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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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지난주말 끝났다. 51일만이다. 피해 추산액은 8000억원 안팎. 금액으로 환산가능한 것만 그렇다. 인도가 늦어진 선박이 11척에 이른다. 국제적 신인도 하락은 환산 불가다. 모두가 상처뿐인 파업이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대우조선해양과 하청업체 노조, 그리고 정부와 민노총 이렇게 네 주체의 손익을 분석해봤다.

①'바람앞 등불' 대우조선해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원청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다. 이번 파업으로 외환위기 이후 23년째 산업은행 관리를 받고 있으며 12조원의 공적자금(출자금 포함)을 받고도 7조원의 누적적자를 냈다는 사실등이 재차 각인됐다. 여기에 수주가 들어와 좀 살만하니 또 파업으로 8000억짜리 추가 손실까지 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대로라면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분리매각을 포함한 민영화 논의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조선의 운명은 한마디로 태풍앞 등잔이다.

②'파업 안한만 못한' 하청업체 노조

대우조선 하청 21개업체 120여명이 지난달 2일 파업 개시당시 내걸었던 요구사항은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노조전임자 인정 △노조사무실 지급 등이었다. 배를 건조하는 도크(dock)를 점거했다. 과거 원청노조가 파업때 크레인만 점거했던 것과 다르다.

그러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1만2000여명 하청업체 직원 중 98%는 이미 임금협상을 끝낸 상태였다. 거기다 정부는 강경했고, 원청 노조는 물론이고, 상급노조인 금속노조와 민노총 지도부도 본척만척했다.

51일 파업의 결과는 초라하다.얻은 것은 △임금 4.5% 인상 △명절휴가비 50만원 및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 △폐업한 하청업체 노동자 최우선 고용 노력 등이 전부다. 이미 임금협상을 끝낸 다른 업체(평균 4~8% 인상)보다 못한 성과다. 거기다 8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낸데 대한 민형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떠안을 처지다.안 한만 못한 파업을 했다.

③겨우 체면 살린 정부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겨우 체면을 살렸다. 화물연대 파업때 우왕좌왕하다 '백기'를 들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처음부터 법과 원칙, 당사자간 타결 원칙을 고수해 끝까지 관철시켰다. 무엇보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없이 파업을 마무리한 게 가장 큰 성과다.

그러나 남은 숙제가 적지 않다. 파업의 근본 원인인 조선업계의 고질적 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 하고, 23년째 주인없는 회사 대우조선의 주인을 찾는 일도 더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이 됐다. 아울러 화물연대 파업때도 마찬가지지만,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어떻게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인지 명확한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대우조선 파업해결의 여세를 몰아 민노총과의 하투(夏鬪)에서 기선을 잡을 수 있게 꼼꼼히 준비하는 것도 당장의 과제다.

④어부지리 민노총

이번 파업에서 최대 수혜자는 민노총 지도부다. 사실상 한 것이 없이 실익만 챙겼다. 민노총은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일부터 26일까지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내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인 철골조 시위를 시작했을 때도 침묵했다. 언론에서 파업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자 그때서야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이 협상에 나서라고 성명서를 냈을 뿐이다. 파업을 지원한다며 조직한 희망버스는 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에야 도착했다.

그러나 파업 과정에서 극단적 원하청 관계와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열악한 임금 상황이 이슈화되면서 하반기 대정부 투쟁의 근거와 동력을 얻게 됐다. (1인 철골조 시위를 벌인 22년차 용접공 유 부지회장이 명세서와 함께 공개한 월급 실수령액은 207만5910원이었다.)

하청노조의 뼈아픈 패배에도 불구, 민노총이 파업타결 후 즉시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성명서를 낸 이유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요구가 오늘의 합의문에 다 담기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51일의 투쟁 과정을 통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실상 나아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세상에 다시 알렸고 바지 사장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사장, 원청의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고 많은 시민들을 공감케 했습니다.(중략)이제 시작입니다. 51일을 이어온 투쟁의 열기와 결기로 노조할 권리와 비정규직 없는, 차별 없는 세상을 여는 투쟁을 열어갑시다.(중략)마음에 남는 아쉬움을 자양분 삼아 더 큰 단결, 더 넓은 연대, 더 깊은 투쟁으로 큰 승리를 향해 나갑시다.다시 한번 동지들 감사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뭐가 그렇게 감사하고 자랑스럽다는 건 지 궁금하다.

박수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