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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수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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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과 소금같은 목소리가 되겠습니다

  • 임기전 다 뒤집고 가라 [여기는 논설실]

    대통령선거 공약(公約)을 흔히들 공약(空約)이라고 한다. 원래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내걸었기 때문에 빈(空)약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잊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는 세간의 자조섞인 평가도 담겨있다. 그러나 거기엔 애초 지켜서는 안되는 약속이기 때문에 안지키는 게 오히려 나라에 좋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공약이 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갑자기 자신이 건설 중단 또는 준공 지연시킨 원전들을 빨리 가동시킬 수 있게 점검을 서둘러달라고 지시했다. 탈원전을 뒤집고 '원전 유턴'을 선언한 것이다.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에너지 대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값비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만 늘려서는 대응할 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공약 자체가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비과학적 믿음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뒤집는게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자신이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로 안전하다" "한국 원전은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하지 않았나. 늦었지만 사필귀정이다.그러나 대통령의 고집으로 해당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에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을 안기고, 인력과 기술 등 세계 최고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린 것은 다 어떻게 할 것인가. 경상북도에서만 탈원전 공약으로 23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런저런 피해액을 합하면 나라 전체적으로 입은 피해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치도 나온다. 적법한 정책 시행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불

    2022.03.02 08:58
  • 김원웅을 위한 변명 [여기는 논설실]

    이 글은 얼마전 광복회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김원웅씨가 친구에게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의 '가상 편지'입니다. 사실 관계에 근거해 어디까지나 창작한 글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죽창가를 좋아하는 내 친구 보게.요즘 신문봐서 알고 있겠지. 결국 내가 옷 벗었어. 광복회 57년 역사에 (탄핵) 1호가 되기 싫어서. 그 놈(부하)이 나를 배신할 상인지 진작에 알았더라면 이런 일도 없었을텐데. 다 내 '불찰'이지. 그래도 억울해. '토착 왜구' 언론들은 내가 국가 유공자 자녀에게 줄 장학금을 횡령하고, 가족회사를 국회에 차려놓고 영업하고, 처음엔 그런 비위 사실을 부인하고 되레 언론 탓을 하다, 끝내 사퇴하며 남 탓까지 한 파렴치범이라고 공격하고 있지만 어디 그런게 나 뿐인가. 나를 '존경하는 광복형' '마음의 형'이라고 부른 여당 대선 후보를 보자고. 1조원 가까운 돈을 민간업자들에게 몰아준 배임 의혹에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백현동 개발 특혜, 지역화폐 사업, 성남시 납품및 조달 특혜 등 관련 비리의혹 내용과 규모가 나와 비교할 바가 아니지. 그런데도 반 년 넘게 검찰 조사 한번 안 받고, 오히려 토건 비리 세력의 음모라고 몰아 부치며 청와대를 꿈꾸고 있잖아. 역시 배워야 할 게 많은 동생이야.그 부인 김혜경씨도 그래. 공무원들을 10년 넘게 몸종 부리듯 하고 남편 법카로 소고기부터 초밥, 샌드위치, 삼계탕 등 맛집 순례를 하고, 관용차를 개인용으로 쓰고, 약 대리처방도 하는 등 실정법 위반 혐의가 차고 넘치는데도 "제 불찰"이라고 두 번 사과하고 끝이야. 부부가 모두 사과하면서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부

    2022.02.18 08:59
  • 김혜경씨 갑질 의혹 규명보다 급한 일[여기는 논설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의 공무원 갑질 의혹 등을 제기한 전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가 어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의혹 폭로 후 자신의 실명이 들어간 녹취 파일이 전격 공개되고, 범 여권에서 2차 가해가 들어오는 등 심적 고통이 심하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입니다. 제보자가 위협을 느낄 만합니다. 그간 제기된 이 후보 관련 의혹들의 결말이 그렇습니다. 이 후보 관련 의혹은 형님 강제 입원시도 의혹부터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 조폭 자금수수 의혹에 이어 이번 부인 김 씨의 황제 의전과 공금 유용 법카 의혹들까지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결말이 좋지 않습니다. 이 후보의 형 이재선씨는 '참혹한 가족사'를 거쳐 2017년 폐암으로 사망하고,  대장동 게이트 관련해서는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 2명이 검찰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제보자도 여권 지지층으로부터 공격을 당하다 석연찮은 이유로 모텔에서 사망했습니다. 제보자도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을 터입니다. 그리고 이 후보측이 관련 의혹들에 대응하는 흐름을 보면 일정한 공식이 있다는 것도 알 가능성이 큽니다.  '의혹에 대한 전면부인→꼬리 자르기 시도→부분 사과→메신저 공격 등 여론전(2차 가해)→물타기'이번 김혜경씨 논란에 대해서도 지난달 28일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되자 곧바로 이 후보 대선 캠프측은 "허위사실"이라고 부인합니다.그러다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A씨에게 직접

    2022.02.09 09:14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갈라치는 리더십 더는 안 된다

    지난달 열반한 ‘불교 지도자’ 틱낫한 스님은 저서 《꽃과 쓰레기》에서 세상 모든 것은 그물코처럼 단단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꽃이 존재하려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땅의 영양분을 받아야 하고, 그 꽃도 시간이 가면 쓰레기 모습으로 땅에 떨어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신만 진리를 독점하고, 타인은 틀리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평화를 깨고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는 게 가르침의 핵심이었다.꼭 틱낫한의 설법이 아니더라도 세상이 단단히 묶여 있는 초연결 사회임을 보여준 가장 극적인 사례가 코로나19 사태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는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뒤 한 달 만에 20개국으로 퍼졌다. 그 후 2년여 동안 델타, 오미크론 등으로 변이를 일으키며 224개국에 확산돼 세계 인구의 5%(4억 명)를 감염시키고, 600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코로나 위기 앞에선 부국과 빈국, 열대 밀림과 시베리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내편 네편 정치'가 갈등 키워이런 세상에서 나만 옳고 절대선(善)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난 5년이 꼭 그런 모습 아닐까. 도덕적 선민의식에 매몰된 집권세력은 조국 사태와 검경 갈등 때 ‘내로남불’로 일관하더니, 코로나 대응 때도 태극기 부대와 자영업자에겐 엄격하고, 민주노총엔 느슨한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 경제 분야에서도 임차인과 임대인을 편 가르고, 근로자와 고용주를 차별하는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았다. 집권 내내 나라를 정확히 반으로 쪼개 관리했다. 치부가 드러날수록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이념과 진영 투쟁을 부추겼다.그 와중에 귀

