성찰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또 새로운 학문과 사상의 생산보다 수입 지식에 의존해 ‘지식사회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이득이나 챙기는 기득권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공직을 탐하며 정치권 주위를 얼쩡거린다는 의미로 &lsqu

    2022.05.03 17:23
  • 이런 경찰믿고 검수완박 하자는건가 [여기는 논설실]

    지난 4월8일 "범인보다 경찰에 더 분노한다"는 제목의 [여기는 논설실]칼럼을 쓴 후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1월15일 발생한 인천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에 관해 더 말할 게 있다는 겁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4081974i"범인보다 경찰에 더 분노한다" [여기는 논설실] 피해자 남편 유 모씨는 크게 세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우선 사건 당일 1차 신고때 출동했던 경찰관 2명을 직무유기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지금은 2차 신고때 출동했다가 칼부림 현장에서 도주한 두 명의 경찰만 직무유기로 해고된 상태입니다. 피해자 가족이 1차 신고때 출동한 경찰들까지 고소하려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사건 당일 4층 가해자는 아침부터 3층으로 내려가 욕설을 퍼부으며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문을 따고 들어가려 시도했습니다. 겁이 질린 3층 주민이 신고를 했고, 남성 경찰 두 명이 출동합니다. 이들은 3층 주민과 함께 4층으로 올라가 가해자를 만났습니다. 이때 가해자 손에 붕대가 묶여 있고, 피가 흥건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가족이 깜짝 놀라 경찰에게 왜 피를 흘리는지 확인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관들은 "오리발을 내밀고 있지 않냐" "칼로 찌를 일은 없길 바래야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가해자는 칼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3층 주민의 집 자동문을 따고 들어오려 했다는 겁니다. 그때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유 모씨는 1차 신고때 경찰이 성의있게 사태를 파악했더라면 3시간 반후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을 칼로 난도질하는 비극은 예방했을 것이라고

    2022.04.27 09:09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네거티브 규제, 정권 명운 걸어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규제 시스템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법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든 기업 활동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큰 틀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전부터 기업인들을 만나 누차 강조했던 새로운 규제 시스템 도입 의지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안 위원장은 “새로운 규제가 아무런 제약도 없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정부 내 규제 영향분석 전담기구 설치, 모든 법안의 규제개혁평가 의무화(평가후 법제사법위원회 이송), 부처별 규제감축 목표 설정(목표 미달 시 규제 신설 금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탈(脫)규제 소식이다.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 탈탄소 규제 등 ‘덩어리 규제 입법’으로 기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게 지난 5년이다. 더구나 최근 물가·금리·환율 급등과 공급망 혼란 등 쌓이는 악재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고비를 넘기고 있다. 이럴 때 ‘안 되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을 허용하는’ 규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소식은 기업에 가뭄 속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정권 규제혁파 번번이 실패그러나 새 정부의 규제 개혁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 역대 정권의 규제 개혁 약속이 얼마나 허망하게 끝났는지 그동안 질리도록 봐 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발발 직후에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게 규제 개혁이다. 규제 개혁은 공정한 경쟁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담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논리로 수많은

    2022.04.26 17:25
  • [천자 칼럼] '108번뇌'와 '처럼회'

    2004년 17대 총선의 키워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이었다. 그 바람을 타고 열린우리당이 과반 압승(152석)을 거뒀다. 당선자 중 108명이 초선이었다. 대부분이 386 운동권 출신인 이들을 ‘탄돌이’라고 불렀다. 고(故) 노회찬 의원은 “(386들이) 길 가다 지갑을 주웠다”며 운동권 출신들이 당시 얼마나 쉽게 여의도에 입성했는지를 빗댔다.탄돌이들의 위세는 대단했다. 여당 의원 모임에서 한 재선 의원이 “초선들 군기를 잡겠다”고 하자 “군기 잡겠다는 사람의 귀를 물어뜯겠다”고 대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 지도부도 쩔쩔맸다. 당시 이부영 당 의장(대표)과 천정배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과 사학법 개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국가보안법은 여야 합의로 독소 조항을 없애는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폐지’를 고집하는 탄돌이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국가보안법 개정이 무산됐다. 지도부가 그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했다. 108명의 ‘좌충우돌’ 초선들은 국정 현안에 강경책만 고집하다 당의 단결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108번뇌’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이들은 이후에도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굵직한 현안마다 반기를 들며 당을 뒤흔들었다. 열린우리당은 결국 18대 총선에서 의석수가 반토막(81석) 나며 참패했다.최근 더불어민주당에 ‘108번뇌’ 트라우마가 소환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초선 강경파에 끌려다니다 자멸한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그 중심에 ‘처럼회’가 서 있다. 처럼회는 2020년 6월 당내 초선들이 모여

