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가 치러진 미국 36개 주 가운데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주지사 후보가 당선된 곳은 12개다. 신규 데이터센터 계획 용량의 26.9%(93.1기가와트)가 몰린 텍사스주가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계획 용량 가운데 ‘약 45%’가 민주당의 규제 강화로 영향을 받는 지역에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민주당에선 신규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AI 기업이 강제로 투자를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면 반도체 호황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년 하반기부터 중단 현실화
중간선거 이후 반(反)데이터센터 성향 민주당 인사의 강경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나 이노호사 텍사스주지사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보호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업무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지사 당선인의 반대가 곧바로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임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려면 내년 1월 취임 이후 첫 지방 의회 회기(내년 1~5월 ) 내에 새 규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법안은 일반적으로 90일 이내 발효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다.
중간선거와 함께 치러진 주민투표를 통해 금지·유예안이 의결된 지역에선 사업 진행이 즉각 영향받는다. 부지 이용 승인, 개발계획·환경 심사, 건축 허가 과정 등에 있는 데이터센터는 신임 주지사 입장에 따라 사업이 지연 또는 중단될 수 있다.
GLJ리서치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업체는 사업 추진 단계에 따라 세 가지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과 인허가 등을 모두 확보한 상태에서 공사에 들어갔다면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 과정 중인 사업은 최소 12~18개월 지연 또는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인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은 규제가 덜한 지역으로 가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자율 규제’서 ‘정부 감독’으로
최근 민주당에선 데이터센터를 넘어 ‘AI 모델 개발 금지’를 거론하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미국 첫 이슬람계 상원의원으로 선출된 압둘 엘사예드(미시간주)는 지난 2일 인터뷰에서 “첨단 AI 모델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원에서도 규제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테드 리우 하원 코커스 부의장(캘리포니아)은 4일 하원 민주당 지도부 기자회견에서 “AI에 관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하고 합리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던 자율 규제 기조가 정부 감독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진퇴양난의 빅테크
AI 데이터센터에 연 1000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빅테크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을 취소한 사례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엔스케일이 짓고 있는 240㎿(메가와트) 규모 텍사스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계약을 취소했다. 블룸버그는 “MS 일부 경영진이 제3자 공급업체로부터 새로운 용량을 추가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도 계획 재검토에 들어갔다. 디나 파월 매코믹 메타 인프라총괄사장은 “새로운 부지를 확보해 처음부터 사업을 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대형 고객사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자 반도체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9.26%), 브로드컴(-10.43%), AMD(-17.26%) 등이 급락한 것도 반도체 수요 감소 우려 영향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규제로 AI 개발사가 모델 학습 속도를 늦추게 돼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더는 인베스팅닷컴에 “2028년이면 데이터센터가 부족해 반도체가 남아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