    2022.02.08 17:17
  • 홍남기와 박수현이 비판받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나라 사정을 파악하는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만큼 중요한 관료가 있을까.홍 부총리는 명실공히 경제 부처의 수장이며 국무위원 서열 1위로, 국무총리 공석 시 직무를 대행한다. 이미 정세균 전 총리의 사퇴로 한 달여간 총리 대행을 한 적도 있다. 위상으로 보나 경륜으로 보나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나라 살림살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 건지 그만큼 공신력을 갖고 얘기할 만한 사람이 없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입'으로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사람의 말은 더 이상 '말'이 아니다. 말은 듣는 사람이 받아들여야 언어로서 효용 가치가 있다. 신뢰를 잃은 말은 공허한 메아리다. 어쩌면 공해일지도 모른다. 신뢰가 없으니 듣는 이로 하여금 걸러 들어야 하는 수고를 끼친다. 국민들은 피곤하다. 왜 그럴까.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홍 부총리가 이달 초부터 SNS를 통해 현 정부 정책성과를 홍보하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제도 15회분 중 9회분(중기·소상공인 육성 성과)을 내놨다. 다 좋다. 분명 몰랐던 부분도 있다. 숨겨진 성과를 알리는 것도 의미는 있다.그런데 해도 너무한다는 대목이 있다. 일자리와 주거안정이다. 성과가 아니라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할 부분이다. 취임 후 줄기차게 친노조-반기업 정책을 밀어붙여 좋은 일자리(풀타임) 185만 개를 사라지게 만들고 , 120조 넘은 세금

    2022.01.24 08:52
  • [천자 칼럼] 수도 이전과 '권력 이동'

    고려 말 이성계와 정도전이 이끄는 강경 개혁파가 온건파 정몽주와 최영을 제거한 뒤 가장 먼저 추진한 게 천도(遷都)였다. “왕조가 바뀌면 천명을 받들어 도읍을 옮기기 마련이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구세력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계룡산과 무악(현재 연희동 일대) 등을 제치고 한양이 새 도읍지로 결정된 게 1394년. 태조 이성계는 천도 후에야 왕권을 강화하며 조선왕조 500년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수도 이전은 어느 나라든 ‘권력의 이동’으로 읽힌다. 미국도 상업자본과 농업세력 간 힘의 무게 추에 따라 수도가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다시 워싱턴DC로 바뀌었다. 카자흐스탄은 구(舊)소련 독립 후 알마티에서 누르술탄으로 수도를 옮겼고, 호주는 멜버른과 시드니 간 도시 경쟁 속에 캔버라가 어부지리로 새 수도가 됐다. 나이지리아는 극심한 정쟁을 피해 정치·인종 면에서 중립지인 아부자로 수도를 바꾼 경우다.천도에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2005년 미얀마 군부가 새 수도로 깜짝 발표한 네피도는 ‘세계에서 가장 기이한 유령 수도’라는 평가를 듣고 있고, 대표적 ‘계획 수도’로 건설된 브라질의 브라질리아는 60년이 넘었지만 기반시설 부족 등으로 서민이 거주할 수 없는 도시로 전락했다. 최근 100년 새 30개국 이상이 수도를 옮겼고, 40여 개국이 수도 이전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인도네시아 의회가 최근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보르네오섬 동(東)칼리만탄으로 옮기는 수도이전법을 통과시켜 눈길을 끈다. 2045년까지 총 446조루피아(약 38조원)를 투자해 정글 한복판에 새 행정수도 누산타라(Nusantara·열도라는 뜻)를

    2022.01.23 17:25
  • 탈원전 '커밍아웃'과 대통령의 침묵 [여기는 논설실]

    사실상 탈원전 정책 폐기인가. 차기 여야 대선 후보들이 감(減)원전, 친(親)원전 공약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을 주도해 온 관련 부처와 공기업들에서 최근 잇따라 원전의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평가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 문책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알리바이' 확보용 커밍아웃으로 읽힌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일제히 원전 투자로 돌아서는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너 죽을래"라며 장관이 탈원전 총대를 맺던 산업통상자원부의 변신이 놀랍다. 산업부가 최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를 위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 원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풍부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 △견고한 공급체계 △높은 경제성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꼽았다. 지난해 말 대통령의 유럽 순방때 작성해 보고한 내용이라고 한다. 주장의 근거들도 세세하게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전은 안전하지도, 저렴하지도,친(親)환경적이지 않다"며 탈원전을 강행한 근거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정권 초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자료 제출이다.  지난 11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도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하면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분류하는게)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전도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시 대통령의 탈원전 강행의 근거를 우회적으로 부인한 것이다.탈원전 돌격대였던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의 변신은 더 극적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회사 이름에

    2022.01.13 09:11
  • [천자 칼럼] 카카오페이의 '무늬만 사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45)는 승승장구 인생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을 거쳐 2011년 카카오에 입사한 지 11년 만에 공동 대표로 낙점받았다. 오는 3월 취임 예정이다. 그는 기술력과 사업 수완이 발군이다. 개발자 출신으로 카카오 기반 무료통화 서비스 ‘보이스톡’과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 출시를 주도했다. 2017년엔 카카오페이 대표로 취임해 4년 만에 상장도 성공시켰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 금융당국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핀테크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이다.그런 류 대표가 최근 위기다. 그제는 직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 경영인들의 스톡옵션 대량 매도 사태와 관련해서다. 경위는 이렇다. 류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은 지난해 12월 8일 44만 주의 스톡옵션(약 900억원어치)을 처분했다. 상장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류 대표는 보유 스톡옵션의 32%인 23만 주를 팔았다. 세후 차익만 274억원으로 추정된다.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최대주주나 기관과 달리 매도가 제한되는 보호예수기간이 없다. 그러나 상장 한 달 만에 일제히 주식을 내다판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대주주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팔다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다는 설명이지만,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경영진 8명이 한꺼번에, 그것도 코스피200 지수 편입 직전일 시간외거래에서 ‘작전하듯’ 주식을 처분한 것은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는 비판이다.그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 새 25%나 급락했고,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모두 “뒤통수를 맞았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류 대표는 한 달 만