    2022.04.24 18:01
  • [천자 칼럼]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질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63)은 ‘기록의 사나이’다. 대학시절 강의보다 주식 투자에 더 관심이 많았던 그는 증권사 입사 후 번뜩이는 투자 감각과 타고난 성실함으로 ‘업계 최연소 지점장’ ‘최연소 임원’ 등의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했다. 39세 때 독립을 결심하자 한 외국계 증권사에서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인 연봉 10억원을 제시한 일은 유명하다. 그는 흔들리지 않고 최현만(현 미래에셋증권 회장) 등 7명의 창업 동지들과 함께 투자자문사를 차렸다. 그 뒤로 ‘국내 1호 자산운용사 설립’ ‘국내 1호 공모펀드 출시’ ‘국내 운용사 최초 해외(인도·중국) 진출’ ‘국내 증권사 최초 자기자본금 10조원 달성’ 등의 신기록을 계속 써내려갔다.박 회장이 창업 26년 만에 재계 순위 19위의 거대 금융그룹 수장이 된 비결은 ‘도전 정신’이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 SK생명(2005년)·대우증권(2015년) 인수도, 영국 미국 등 전 세계 15개국(40개 법인) 진출도 그런 신념으로 밀어붙였다.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주식형 ETF 시장에서 20년 ‘부동의 1위’ 삼성자산운용을 꺾어 주목받기도 했다. ETF 시장에 삼성보다 6년 늦게 들어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 기업에 투자하는 ETF 시장 선점에 주력했다. 2018년 2월 미국의 ETF 전문운용사 ‘글로벌X’를 5000억원에 인수해 해외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구축했다. 인수 당시 100억달러였던 순자산은 현재 430억달러로 330% 불어났다. 중국 전기자동차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 ETF는 출시

    2022.04.18 17:34
  • "범인보다 경찰에 더 분노한다" [여기는 논설실]

    '인천 층간소음 칼부림 사건'이 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15일 위·아래층 이웃이 층간소음으로 싸우는 과정에서 칼부림 사건이 일어나 아래층 가족 3명이 크게 다친 사건입니다. 최근 피해 가족들이 사건 발생 당일 현장 모습이 담긴 CCTV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또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경찰 도망' 사건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칼부림 사건 현장에 경찰이 있었는데도, 가해자를 제압하지 않고 도망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CCTV에는 경찰들이 사건 현장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게 대응했는지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40549707'인천 흉기난동' CCTV 공개…비명에도 경찰관 '우왕좌왕' 경찰은 그동안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등의 노력을 했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건 직후 인천으로 달려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고, 사건에 책임을 지고 송민헌 당시 인천경찰청장이 사퇴했습니다. 또 관할 인천 논현경찰서의 이상길 서장이 직위 해제됐으며 당시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박 모 경위와 김 모 순경은 해임 조치됐습니다. 두 사람은 징계 조치가 과하다며 소청심사를 제기했으나 최근 기각됐습니다. 또 초임 경찰들에 대한 무기 사용 훈련 강화등 에도 나섰습니다.가해자 이 모씨는 살인 미수와 특수 상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건 발생 넉 달이 다 돼 가고, 경찰내 징계 조치도 있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

