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최대 1조원가량을 조달한다. 새 먹거리로 적극 육성 중인 미래차 투자에 필요한 실탄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다. 그린본드는 발행 목적이 친환경 관련 투자로 제한된 채권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는 다음달 각각 3000억원 이상의 그린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 결과가 좋으면 5000억~6000억원까지 조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두 회사는 조만간 주관사 선정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채권 발행 준비에 들어간다.

현대·기아차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그린본드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을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글로벌 3대 친환경차 제조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5년 안에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67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 기간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자율주행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 들어선 중국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 투자, 애플과의 자율주행 전기차 공동 개발 가능성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성장 전략에서 ESG 중요성이 커진 것을 고려하면 현대차 계열사들의 ESG 채권 발행은 갈수록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도 창사 이후 최초로 그린본드 발행을 앞두고 있다. 이달 말 25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지난해까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만 ESG 채권을 발행했지만 올 들어선 제조업 계열사도 본격적으로 ESG 채권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기술 개발과 생산이 수직 계열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들도 ESG 채권 발행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