    2022.01.05 17:37
  • 종편은 왜 대통령 신년사를 중계하지 않았을까 [여기는 논설실]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분야 최고 권력은 청와대와 삼성입니다. 두 조직에서 어제 새해 신년사가 나왔습니다. 신년사를 통해 두 권력이 지금의 한국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대응하려는지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어제 신년사 연설을 하는 20분 동안 총 5699글자를 읽었습니다. 연설문은 자부심, 희망, 모범국가,성공 등 긍정적 단어로 가득했습니다. 대통령은 임기동안 한국을 세계가 인정하는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모범 방역국가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국가로, 튼튼한 안보국으로, 글로벌 문화선도국으로,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로 만든 것을 자찬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누구도 우리 국민이 이룬 국가적 성취를 부정하거나 폄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습니다.  대통령은 또 코로나도, 집값도, 탄소중립도, 글로벌 공급망도 모두 잘 대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합니다. 남북간 관계에 대해서도 "지금의 평화가 우리가 주도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탱되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자신의 공임을 상기시킵니다.  대통령의 신년사엔 위기 의식이 없습니다. 한국은 말 그대로 태평성대 그 자체입니다. 분열된 국론, 사정권력의 정치화, 파탄난 민생, 코로나 방역위기, 고립무원 외교 등 수많은 실정에 대해서는 함구합니다. 때문에 사과와 반성도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2022년 신년사 전문]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82463 삼성전자도 어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공동명의로 신년사를 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신년사엔 위기의식이 가

    2022.01.04 09:41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층간소음 비극, 모두가 가해자다

    ‘귀트임’이란 게 있다.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층간소음에 노출되다 보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이다. 귀트임이 시작되면 약도 없다. 소음이 머릿속, 뼛속까지 파고들며 괴롭힌다. 정소현의 《가해자들》(2021)은 귀트임으로 고통받던 아파트 주민이 이웃들을 어떻게 괴롭히고, 궁극엔 자신까지 파멸로 내모는지를 실감 나게 그린 소설이다. 결말은 아파트 주민 간 칼부림 살인 사건이다.현실은 소설보다 더 아수라장이다. 층간소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기상천외한 보복 경험담은 기본이고 “가족을 몰살시켜 버리겠다”는 살벌한 경고까지 예사다. 말뿐이 아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먹다짐과 칼부림, 살인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언론에 보도된 층간소음 살인 사건만 매년 3~7건이다. 한국은 ‘층간소음 지옥’이 된 지 오래다. 층간소음 비극을 다룬 영화와 소설이 최근 붐을 이루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건설사·정부·정치권도 책임층간소음 분쟁엔 이유가 있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5183만 명(2148만 가구·2020년 기준) 중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다세대와 연립주택까지 합하면 10명 중 7명이 공동주택에 사는 셈이다. 공동주택은 천장과 바닥, 벽을 누군가와 공유한다.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발꿈치 소리나 의자 끄는 소리 등이 사각 벽을 타고 아래층과 옆집 등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아무리 이웃 간에 서로 인사하고 지내도, 슬리퍼 착용 등 거주 매너를 지켜도 미봉책일 뿐이다.우선 집부터 제대로 지어야 한다. 그런데 부실 시공이 태반이다. 2019년 감사원이 입주 직전 28개 공공·민

    2021.12.28 17:07
  • [천자 칼럼] 범죄도 비대면화?

    #1. 김미영 팀장과 서울중앙지검의 이도현 수사관, 김민수 검사. 세 사람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얼굴 없는 유명인들이고, 보이스피싱 사건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이 중 김미영 팀장이 최근 검거됐다. 2013년 일당 28명이 체포된 뒤 그는 필리핀으로 잠적했는데 8년 만에 검거된 것. 잡고보니 전직 경찰 박 모씨, 그것도 사이버수사대 근무 경력자였다.#2.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룬 영화 ‘보이스’가 최근 1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성공을 거뒀다.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개봉작 중 100만 명 돌파 작품은 보이스를 포함해 4개에 불과했다. 영화속 피싱 총책 ‘곽프로’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 씨는 “그 정도로 공감대가 크다는 것”이라며 “저희 모친도 피싱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사이버 범죄로 온 사회가 몸살이다. 김미영 팀장으로 대표되는 보이스피싱이 1세대라면, 최근엔 전화 가로채기 등 2세대 사기가 기승이다. 전화 가로채기는 경찰·검찰·금융회사 등을 사칭해 악성 앱을 설치하게 한 뒤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피해액이 일반 보이스 피싱보다 10배나 크다. 또 중고거래나 가상화폐 플랫폼 등에서 랜섬웨어를 감염시켜 돈을 빼내가는 신종 사기가 등장하는 등 날로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살인·강도·절도·폭력 4대 강력범죄의 월 평균 발생건수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16% 줄었다. 반면 비대면 사이버 범죄는 같은 기간 19% 늘었다. 특히 불법 성(性)영상물 제작·유포 등에 관한 범죄 건수가 48%나 증가했다. 사이버 사기 및 사이버 금융범죄도 15% 늘었다.전문가들은 사이버 범죄 증가 이유를 세 가