    2022.04.08 09:05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文대통령 '지지율 50%'의 허상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 또는 정권 재창출 실패 때 지지율이 바닥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6%까지 떨어졌고, 김대중 대통령도 재임 마지막 해 24%로 바닥을 찍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예외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임기 한 달을 남겨놓고도 지지율이 50%에 육박한다. 집값과 세금 폭등, 일자리난, 코로나 대응 실패, 재정 파탄, 탈원전 재앙 등 온갖 악재가 쌓이고 쌓여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이 야당 대선 후보로 변신해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만 아니면 된다) 구호로 당선됐는데도 말이다. 갈라치기로 끝까지 높은 지지율정치 전문가들조차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짐작 가는 바가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국민들에게 불편한 얼굴을 보여준 적이 없다. 태극기 부대와 촛불 시위대로 나라가 반쪽이 났을 때도,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 총에 맞아 사망했을 때도, 북한이 미사일을 연거푸 쐈을 때도, 온 나라가 일자리난과 코로나 확산으로 신음할 때도 그랬다. 나설 곳, 나서지 말아야 할 곳을 정확히 구분했다. ‘노(No)’라는 단어를 모르는, 통계와 숫자 분식에 능한 충신들을 항상 곁에 두고 태평성대 치세를 자찬했다. 그래도 여론이 심상찮을 때는 “적폐 세력과 일제 잔당들에게 나라를 넘기자는 말이냐”며 반격하는 지지자들을 앞세우고, 뒤에서 그들을 “우리 정치의 조미료”라고 챙겼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독재자 나폴레옹조차 울고 갈 신묘한 통치술 덕분에 미증유의 지지율이 가능한 것 아닐까.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2년 전 새우잡이 어선 선장 한 명이 아프리카에

    2022.04.05 17:31
  • [천자 칼럼] 다시 불거진 'BTS 병역특례' 논란

    국민의 3대 의무 중 가장 민감한 게 국방의 의무다. 이를 어기거나, 어겼다는 의혹만 나와도 정상적 사회생활이 힘든 게 한국이다. 과거 이회창 씨는 아들 병역 특혜 의혹으로 다 이긴 대통령 선거에서 미끄러졌고, 가수 싸이는 군대 생활을 불성실하게 했다는 논란이 일자 다시 군에 입대했다. 병역 기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20년째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람도 있다.합법적으로 병역의무를 면제 또는 대체하는 제도가 ‘병역특례제도’다. 전문연구요원(석·박사 인력), 산업기능요원(이공계 인재), 승선예비역(항해·기관사), 예술·체육요원 등이 대상이다. 2022년 기준으로 7500명 정도가 특혜를 받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은 줄어드는데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아 올해부터 5년간 대상 인원을 1300명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이 중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다시 논란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지난 주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했다. 안 위원장은 이전부터 BTS 병역특례를 주장해왔다. 그가 당일 현장에서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찬반 논란이 시작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논란의 핵심은 형평성과 시급성이다. 현행 병역법(제3조의 7)은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 순수 예술인과 체육인들만 특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입상 성적이나 국제예술경연대회(2위 이상) 성적 등을 기준으로 한다. 한 해 45명 정도가 대상이 된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대한축구협회 축구 강연 등으로 대체복무 중이다.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등을 휩쓸며 ‘한류 열풍’을 이끄는 BTS는 왜 안 되

    2022.04.03 17:37
  • 도룡뇽, 광우병, 탈원전 그리고 풍수지리 [여기는 논설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스퀼러'는 가공할만한 캐릭터다. 독재자 나폴레옹의 오른팔로, 여론 조작과 선동에 능하다. 나폴레옹의 정적 스노볼을 제거하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린다. 스노볼이 사실은 배신자이고, 인간 편이라는 것이다. 스노볼 제거 후엔 나폴레옹 체제 유지를 위한 통계 조작과 선동, 세뇌 분야에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다. 현 집권 586세력 중엔 스퀼러 같은 '물건'들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대자보를 쓰며 대학 생활을 보냈다. 대자보 핵심은 선명한 한 줄의 선동적 구호다. 심장을 뛰게 하는 한 줄 메시지에 시위 참가자 수가 달라진다.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구호를 통해 조직과 세력을 키우는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한국은 '괴담 공화국'이다. 아니면 말고식 거짓 선동과 악의적 허위 사실이 난무한다. 이런 괴담은 우연이 아니라 대부분 치밀한 계획 아래 조직적으로 만들어진다. 2006년 경부고속철도 사업때 환경가들과 좌파 지식인들은 천성산 터널이 뚫리면 도룡뇽들이 다 죽는다며 머리띠를 둘러매고 공사를 막아섰다. 사업은 1년여 지연됐고, 2조5161억원의 손실(대한상공회의소 추산)을 냈다. 천성산 늪엔 지금 도룡뇽들이 득실거리고 있고, 그때 공사를 막았던 이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거세게 일었다. 공중파 방송이 종교인,시민단체과 손잡고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괴담을 퍼뜨렸다. 가공할만한 한 줄 여론에, 초등학생들까지 부모 손을 잡고 광장에 나서 'MB 아웃'을 외쳤다. 광우병 파동으로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나서며 그 손실액이 3조7000억원이 넘었