    2021.12.26 17:07
  • [천자 칼럼] 넥타이의 비애

    넥타이의 기원은 군대다. 17세기 크로아티아 군인들이 신·구교 간 ‘30년 전쟁’(1618~1648년)에 참전할 때 목에 둘렀던 빨간 천 ‘크라바트(cravate)’에서 유래했다. 고향 연인들이 ‘꼭 살아 돌아오라’며 매준 것을 프랑스 루이 14세 등이 따라하면서 유행시켰다. 처음에는 레이스와 자수로 장식된 부드러운 천을 목에 감는 식이었는데 19세기 초 영국서 매듭짓는 법이 나오면서 현재 형태로 바뀌었다.넥타이는 정장 슈트의 양쪽 깃 사이 ‘V존’에 위치한다. 얼굴 밑으로 눈에 가장 잘 띄는 부분이다. 따라서 멋을 내거나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 여성에게 목걸이와 브로치가 있다면 남성은 넥타이가 그 역할을 한다.정치인들은 대선 토론 등 중요 행사 때 줄무늬 넥타이를 선호한다. 자신감과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큰 야외 행사에 열정과 정열의 빨간색 넥타이를, 협상장에 나갈 때는 자신감을 주는 청색 넥타이를 매고 나가는 게 보통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감색 슈트와 딤플형 넥타이로 첫 대선에서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들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중을 읽기 위해 그의 넥타이 색깔 변화를 꼼꼼히 챙겼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넥타이는 경기 판단의 기준으로도 활용됐다. 불황기로 갈수록 어두운 무채색 계열이, 호황기로 가면 밝은색 넥타이가 더 잘 팔린다는 게 패션업계 통설이다. 실제로 경제위기를 벗어난 2000년대 초와 2010년대 초에 노란색과 핑크색 넥타이가 대유행했던 적이 있다.넥타이를 보고 숨은 메시지와 경기를 읽는 것도 다 옛일이 됐다. 노타이와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

    2021.12.23 17:23
  • [천자 칼럼] 일본의 공생혼(共生婚)

    “결혼은 새장과 같다”고 얘기한 건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1533~1592)다. 새장 밖 새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려 애쓰지만, 일단 들어간 후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게 결혼과 닮았다는 의미다.결혼생활이 유사 이래로 그랬는지는 미지수다. 수렵시대엔 결혼 제도 없이 군혼(群婚) 형태였다. 성관계 대상에 대한 규율이나 제한이 없었다. 농경시대로 접어들며 혈족 간 성관계가 금지됐고, 이후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 등의 과도기를 거쳐 현재의 일부일처제가 자리잡았다. 그 중간중간 수많은 결혼 관련 주장들이 나왔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BC 428~347)은 이상국가 건설을 위해 여자와 자녀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것 네것’을 따지지 않아야 구성원 간 결속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평생 독신으로 산 것은 아이러니다.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앞으로 결혼은 고체가 아닌 액체 속성으로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일본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공생혼(共生婚)’이 그런 형태다. 공생혼은 부부가 법적으로 결혼하고 같이 살지만, 재산관리부터 연애까지 독립적 개인 생활을 보장받는 관계다. 성생활은 선택 사항이다. 일반 부부보다는 느슨하고, 결혼하지 않고 주거공간만 공유하는 ‘하우스 메이트’보다는 단단한 결속이다.전통적 형태의 결혼 생활은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입원이나 주택구입 때처럼 법적 보호자가 필요한 경우를 대비하려는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세라고 한다. 부부로 혼인신고를 한다는 것만 빼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시민결합’ 등 유럽 비혼 커플제도와 유사

    2021.12.08 17:27
  • [천자 칼럼] 밥 돌의 품격

    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이 1997년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메달을 받을 때 일이다. 그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뜬금없이 “나 로버트 J 돌은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좌중이 술렁거리자 그는 “아, 죄송합니다. 엉뚱한 연설(대통령직 수락연설)을 했네요”라고 얼버무렸다. 직전 해 대선에서 클린턴에게 패배한 쓰라림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것이다. 조용했던 자리에 폭소가 터졌다.그는 표정없는 유머로 유명했다. 대선 패배 승복 연설 때도 “내일은 내 인생에서 아무 일도 없는 첫 번째 날이 될 것”이라고 자축(?)했고, 그 후엔 코미디쇼와 펩시콜라, 던킨도너츠, 심지어 비아그라 광고에도 출연했다. 그는 “선거에서 졌다고 유머까지 잃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너스레를 떨었다.밥 돌은 몸이 불편했다. 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입은 부상으로 오른팔을 쓰지 못했다. 왼팔도 일부 마비됐다. 그러나 넘치는 활기와 재치있는 언행으로 항상 주위 시선을 끌었다. 고향 캔자스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35년간 상·하원 의원직을 수행했다. 공화당 최장수 원내대표 기록도 세웠다. 보수주의 거물로 대선에도 두 차례나 나갔다.그는 항상 여유 있는 정치를 주창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게 유머와 위트다. 2018년엔 직접 미 역대 대통령 42명의 유머 수준을 평가한 책 《위대한 미국 대통령의 위트》를 내기도 했다. 결론은 유머를 지닌 지도자가 통치력도 뛰어났다는 것. 링컨은 위기 속에서도 “나는 울면 안 되기 때문에 웃는다”며 여유를 보였고, 레이건은 총에 맞아 병원에 실려가는 중에도 “여보, 나 고개를 숙이는 걸 깜빡했지 뭐야”

    2021.12.06 17:19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바보야, 문제는 상식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일 ‘사과와 반성’ 행보다. “저와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 “사과 먼저 했어야 했다” “회초리 맞을 준비가 돼 있다”며 고개를 조아린다. 울먹이며 ‘큰절’도 했다. 머리색도 바꾸고, 선대위원회와 민주당 당직자도 대폭 교체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접은 데 이어 국토보유세 공약 철회 의사도 밝혔다. 변화를 작심한 듯하다.이 후보가 왜 이러는지는 다 안다. 지지율 때문이다. 박스 안에 갇힌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싶을 것이다. 효과도 있다. 사과와 반성을 시작한 지 열흘여 만에 야당 후보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래도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 후보가 애태우는 것 같아 한마디 해주고 싶다. ‘상식’ 때문이다. 李후보, 연일 사과하지만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뭐니 뭐니 해도 ‘대장동 게이트’다. “책임이 없다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사과한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설계하고, 관련 서류에 일일이 결재한 사업을 ‘부하 비리’로 몰고 가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더구나 “1원 한 장 받지 않았다”고 했지 않나. 토 달지 말고 특검도 쿨하게 받는 게 맞다.부동산 관련 공약도 그렇다. 현 정부 들어 4년여 동안 전국 집값이 두 배, 전월세가 50% 올랐다. 공급 확대 없이 규제와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책을 확 뒤집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엉뚱하게 대출 규제에 금리 인상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가 표를 얻으려면 이런 모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투기 단속(부동산감독원 신설)과 규제 강화(개발이익환수제, 분양가

    2021.11.30 17:04
  • [천자 칼럼] 기재부 수난시대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예산철이면 기획재정부 예산실의 복도는 공무원들로 북적였다. 각 부처 관료들이 담당 예산실 사무관을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대기하는 게 예사였고, 일이 안 풀리면 장·차관들이 나서 그 윗선을 찾아가기도 했다. 예산실이 ‘정부 안의 정부’였다면, 금융정책국(현 금융위원회 산하)은 금융시장에서 ‘갑 중의 갑’으로 통했다. 지금은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로 들리겠지만, 옛 재무부 시절 새파란 사무관이 60대 시중은행장에게 전화 걸어 호통을 치고 인사내용을 지시했다는 얘기도 공공연했다.기재부는 당시만 해도 예산과 금융, 세제, 국고, 외환에 이어 정부 기획조정 업무까지 총괄하는 명실공히 ‘경제정책 사령탑’이었다. 수습 사무관들에게 당연히 최고 인기 부처였다. 상위권에서 지원 이탈자가 생기면 뉴스가 될 정도였다.그런 기세가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민간인을 장관으로 과감히 앉혔고, 뒤이은 정권들도 과거처럼 관료들에게만 기대진 않았다. 기재부 위상이 서서히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 정부 들어선 바닥 모르고 급전직하다. 지난해 일반행정직 중에서 1지망 지원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3지망을 포함해서도 ‘꼴등’이다. 재경직 중에서도 공정위, 금융위 등에 앞순위를 내줬다. 한창 일할 중간 관료들의 민간행 엑소더스도 이어지고 있다.관가에선 그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본다. 우선 과거 같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예산이나 정책의 무게중심이 상당부분 여의도(국회) 쪽으로 기울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증권거래세 인하, 양도세 부과 기준 완화 등을 놓고 여당

    2021.11.29 18:01
  • [천자 칼럼] 줄 세우는 나라

    사회주의 국가엔 ‘줄서기’에 관한 우스갯소리가 많다. 그중 하나. 구소련에서 우주비행사의 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부모님을 찾는 질문에 딸이 답했다. “아버진 지금 로켓을 타고 우주에 나가 계시니까 1주일 뒤에 오실 거예요. 어머닌 지금 배급받으러 줄 서 계시니까 2주일은 넘게 걸릴 거예요.”지난달 세상을 떠난 사회주의 경제학의 거두(巨頭) 야노쉬 코르나이(1928~2021)는 소련식 사회주의를 ‘물자 부족의 경제’로 규정했다. 국가가 시장을 대신하기 때문에 수요·공급 간 불균형과 물자 부족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주장이다.소련 사회에서는 줄서기가 일상으로 여겨졌다. 배급줄 외에도 상점 앞마다 긴 줄이 이어졌다. 지나던 행인들은 무조건 줄 끝으로 붙었다. 뭘 파는지 물어보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나중에 암시장에 팔아도 되고, 친척에게 줘도 되기 때문이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만 사는 사람은 ‘비(非)사회주의적 인간’으로 지탄받았다.또 교통단속 현장에서는 현금이 오가는 게 일상이었다. 벌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즉석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딱지를 들고가 벌금을 내려면 최소 몇 시간은 또 줄을 서야 하니까. 소련인들이 줄서는 데만 연간 400억 시간, 1인당 하루 5시간 이상 허비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당시 폴란드 체코 등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졸지에 한국이 그런 ‘줄서는 나라’ 행렬에 끼게 됐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발생 직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과 슈퍼마켓 앞에 수백 미터 긴 줄이 형성됐고, 올여름엔 전 국민이 백신 ‘선착순’ 예약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밤샘

    2021.11.11 17:10
  • [천자 칼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1. 한국맥도날드가 최근 ‘스티커 갈이’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유효기간’이 지난 식빵의 날짜 스티커를 바꿔 단 뒤 사용했다가 ‘양심불량 기업’으로 찍혀 여론의 지탄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당국은 조사 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스티커를 바꾼 것은 맞지만 ‘유통기한’보다 엄격한 ‘내부 유효기간’에 맞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2.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통기한 임박’ 할인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자 폐기 처분을 앞두고 ‘1+1’ 또는 ‘2+1’ 형태로 할인 판매되는 식료품을 찾는 알뜰 쇼핑족이 늘고 있어서다.유통기한 제도는 1985년 도입 이후 36년간 식품시장에서 ‘절대 불가침’의 원칙으로 통했다. 유통기간을 넘긴 식재료나 식품은 당연히 폐기 처분돼야 하고, 소비돼서도 안 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이를 어기고 식품을 유통시키거나 그런 의혹만 제기돼도 법과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이 때문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체 생활폐기물의 30%(548만t)에 이르고, 그 처리비용만도 연간 1조원이 넘는다는 최근 통계가 있다. 국가 경제적으로나 환경 보호 차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컸다.정부가 2023년부터 모든 식료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기한다는 내용의 ‘식품 표시·광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5일 입법예고했다. 지난 7월 법 개정안 처리에 따른 후속 조치다. 유통기한은 판매해도 되는 기간이지만 소비기한은 먹어도 되는 기한이다. 유통기한까지가 소비의 최적 상태라면, 소비기한은 먹어도 되지만 최적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2021.11.07 17:09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사과는 리더의 언어다