    2022.03.24 09:26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우산 의전'에 대해 [여기는 논설실]

    지난 13일 오후 2시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인수위원회 인선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도착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던가. 온 국민의 시선이 그에게 쏠려 있었다. 반가운 비가 추적거리는 날씨였다. 윤 당선인이 차에서 내리자 누군가 우산을 펴 받쳐줬다. 당사 입구까지 걸어서 불과 몇발짝. 윤 당선인은 우산 의전을 받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건물로 들어섰다.   그걸 지켜본 지인이 안타깝게 말했다. "저런 짧은 거리면 당선인이 직접 우산을 쓰고 가거나 그냥 비를 맞고 가도 좋을 텐데요. '오랜만에 비가 시원하게 오네요'라는 멘트를 쳐도 좋고."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갑호' 경호를 받는 대통령 당선인에게 '우산 의전'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그 우산에 경호를 위한 특수 장치가 있어 의전이 불가피했을 지도 모른다. 또 우산을 직접 받든, 누가 받쳐주든 그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쌓여 그 결과로 누적되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 9일 20대 대선 투표에서 60% 달하는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차로 신승(辛勝)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기자는 거기엔 윤 당선인의 이미지가 적잖게 작용한다고 본다. 특히 이대녀(20대 여성)사이에서 윤 당선인의 이미지는 '최악'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럴만도 하다. 당선인은 대한민국 어느 조직보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이며, 권력 지향적인 검찰 조직의 수장 출신이다. 외모도 가부장적이고(외모 폄하 발언이 아니라 대체로 그런 평가가 있음을 전달하는 것임을 양해 바람), 평소 발언도 위

    2022.03.15 09:00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GOTV가 답이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기억에 남는 장면이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2016년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다. 선거 전날인 11월 7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하루 동안 3000㎞를 도는 유세 일정을 강행했다. 남부 플로리다주부터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뉴햄프셔를 거쳐 오대호 인근 미시간주까지 5개 주요 경합주를 도는 살인적 행군이었다. 만 70세의 트럼프가 햄버거를 먹으며 두 시간 단위로 유세장을 찍고 돌자, 그에게 비(非)우호적이던 미 언론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내게 망가진 나라를 고칠 기회를 달라. 나가서 투표해 달라(Get Out The Vote).” 그 호소가 먹혔던 걸까. 트럼프는 538명의 선거인단 중 304명을 확보,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 우세가 점쳐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227명)를 꺾고 승리했다. 항상 절실한 쪽이 선거 승리다른 하나는 2002년 한국의 16대 대선이다. 다 알다시피, 그해 대선 하루 전날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단일화 합의를 깨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노 후보가 정 대표 자택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으나 만나지 못하고 뒤돌아서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됐고, 이게 지지층 결집 효과로 이어졌다는 게 정설에 가깝다. 실제로 민주당 캠프와 지지자들은 다음날 투표가 끝날 때까지 투표 독려 ‘문자 보내기 전투’를 벌였다. 노 후보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57만 표(2.3%포인트) 차로 눌렀다.20대 대선 투표일 아침, 멀리 미국 대선과 20년 전 한국 대선을 소환한 이유는 승리는 항상 절실한 쪽의 편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처럼 결과를 예단하기 힘든 경우엔 더 그렇다. 2강(强) 구

    2022.03.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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