    역대 12명의 대통령 중 사과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퇴임 전까지 열 번 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는 당선인 신분으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국민에게 죄인 된 심정으로 사후 대처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그 후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시위 농민 사망 사건 때, 형 노건평 씨의 부동산 의혹 사건 때도 어김없이 나와 사과했다. 2007년 신년 연설에선 “부동산, 죄송합니다. 너무 미안합니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번에 잡지 못해 미안합니다”며 고개를 떨궜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사과를 했지만 그만큼 책임을 통감하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그는 퇴임 후 가족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극단적 선택’으로 사과를 대신했다. 사과,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는 그런 면에서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10여 차례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억나는 사과가 없다. 생각나는 게 부동산 ‘죽비’ 발언 정도다. 왜 그럴까. 사과가 선택적이고 방법도 틀렸기 때문이다. 그는 본인이 책임질 게 없는 사항, 예컨대 세월호나 5·18 문제에 대해선 적극 사과했다. 그러나 검·법 갈등으로 국론이 두 쪽 나고 북한에 의해 공무원이 사살당했을 때, 최측근이 여론조작으로 구속됐을 때,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을 때 사과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여기저기서 “대통령은 어디에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문 대통령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은 본래 자신에게 불리한 일에는 자기방어적 자

    2021.11.02 17:06
  • [천자 칼럼] 스페인 전기료가 5배 뛴 사연

    ‘돈키호테의 나라’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속 6m의 양질의 바람 자원이 전역에 분포돼 있어 풍력발전에 그만이다. 세르반테스가 1605년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발표할 때 이미 풍차가 전국에 널리 깔려 있었다. ‘태양과 정열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은 뜨거운 햇볕(연평균 섭씨 38~43도)과 드넓은 대지, 낮은 인구밀도는 태양광발전에도 최적이다. 스페인이 ‘탈(脫)탄소 선도국’이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실제로 스페인은 풍력 설비용량 세계 5위(2019년 기준·유럽 2위), 태양광 설비용량 6위(유럽 1위)의 신재생 강국이다. 또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석탄발전과 석유발전 비중을 20년 만에 각각 36%와 10%에서 모두 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현재 천연가스 31%, 풍력 22%, 태양광 6%다. 10년 내 원전도 완전 폐쇄하고,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그런 스페인이 유례없는 전력난으로 1년 새 전기요금이 5배나 뛰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친환경의 역습’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들어 3배 이상 오른 데다, 기상 변화로 해안 일대 바람이 줄면서 풍력 발전량까지 전년 대비 20% 떨어졌다. 피레네산맥에 막혀 있어, 형편이 나은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도 힘들다. 전력대란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자 수도 마드리드에는 촛불을 켜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을 ‘롤 모델’로 탈탄소 정책을 짰던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국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7배, 독일은 연초 대비 50% 올랐다.스페인의 전기요금 폭등 사태가 남의 얘

    2021.10.19 17:10
  • 갯벌에 철망치는 대출규제는 안된다 [여기는 논설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민심이 들끊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살려달라"는 실수요자들의 글이 30건 가까이 올라와 있고, 글마다 공감 버튼이 수 천개씩 붙어 있습니다. 시중은행들도 "왜 전세금, 중도금 대출이 안되느냐"는 항의성 문의 전화를 받느라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것 자체는 나무랄 일이 아닙니다. 심각한 상황이고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난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806조원. 국내총생산(GDP· 작년 1836조원)에 맞먹는 규모이고 1년전보다 10%(168조원)나 늘었습니다. 주요국중 증가율이 압도적 1위입니다. 버는 것에 비해 빚내는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이렇게 늘어난 가계부채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 시장 등으로 흘러가 자산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게 금융당국의 판단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뛰고 있습니다. 0.5%포인트만 뛰어도 이자 부담이 5조8000억원 늘어납니다. 미국도 긴축에 들어갈 채비고, 중국 헝다그룹 사태 등 글로벌 리스크도 적지 않습니다. 여차하면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에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저금리가 끝나가는데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받아 변동성이 큰 자산에 무리해 투자하는 건 '밀물이 들어오는 데 갯벌로 들어오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정부는 곧 2차 가계부채 관리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다 좋습니다. 문제는 방법입니다. 정부는 '총량규제' 방식으로 1·2·3금융권을 동시에 틀어막고 있습니다. 올해 가계대출잔액 증가율을 전년대비 일정수준(은행

    2021.10.06 08:51
  • [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대장동 후흑열전

    중국 근대 철학자 리쭝우(李宗吾·1879~1944)는 저서 《후흑열전(厚黑列傳)》에서 위인들의 공통점으로 ‘두꺼운 얼굴(面厚)과 시커먼 뱃속(心黑)’을 꼽았다. 그는 후흑을 세 단계로 분류했는데 ‘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시커먼’ 상태를 초보 단계로, ‘속마음은 칠흑같이 시커멓지만 얼굴은 투명하리만큼 밝은’ 단계를 그다음으로 쳤다. 그러나 이들도 ‘후하나 형태가 없고, 흑하나 색깔이 없는’, 즉 세상은 물론 본인조차 후흑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에 오른 위인을 못 당했다고 한다. 그런 경지에 오른 조조(曹操) 유비(劉備) 같은 인물이라야 천하를 도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장동 '신공' 주목한국에서도 그런 후흑의 대가를 볼 수 있을까. 가장 기대되는 인물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대선을 5개월여 앞두고 여당 대선 후보 경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최근 ‘대장동 게이트’ 대응 과정에서 놀라운 후흑 신공(神功)을 선보이고 있다. 다 알다시피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은 민간업자(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들이 1조원 가까운 ‘돈벼락’을 맡게 된 경위와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다. 최근 이를 가늠할 수 있는 내부 녹취록이 나오고, 당시 대장동 사업을 진두지휘한 이 지사 측근이 구속되면서 상황은 점점 이 지사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그의 진면목은 여기서 나온다. 이 지사는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익 공익환수사업’이 ‘비리 종합세트’임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 측근 구속에 대해선 “측근이 아니다” “유감이다”며 남

    2021.10.05 17:29
  • [천자 칼럼] 이등병이 사라진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로 시작되는 가요 ‘이등병의 편지’는 고(故) 김광석이 1993년 윤도현의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히트곡이다. 입영을 앞둔 청춘의 마음을 절절한 가사와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발표 즉시 군 입대자들의 ‘18번’ 리스트에 올랐다.징병제인 한국에선 군 생활, 특히 입영 대상자들과 관련된 인기곡이 많다. ‘자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로 끝나는 최백호의 ‘입영전야’(1979년)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애창되고 있다. 그 계보를 이등병의 편지와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1990년) △이장우의 ‘훈련소로 가는 길’(1995년) △이승기의 ‘나 군대간다’(2016년) 등이 잇고 있다. 코로나 직전만 해도 대학가 골목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함께 부둥켜안고 우는 입영 전야 청춘들이 적지 않았다. 군대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군 ‘쫄병’ 생활의 애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민·관·군 합동위원회가 병사 계급체계를 4단계서 3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는 소식이다. 계급구조를 단순화해 소통 여건을 개선하고 구타 등 악습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대로라면 1948년 군 창설 후 73년간 존재했던 이등병 계급이 사라지고, 병사 계급이 일병(5~7주)-상병(9개월)-병장(8~11개월)으로 바뀌게 된다. 합동위는 계급명에서 서열 의미가 있는 ‘등’자를 빼고, 일자형 계급장 밑에 무궁화 표지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한국군은 억압적 병영

    2021.09.30 17:28
  • '양파 게이트' 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사건 [여기는 논설실]

     2010년6월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현 경기도지사)은 시청 화장실에 8자 성어를 써붙였다고 합니다. '부패즉사 청렴영생'.부패하면 즉시 죽고 청렴하면 영원히 산다. 스스로의 다짐이자 함께 일하게 된 시청 직원들에 보내는 경고입니다.이재명은 이 후 청렴과 투명성,일 잘한다는 평판으로 시장 재선에다 2017년 대선 도전, 2018년 경기도 지사 당선까지 출세길을 달립니다. 내년 대권 가도에서도 여권 경선 1위로 '별의 순간'을 눈 앞에 둔 듯 했습니다. 그런 그가 부패 의혹으로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형님 강제입원 의혹사건,여배우 스캔들, 문파 공격에도 꿈쩍 안하던 정치인이 스스로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던 '판교 대장지구 개발사업'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성남시를 4년만에 7285억원의 빚 더미에서 탈출시키며 '정치 신인' 이재명을 '유능한 진보'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게 했던 바로 그 사업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대장지구 개발사업은 '남판교’로 불리는 성남 대장동 일대 91만여㎡(약 27만8000평) 부지에 5903가구를 조성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영개발 사업입니다. 올해말까지 입주가 끝날 예정입니다. 의혹의 핵심은 이 지사가 수천배의 '돈 벼락'(자본금 대비)을 맞은 민간 사업자들과 연관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 지사는 "부동산 가격에 폭등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과일 뿐" "돈 1원 한장 받은 적 없다" "수구 기득권 토건 세력들이 똘똘 뭉쳐 펼치는 공세"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반박합니다.그러나 거친 반박만 있을 뿐 속시원한 해명

    2021.09.24 09:31
  • 백신·무기 예산 깎아 현금 퍼주기인가 [여기는 논설실]

    정부가 지난달 말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섬뜩합니다. 막장 정치인과 영혼없는 관료가 만나면 이런 예산안까지 나올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604조4000억원 짜리 '초슈퍼 예산'을 짜면서 빚(적자국채)을 77조원이나 내기로 했고 그래서 국가채무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국내총생산(GDP)대비 채무비율과 조세부담률이 각각  50.2%, 20.7%까지 오르게 됐다는 걱정도 아닙니다. 나라가 빚더미 위에 오르게 됐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코로나 위기때문에 재정이 더 적극 나서는 구나 생각할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선거 때문에 예산이 엉망진창이 된 것을 금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용 현금성 퍼주기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되는 국방과 백신 개발 예산을 줄인 것부터 그렇습니다.   내년 예산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보건·복지 및 일자리 예산(36%)입니다. 217조원으로 올해보다 8.6% 증액됐습니다. 여기엔 현금 지원, 세금 알바, 학자금 지원 등 표심성 예산이 총망라돼 있습니다. 이중 청년 예산 증액이 두드러집니다. 올해보다 16% 늘어난 23조원이 배정됐습니다. 매달 20만원씩 월세를 주거나, 저축액의 3배를 정부가 얹어주는 등 현금 지원 예산이 많습니다. 일자리 사업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1조3000억원이 투입됩니다. '세금 용돈'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노인 일자리 예산은 3조3000억원으로 2000억원 증액입니다. 전국민 고용보험, 기초생활급여 확대 등으로 다른 복지 예산도 줄줄이 인상됩니다. "정권 재창출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집권 여당

    2021.09.09 09:21
  • 언론재갈법,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여기는 논설실]

    '언론재갈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놓고 연일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북한 빼고는 누가 찬성하느냐'는 악법을 여당은 굳이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고, 야당은 물론 언론사와 각종 언론단체와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좌우 불문' 입달린 조직과 단체들은 모두 결사 반대입니다. 해외 언론과 국제 언론단체들까지 나서 "한국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말리는 상황입니다.   시쳇말로 '이게 머선129'입니다. 코로나 확진자는 두 달 가까이 네 자리수이고, 금리는 오르고 대출은 끊겨 한계선상에 있는 개인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집값은 자고나면 오르고 있고, 청년들은 역대급 실업률 속에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현실입니다. 나라가 결딴날 상황이고, 정치권은 할 일이 태산인데 웬 뚱딴지 같이 언론재갈법인가 하고 다들 의아해 합니다.   퇴임과 재집권 위한 안전판 해답은 간단합니다. 보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당과 청와대 등 현 집권층에게는 지금 언론재갈법 처리가 무엇보다 시급합니다.내년 대선이 코앞인데 지금과 같은 비판적 언론 상황으로는 재집권도, 퇴임후 안전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어떻게든 손을 봐야 합니다. 그런데 시간도 없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관련 상임위도 야당에 넘어가고, 앞으로 정기국회다 대선 경선이다 해서 입법 동력을 잃게 됩니다. 마음은 급한데 시간은 없고…. 청와대도 속이 탈 겁니다. 지금까지는 윤호중 김용민 박정 김승원 김의겸 등 몇몇 '돌격대'를 앞세워 단독처리 밤샘처리로 넘어왔지만 국민적 저항으로 국회 본

    2021.08.31 09:11
  • [천자 칼럼] 이제는 '잡호핑족' 시대

    국내 첫 공개채용 기업은 삼성물산이다. 1957년 1월 한국 최초의 종합상사가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전국에서 1200여 명이 몰렸고, 이 중 27명이 뽑혔다. 그 후 공채는 주요 기업의 인재 채용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공채 직원들은 한 번 들어간 직장에서 뼈를 묻는 것을 당연히 여겼다. 10년, 20년 근속 때 기념패와 함께 황금 명함·열쇠, 해외여행 상품권 등을 받고 정년퇴임식에선 후배들의 박수를 받으며 회사 생활을 마무리하는 게 자연스러운 코스였다.‘공채=평생직장’ 공식이 깨진 건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구조조정 한파 속에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으면 도둑) 같은 우울한 신조어가 등장했고, 직장이 한평생 기댈 곳이라는 인식도 흔들리기 시작했다.이제는 그것도 옛날 얘기가 됐다. 바야흐로 ‘잡호핑(job-hopping)족’ 시대다. 직장인들이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더 나은 연봉이나 근무 환경, 커리어 관리 등을 위해 회사를 쇼핑하듯 옮겨 다니는 세태다. 한국경제신문과 국내 최대 비즈니스앱 리멤버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8.2%(818명)가 최근 6개월 내 인맥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이직과 퇴사를 고민했다고 답했다.그렇다면 이들이 이직을 생각만 하고 있는 걸까. 구인 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2030세대 응답자 1724명 중 38%는 능력 개발과 더 높은 연봉을 위해 1~3년 단위로 이직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스텔스 이직’(소리 소문 없이 직장을 옮기는 행위)을 겨냥한 구인·구직자 연결 플랫폼들이 성업 중이고, 자격증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심지어 2년 연속 &lsq

    2021.08.30 17:28
  • [천자 칼럼] 떡볶이 '내로남불'

    ‘국민 간식’ ‘길거리 음식 1호’ ‘한국인의 소울푸드’ 등으로 불리는 떡볶이는 궁중에서 시작해 민간으로 전해지고, 다시 세계로 확산된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다. 19세기 말 편찬된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따르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떡볶이는 간장 양념에 재운 소고기를 떡 채소 표고버섯 등과 같이 볶아 만든 고급 궁중음식이었다. 끼니 걱정하던 서민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1950년대를 지나며 짜장떡볶이, 고추장떡볶이 등이 등장하면서 민간에 퍼졌고 1970년대 서울 신당동에 즉석떡볶이 골목이 형성되고 사람이 몰리면서 빠르게 대중화됐다.요즘은 가히 떡볶이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소스와 첨가물, 조리법에 따라 종류가 셀 수 없이 많다. 간장 짜장 고추장 외에 기름 카레 크림 로제 치즈 카르보나라 등 소스만도 10여 가지에 이른다. 여기에 내용물에 따라 라볶이 쫄볶이 해물떡볶이 갈비떡볶이 피자떡볶이 차돌박이떡볶이 불닭떡볶이 등 그 종류가 다시 수십 가지 추가된다. 소스와 내용물을 교차 적용해 떡볶이 종류는 날마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 중이다.이런 변신 덕에 떡볶이는 어엿한 대표 한류음식이 됐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떡볶이를 공식 상호로 붙인 프랜차이즈 기업만 총 146개에 달한다. 또 해외 수요도 늘면서 2018년부터 수출이 매년 50% 이상 급성장하고 있다. 수출이 늘어난데엔 그룹 BTS가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해외 언론에 소개되고, 떡볶이 떡의 유통기한을 대폭 늘리는 ‘상온유통 연장’ 기술과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이 효과를 내는 등 문화·기술·경영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021.08.22 17:33
  • 여당이 '입법 폭주' 무리수 두는 이유는 [여기는 논설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입법 폭주'입니다. 국내외 언론단체들은 물론 야당과 범여권인 정의당까지 반대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고, 기업들과 학교에 큰 영향을 미치는 탄소중립법과 사립학교법까지 군사작전하듯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임대차 3법, 공수처법 처리 때와 비슷한 양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언론중재법·탄소중립법·사립학교법 밀어부치기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언론사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으로 부르지만, 야당과 시민·언론단체들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권력 견제기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언론중죄법, 언론재갈법, 언론말살법, 현대판 분서갱유법 등으로 강력 비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법제사법위원회, 25일 본회의서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난 6월24일 개정안이 발의된 후 두 달만에 입법 절차가 끝나는 셈입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초고속 입법입니다. 야당에선 여야 의견차가 심한 만큼 문체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90일간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조정위에 법 찬성론자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으로 불러들여 절차를 반나절만에 끝내 버렸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앞서 이날 새벽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2021.08.20 09:55
  • [천자 칼럼] 갈등 공화국

    한국 정치판은 하루라도 조용하면 이상한 건가. 연일 ‘막말’ 공방으로 시끄럽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자는 사퇴를 요구한 같은 당 소속 예비 대선 후보에게 “정치생명을 끊어놓겠다” “(그쪽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이라는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공직 후보자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야당에서는 당대표의 ‘저거’ 발언이 논란이다. “곧 정리될 것”이라는 대상(저거)이 모호하지만, 만약 당 소속 대선 후보라면 막말에 다름 아니고,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다원화된 민주 사회에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 갈등을 줄이고 타협을 도출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게 정치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보수와 진보(85.4%) △빈곤층과 중·상층(82.7%) △노인층과 젊은 층(60.9%) △남녀(48.8%) 등의 분야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망국병으로 불리던 지역 갈등은 완화됐지만 그 대신 진영·계층·남녀·세대 간 갈등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갈등 확대에 가장 혐의가 큰 게 정치인들의 막말이다. 교통사고 나면 핏대부터 올리던 습성의 연장인지, 아니면 막말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인지 정치인들은 문제가 생기면 일단 목소리부터 높인다. 지지자들은 막장 정치인에 대해서도 ‘우리 편’이면 눈감아주고 거꾸로 응원하기도 한다. 이런 행태가 인터넷과 SNS를 타고 점점 더 폭력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여당 초선 의원 5명이 지난 4·7 재보궐선거 후 이른바 ‘조국 사과문’을

    2021.08.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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